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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 뒤 일정기간 EU 관세동맹엔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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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 뒤 일정기간 EU 관세동맹엔 남겠다”

입력
2017.08.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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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소프트 브렉시트 사이서 절충안 택한 듯

과도기 지나면 탈퇴… 기간은 2~3년 전망 나와

EU 동의가 관건… “英 착각 심해” 냉담한 반응도

지난달 17일 제2차 브렉시트 협상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만난 EU 집행위원회의 미셸 바르니에(오른쪽) 수석대표와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 AP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제2차 브렉시트 협상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만난 EU 집행위원회의 미셸 바르니에(오른쪽) 수석대표와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 AP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EU 측과의 ‘임시 관세동맹’을 추구하겠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시작되는 2019년 3월 이후에도 일정 기간 현행 EU 관세동맹에 남는 과도기적 방안으로, 그 동안 맞서 왔던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전면적인 관계 단절)와 소프트 브렉시트(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 잔류) 사이에서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영국 브렉시트부가 발표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EU 공식 탈퇴 이후 임시 관세동맹을 수립할 것을 EU 측에 요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진행 중인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합의될 새로운 무역협정이 곧바로 시행될 경우, 영국 기업들이 커다란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현 관세동맹에 남아 ‘포스트 브렉시트’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영국은 이 방안이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게 아니라 ‘임시적인 동거’라면서 과도기가 끝나면 탈퇴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브렉시트부는 과도기 이후의 관세 체제에 대해 ▦영국과 EU 사이에 통관 국경이 필요 없을 만큼 ‘가장 자유롭고 장애가 없는’ 새로운 관세 파트너십 체결 ▦영국이 새 관세 국경을 관리하는 ‘고도의 간소화된 세관 배치’ 등 두 가지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관심의 초점은 임시 관세동맹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이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임시 관세동맹 기간은 2년, 어쩌면 좀더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늦어도 2022년 총선 이전까지는 과도기가 끝나야 한다는 말이다. ‘영국이 임시 관세동맹 요구 대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협상의 문제이긴 하지만 그럴 수 있다. 이는 연간 100억 파운드(한화 14조 8,098억원)인 EU 분담금 납부를 끝내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영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정부의 공식 발표 하루 전날 “정부 보고서에는 영국이 2019년 EU 탈퇴 이후 최소한 3년 동안은 EU와의 관세동맹을 유지하길 원한다는 점이 분명히 담겨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의 이러한 협상 방향에는 대표적인 소프트 브렉시트론자로 꼽히는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의 입김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그 동안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해 오긴 했지만 지난 6월 총선에서 참패, 추진 동력을 상실한 만큼 ‘점진적인 EU 탈퇴’를 요구하는 측과 의견을 절충하는 게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FT는 “이번 정부 발표는 해먼드 장관의 승리”라면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 수출업자들이 처할 ‘벼랑 끝 위험’에 대해 수개월 간 경고해 온 산업계를 안심시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제안이 순조롭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EU 측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친 EU 계열인 빈스 케이블 영국 자유민주당 대표는 “EU가 합의해 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EU 집행위원인 필 호건도 FT와 인터뷰에서 “영국 각료들은 2~3년의 과도기 이행방안이든, 다른 무엇을 추구하든 간에 EU의 다른 27개 회원국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런던에선 ‘해야 할 일’에 대한 착각이 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EU 회원국들이 만족할 만한 분담금(이혼합의금)에 대한 제안을 먼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영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진정한 브렉시트 협상 시작 국면으로 향하는 긍정적 조치로 본다”면서도 “영국의 EU 탈퇴 조건에 관한 충분한 진전이 이뤄진 후에야 브렉시트 이후 양국 관계를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영국 정부의 입장이 뚜렷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영 일간 가디언도 이번 임시 관세동맹 제안과 관련,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정부 내 의견 불일치를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비논리적인 제안”이라는 비판을 전하면서 “최근 영ㆍEU 간 브렉시트 협상 이후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가 영국 측 세부사항 준비가 부족하다며 좌절감을 표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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