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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위안부 할머니들 증언에 의지... 이젠 체계화된 증거로 대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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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위안부 할머니들 증언에 의지... 이젠 체계화된 증거로 대응할 때”

입력
2018.08.15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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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학순 할머니 공개 증언 이후

결의문ㆍ증언집 등 27년 기록 모아

‘역사 기본서’ 발행해 알릴 생각

연구소, 위안부 보호법 근거 운영

별도의 법률 기반한 시설 갖춰야

정권 바뀌어도 독립성 유지 가능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장을 맡은 김창록 경북대 교수가 13일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연구소 역할은 점차 여성인권과 평화 등 보편적 가치의 연구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장을 맡은 김창록 경북대 교수가 13일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연구소 역할은 점차 여성인권과 평화 등 보편적 가치의 연구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그간 애써오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이제는 놔 드려야죠. 체계화된 사료와 연구를 가지고 대응할 때가 됐습니다.”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로서 피해를 처음 공개 증언하면서 시작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올해까지 27년이라는 시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며 1992년부터 매주 열려 온 수요집회는 15일로 1,348회차라는 기록을 쓰고, 3,185점에 달하는 위안부 관련 기록(2013, 2014년 국가지정기록물 지정)과 6권에 달하는 피해자 증언집 등은 차곡차곡 쌓여 그 자체로 역사가 됐다.

정부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존재하는 사료와 연구를 체계화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지난 10일 사상 처음으로 위안부 연구기관을 출범시켰다. 이름도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다. 1991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가 벌써 20여년째 이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소장을 맡았다.

지난 13일 위안부 피해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만난 김 소장은 “그간 정부가 해 온 위안부 연구는 체계가 없이 개개의 사업을 기반으로 발주하는 식이라 내용이 중첩되고 뉴스거리가 되는 주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입을 뗐다. 김 소장은 “국내 수요시위에서부터 국제사회의 관련 결의문, 보고서까지 다양한 내용이 위안부 문제 해결 역사의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다”며 “그간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과 활동에 많은 것들을 의지해 왔지만, 이제는 정부가 연구소를 중심으로 사료ㆍ연구를 집대성해 관련 문제에 대응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7년의 역사를 한데 모으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그는 1호 정책으로 ‘위안부 역사 기본서’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여전히 위안부 역사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은데, 연구소 차원에서 기본서를 발행해 정확하게 알리려 한다”며 “이후에는 정기 간행물을 발간하고 이를 외국어로도 번역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출간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연구소 출범을 두고 “2015년 한일 합의에 따라 마무리된 사안을 다시 문제화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김 소장은 연구소의 존재 자체가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소장은 “2015년 합의에 따라 위안부와 관련해서든 어떤 것도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데, 실제 합의 내용이 그렇다면 노예계약이나 다름없지 않느냐”며 “위안부 문제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이 정치기관이 아닌 연구소를 만든다는 데 문제를 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김 소장은 연구소 위상의 한계를 스스로 지적하며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연구소는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상 일부 규정을 근거로 운영되고 있는데, 독립기념관이나 동북아역사재단처럼 별도의 법률에 기반한 인적ㆍ시설을 갖춰야 한다”며 “그렇게 돼야만 정권에 따라 연구소 성격이 바뀌거나 몇 년 만에 해체되는 등 독립성ㆍ지속성을 해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와 함께 정부 산하 위안부 관련 조직으로 유지되고 있는 ‘화해치유재단’에 대해서는 “해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합의에 따라 일본에서 받은 10억엔을 계속 사용하면서 어떠한 기능도 하지 못하는 화해치유재단은 해산되는 게 맞다”면서 “외교적 사안이라 쉽지 않겠지만 재단 해산과 더불어 10억엔도 다시 반환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연구소가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여성인권과 평화 등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며 “전시 성폭력, 반(反) 전쟁, 평화 사상까지 다양한 보편적 가치들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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