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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총리’ 헬무트 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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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총리’ 헬무트 콜 별세

입력
2017.06.1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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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1993년 2월 유럽연합 깃발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1993년 2월 유럽연합 깃발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 통일의 산파역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87세.

빌트지 등 독일 현지언론은 16일(현지시간) 오전 콜 전 총리가 루드비히스하펜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1973년부터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당(CDU) 당수로 있으면서 1982년 서독 총리에 오른 후 독일이 통일되던 해인 1990년을 포함해 1998년까지 16년 동안 총리직을 지냈다. 비스마르크 이후 독일 역사상 최장수 총리다.

콜 전 총리는 집권 기간 중이던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이후 급박하게 전개되는 통일 정국에서 특유의 돌파력으로 동서냉전의 종지부를 찍는 위업을 이뤄냈다. 그는 군사강국이 될 통일독일에 대해 우려하는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 소련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 등 주변국 정상들을 설득하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며 동ㆍ서독 통일을 성취했다. 콜 전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뒤 혼란 속에서 조지 H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통일 조약 10개항’을 제시하며 설득하고, 모스크바를 세 차례 방문해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담판을 벌이는 등 선택의 순간마다 뚝심과 배포를 보여줬다. 콜 총리 재임 당시 외교담당 수석을 지낸 호르스트 텔칙은 통일과정의 순간을 일기로 기록한 ‘329일’에서 “그 누구도 헬무트 콜처럼 본능적인 확신으로 역사적인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며, 또한 그렇게 확고하게 추진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콜 총리의 소신은 전쟁이 다시 유럽을 휩쓰는 것을 막기 위해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재임 기간 동안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와 손잡고 유럽 단일통화 도입 등을 추진하는 등 유럽연합(EU) 출범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결정) 이후에도 유럽 각국 지도자들에게 “불필요한 증오를 자극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등 평생을 유럽주의자로 헌신했다.

총리로서 역사적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년은 순탄치 않았다. 경제난 등 자신이 주도한 독일 통일의 후유증으로 1998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에 패해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이듬해 1999년 기민당에서는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다 2002년에 정계은퇴했다. 2001년에는 41년간 함께 했던 부인 하넬로어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픔을 견뎌야했다. 2008년 자신의 옛 총리실 비서였던 35세 연하의 마이케 리히터와 재혼했다. 2010년에는 담낭수술을 받았고 2012년 심장수술을 받는 등 노환에 시달려왔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1991년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여성청소년 장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1991년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여성청소년 장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인과 앙겔라 메르켈 현 독일총리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그는 통독 정부의 부대변인이었던 앙겔라 메르켈을 통일독일의 초대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했고 이후 환경장관으로 기용하는 등 오랫동안 정치적 스승 역할을 했다. 통독 과정을 조율했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콜 전 총리는 자유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후 유럽에서 가장 위대했던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추모했다. 메르켈 총리는 “콜 총리는 내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며 “그 덕분에 다른 수백만명처럼 동독의 삶을 떠나 자유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기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16일 베를린 시내에 유럽연합기와 독일국기가 조기로 게양돼 있다. 베를릔= EPA 연합뉴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16일 베를린 시내에 유럽연합기와 독일국기가 조기로 게양돼 있다. 베를릔=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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