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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죽어가는 천연기념물 백령도 사곶해변

입력
2017.02.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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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 평양이 가까운 섬.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보물인 천연비행장이 사라지고 있다. 문화재청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해 한국전쟁 당시 UN군의 천연비행장으로 활용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391호 백령도 사곶해변(사곶사빈).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것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단 두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지질”이라고 문화재청이 그 가치를 인정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곳이다. 1990년까지도 C130 대형 수송기가 이착륙할 정도로 단단했던 사곶해변은 이제 곳곳이 사람의 발도 빠질 정도로 푸석푸석해져버렸고 흰 모래밭은 썩어가고 있다. 해변은 호미로 10Cm만 파 봐도 시커먼 뻘이 섞여 나온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2015년 10월 “문화재 관리 상태는 양호한 편”이란 허위 보고서를 낸 뒤 방치해두고 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곶해변이 썩기 시작한 것은 백령도 진촌지구 간척 사업 이후다. 간척을 위해 제방을 만든 후 대청도 쪽에서 밀려오던 강한 조류의 흐름이 끊기자 조류를 따라 밀려왔다 조류를 타고 빠져나가던 오염물들이 그대로 사곶해변에 스며들면서 모래밭이 썩어가게 된 것이다. 오염된 백령호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 또한 사곶해변을 망치는 공범이다. 백령도 간척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1991년 시작해 2006년 완공했다. 800여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으로 476ha(144만평)의 갯벌이 사라지고 간척지와 백령호가 생겼다. 간척 사업 전 갯벌은 김 양식과 굴 양식으로 어민들에게 큰 소득을 안겨줬고 꽃게와 가자미 등이 넘쳐나는 황금어장이었다.

간척 전에도 백령도는 쌀이 남아돌 정도로 농토가 많았다. 그럼에도 한국농어촌공사와 옹진군은 논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간척을 강행했다. 하지만 담수호로 만든 백령호의 염분농도가 너무 높아 농업용수 확보에 실패했다. 백령호의 염도가 농업용수로 적합한 1천ppm보다 4배나 높은 4300ppm이나 나왔다. 한국농어촌공사는 1999년부터 근래까지 30여 차례나 백령호 수문을 열어 염도를 낮추려다 실패하자 결국 간척지를 옹진군에 팔아 넘긴 뒤 발을 빼버렸다. 혈세를 쏟아 부은 간척사업이 논도 못 만들고 황금 갯벌만 파괴해버린 꼴이 됐지만 지금껏 누구도 책임지는 이 하나 없다. 게다가 이제는 실패한 간척이 천연기념물이자 세계 단 두 곳뿐인 천연비행장 사곶해변까지 썩어가게 만들고 있다.

망가져 가는 사곶해변을 언제까지 방치해 둘 것인가. 문화재청과 인천시, 옹진군은 서둘러서 보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이제는 간척사업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주민들에게 사죄한 뒤 사곶해변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역간척이란 대안도 있다. 제방을 트고 해수 유통을 시킨다면 오염된 백령호와 황무지로 버려진 간척지는 갯벌로 환원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끊겼던 조류의 흐름이 살아나고 사곶해변도 되살아 날 수 있을 것이다. 백령도 주민들도 이를 원한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가 인접한 와덴해 지역은 역간척을 통한 갯벌 생태 복원이 활발하다. 와덴해의 작은 섬 랑어욱은 간척으로 섬이 황폐화됐었는데 역간척 후 10여년 만에 갯벌 생태계가 복원됐다. 이후 랑어욱은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가난했던 섬마을이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하나가 된 것은 역간척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근래 충청남도나 순천시 등에서 역간척이 시도되고 있다. 백령도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역간척으로 생태계가 복원된다면 백령도 또한 생태관광의 메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단법인 섬연구소에서는 천연기념물 사곶해변 살리기 영상 ‘백령도의 눈물’을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캠페인 중이다. 문화재청과, 인천시, 옹진군은 영상을 통해 실태를 직접 확인해 보고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

강제윤 시인ㆍ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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