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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 세로 스크롤 기법에 깊은 인상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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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 세로 스크롤 기법에 깊은 인상받아

입력
2015.07.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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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만화의 칸 연출 비교 책 발간

"일본 만화 특유의 영화적 기법과 양국 장점 합친 아시아적 만화 기대"

오쓰카 에이지는 24일 "현대의 오타쿠는 소비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이야기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쓰카 에이지는 24일 "현대의 오타쿠는 소비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이야기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웹툰이 보여주는 세로 스크롤 기법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작가들은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맞게 유연한 기법을 채택했습니다. 반면 일본 작가들은 여전히 만화를 온라인 공간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만화가와 만화 편집자를 거쳐 하위문화 평론가로 활동 중인 오쓰카 에이지(大塚英志ㆍ57)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중학동의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일본 온라인에도 ‘웹코믹’이라는 형태로 만화가 연재되고 있지만 한국 웹툰과 달리 출판된 만화책의 한 페이지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방식이 주류다. 전통적인 만화와 달리 한국 웹툰이 온라인에 최적화된 칸 연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쓰카 교수의 이번 방한은 자신의 새 저작 ‘세계만화학원’(북바이북 발행)의 한국어판 출판에 맞춘 것이다. ‘세계만화학원’은 그가 이전에 쓴 ‘스토리 메이커’‘캐릭터 메이커’등과 마찬가지로 만화 작법서지만, 유럽ㆍ미국과는 다른 일본만의 독특한 칸 연출 기법을 비교를 통해 소개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오쓰카는 일본 만화의 독자성을 특유의 ‘영화적 기법’에서 찾았다. 그는 “유럽에서는 한 칸이 완결된 한 장면을 의미한다는 ‘방드데시네(bande de cineㆍ만화)’의 원칙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일본의 만화는 보통 한 쪽 내지 한 장을 한 장면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 페이지 내에서 동일한 장면을 시점을 다양하게 전환하는 영화적인 연출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오쓰카는 장기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만화 스타일이 수렴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일본의 네이버 계열 웹툰 사이트인 ‘코미코’에서는 일본 작가들도 한국 웹툰 스타일로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작가의 국적이라기보다 그가 선택하는 스타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장점을 취한‘아시아적 만화’가 등장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 말했다.

오쓰카 에이지는 순문학 대 하위문화 논쟁에서 하위문화의 입장을 대변해 온 논쟁적인 평론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현재의 일본 문학이 “순문학과 하위문화를 가리지 않고 침체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문학은 대체로 현재 득세하는 신자유주의나 역사수정주의에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위문화인 만화나 라이트노블 역시 일정한 패턴에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일본 만화의 세계적 유행에 대해서도“타국 팬들은 대부분 자국 내 비대중적 문화로서 일본 만화를 수용하는 것이고 이는 일본 내에서 ‘넷우익’오타쿠들이 소비하는 일본 주류를 대변하는 만화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오쓰카는 문화 소비자들이 시스템에 예속되는 상황을 걱정하며 “순문학뿐 아니라 서브컬처에서도 사회와 정치 현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비판하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작하던 과거의 오타쿠들이 사라지고 2차 창작을 위주로 기존의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현재의 오타쿠들은 정치적으로 무해한 사람이 되려 하지만, 자신의 판단력이 없으면 특정한 입장의 대변자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해 두고, 이를 공공에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다듬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글ㆍ사진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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