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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터넷 기업 규제 형평성과 사회적 책임

입력
2017.12.06 17: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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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서양격언이 있다. 한 국가 영토 내에서는 누구든 그 나라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엔 생활권이 지리적 공간으로 한정돼 그 나라 법규 준수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이 생활영역에 들어오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여러 문제가 생겨났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세금이다.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은 많은 수익을 내면서도 다양한 조세회피 기법을 동원해 실제 수익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인세는 고정사업장을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법인세 부과율이 낮은 국가에 고정사업장(서버)을 두고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서는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가별 법제도 차이로, 서비스를 제공 중인 국가의 제도를 따르지 않더라도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8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외 인터넷 서비스인 텀블러에 게시된 불법 콘텐츠 삭제를 요청했지만 텀블러가 소재한 미국에선 합법이란 이유로 거부당했다. 0~6시까지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게임 셧다운제’의 경우 해외 사업자는 적용을 받지 않아 ‘배틀 그라운드’란 국내 기업의 게임이 외국에서 먼저 출시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기업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최근 코리아스타트포럼이 벤처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77%가 ‘역차별 규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는 구글코리아에 국내 사업현황 자료를 공개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국내외 기업 간 규제 형평성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 글로벌 인터넷 기업 대부분은 미국 기업이고, 세계를 대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다른 국가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2012년부터 BEPS(소득이전 및 세원잠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2015년부터 ‘구글세’라 불리는 회피이윤세(Diverted Profits Tax)를, 호주는 ‘넷플릭스세’를 신설하는 등 개별 국가별로 자국 환경에 맞는 규제 틀을 마련 중이다.

우리도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해도 외부감사와 재무제표를 공시하도록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지난 10월 개정했다. 또 지난해 12월 국제조세조정법을 개정해 기업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그간 해외기업에 대해서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하게 국내법을 집행해 왔지만 물리적 제약에 따른 한계가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법 집행 제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 보장과 역동적 혁신성을 위해 시장자율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졌고 사이버 범죄, 음란물 유통 등 역기능이 확산돼 사회적 책무 강화 및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 필요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방송통신 기술은 산업, 금융, 상거래 등 사회 전 분야와 연결돼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의 창의성과 혁신성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명확한 규제철학과 차별 없는 경쟁환경 조성이 국가 경쟁력 확보에서도 중요한 이유다.

‘광문(廣問) 서사(徐思) 정구(精究) 전치(專治)’는 세종대왕의 문제해결 방식을 담은 8자 요결이다. 널리 묻고, 신중히 생각해서, 정밀한 대안을 만들어, 전심전략으로 일을 추진하란 뜻이다. 4기 방통위는 산학민관이 참여하는 공론화 협의체를 통해 폭넓은 지혜를 모으는 한편, 국제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내외 인터넷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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