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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틸러슨 또 공개 망신줘… 틸러슨 같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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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틸러슨 또 공개 망신줘… 틸러슨 같이 갈까

입력
2017.10.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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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단교사태에 이어 또다시 공개 면박

트럼프-틸러슨 조합 지속 여부 회의적 시각 높아져

그림 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EPA 연합뉴스
그림 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북한과 직접 대화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면박하면서, 외교정책의 수장인 틸러슨 장관과 국무부의 약화된 위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일은 처음은 아니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에너지를 아껴라”라는 등 발언 수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업무를 분장해 각각 대북 제재론과 대북 대화론을 강조하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엇박자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는 점에서‘트럼프-틸러슨’조합의 불안정한 동거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불협화음이 공개적으로 노출된 사례는 지난 6월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10개국이 단행한 카타르 단교 사태가 대표적이다.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섰던 틸러슨 장관은 성명을 통해 “카타르에 대한 봉쇄가 의도치 않게 인도적이지 못한 결과를 낳고, 미군 주도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며 “관련국들은 즉각 역내 상황을 완화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긴장 악화를 막아 보자는 취지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이 나온 지 1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통해 “카타르가 아주 높은 수준으로 테러리즘에 자금을 대고 있다”며 카타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동 국가들의 카타르 압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틸러슨 장관의 중재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를 나누는 렉스 틸러슨(왼쪽) 미 국무장관. 베이징=UPI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를 나누는 렉스 틸러슨(왼쪽) 미 국무장관. 베이징=UPI 연합뉴스

지난 8월초에는 대북 기조를 놓고 심각한 엇박자가 노출됐다. 전 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 회의에서“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뒤 1일에는 미 공화당 강경보수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북한의 장거리 핵ㆍ미사일 개발을 내버려 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인터뷰가 공개된 시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전쟁’을 언급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으로, 대북 군사행동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의지가 가장 명확히 드러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어느 시점에 북한과 생산적 대화를 하고 싶다”며 북한의 정권 교체와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 38선 이북에 군대 파견 등을 부인하는 ‘4노(NO)’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그는 당시 “북한 문제로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고도 했는데 이는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중국 레버리지론’과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틸러슨 장관의 기자회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비판을 하지 않았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전략에 ‘북한과 직접대화’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도 북한 김정은에 대해 “밤에 편하게 잠자서는 안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을 읽는 대북 강경발언을 내놨다. 수전 손턴 동아태 차관보 대행도 “현 시점은 북미 대화가 가능한 때가 아니다”라며 상관인 장관의 발언을 뒤집으면서 틸러슨 장관은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에너지를 아껴라”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지만, 틸러슨 장관의 돌출 기자회견에 대한 질타가 높았던 8월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이 임명한 각료를 다루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공화당 자문 역을 맡았으며 '더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 출신인 윌리엄 크리스톨은 트위터에서 “우리가 진정 물리력을 써야만 하게 된다 하더라도 당신이 임명한 국무부 장관의 외교적 노력을 조롱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무책임한 처사”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재임했던 댄 샤피로 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대외 정책에 있어 틸러슨 장관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어떤 외국 정부가 그의 말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틸러슨 장관의 말이 갖는 효력에 치명타를 날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직윤리 담당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지금처럼 행동했다간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도 나온다. 윌리엄 크리스톨은 트위터에서 “틸러슨 장관이 조만간 사임하는 것 아니냐”라고 의구심까지 제기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의도적으로 대통령이 ‘악한 경찰(bad cop)’역할을 하고 국무장관이 ‘착한 경찰(good cop)’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면서도 “이렇게 긴장된 국면에서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국무장관을 뻔뻔스럽게(brazenly) 깎아내린 건, 틸러슨 장관이 얼마나 더 일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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