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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름과 틀림

입력
2016.08.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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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인들이 내가 특별하다는 의미에서 던지는 “역시 김박사는 틀려!”라는 말에 대해 “내가 옳지 않다는 말이지?”라고 대꾸하곤 한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틀려’라는 표현이, 이 의미를 올바로 말하는 ‘달라’라는 표현을 밀어내고 있는 힘은 무섭다. 방송에서도 올바르게 쓰는 사람들은 아나운서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일상생활에서도 만나는 사람들 중 100명에 한 명 정도가 ‘달라’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 우리들 마음속에 ‘다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무의식이 잠재되어 있지 않은가 싶은 괜한 걱정이 앞선다. 다른 것을 틀린 것, 즉 옳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우리들 의식 속에 배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옳은 정답을 찾는 시험 문제에 익숙해져 있다. 사지선다형으로 제시되는 문제들은 하나의 정답만 인정할 뿐 ‘다른’ 생각을 가진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제시된 다른 오답들은 틀린 것이 맞겠지만 제시된 정답 외에도 올바르다고 인정할 만한 다른 답은 찾지 않게 된 것이다. 유럽과 미국 두 곳에서 해외생활을 해본 내가 선진국 교육에서 강렬하게 느낀 것은 어린아이들의 독특한 생각을 인정하고 키워주려는 선생님들의 열린 마음이었다. 한 가지 정답만이 아닌 여러 가지의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 진정한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어디 학교에서만일까. 우리나라 산업과 기술이 커온 길을 살펴보더라도 우리는 정답만을 찾아온 셈이다. 그 시대에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산업을 육성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기술을 개발해 내는 부분에서도 우리는 옳은 산업과 기술을 육성하고 개발하는 효율적인 지원정책과 기업의 전략을 우선시했다. 이때 옳은 산업과 기술이란 물론 상당한 노력만 들이면 국내에서 더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즉 성과를 곧바로 낼 수 있는 산업과 기술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의 될성부른 산업과 기술을 선정하고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개발하는 방식인 셈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이러한 우리나라의 노력은 대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이다. 단기간 만에 정확한 정답 산업과 기술들을 찾아내고 육성하여 오늘의 산업강국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산업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의성을 가진 독특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드물고 그런 사람들은 주류 사회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창조경제가 싹트기 힘든 환경이란 말이다. 정답을 제대로 찾아내면서 성공한 선배 기업들은 엉뚱한 생각을 하는 수준 낮은 창업기업들을 무시하기가 일쑤다. 쓸 만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인수합병(M&A)하여 자신들의 정답 산업 테두리 안으로 흡수하는 것이 가끔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항상 독특한 ‘다른’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자세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진행되고 있는 올림픽 스포츠 세계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변칙적인 스타일의 온두라스를 맞아 압도적인 우세 속에서도 쩔쩔매던 우리 선수들의 초조함을 안타깝게 바라본 사람은 나뿐일까.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침대축구일 수도 있다는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이 크게 울렸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문화가 사회 모든 곳에 퍼져나가는 것으로 느껴져 두렵다.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종종 적대시하기까지 하는 우리들 스스로의 모습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쉽게 편을 가르게 만들고 다른 생각을 가진 편과는 어떤 타협이나 협상도 용납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도훈 경희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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