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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드 '전략적 모호성' 이면에 中 협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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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드 '전략적 모호성' 이면에 中 협박 있었다

입력
2015.03.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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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부 작년 9월 우리 측에

"친한 노선 변경 가능" 위협 발언

관련 기사 안 나오게 언론 통제 요구

김관진 실장 '조용히 취급' 주문

당시 미국 갔다 냉대만 받고 귀국

정부 소극주의 굳어졌을 가능성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회의장에 앉아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청와대의 안종범 경제ㆍ현정택 정책조정ㆍ조윤선 정무수석,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회의장에 앉아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청와대의 안종범 경제ㆍ현정택 정책조정ㆍ조윤선 정무수석,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에 대해 중국 정부가 지난해 9월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이후 사드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면서 정부가 애매하게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이면에는 이 같은 중국의 강경기조가 깊숙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中 사드 배치 노골적 불만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9월 하순 베이징에서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미군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게 되면 한국을 상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관련 기사가 나오면 중국 외교부가 항상 공식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언론 통제까지 거론한 데 이어 “사드 배치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대북정책은 물론 중국의 친한 노선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 측에 사실상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우리 측에 입장을 전한 중국 측 당국자는 주한 중국대사관 근무 경력이 오래된 한국통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우리 측 관계자는 “카운터파트인 중국 측 인사를 매주 한두 차례씩 자주 만났기 때문에 당시 대화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가 협박으로 느낄 만한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드 이슈가 한국 언론에 거론되면 중국 쪽에서는 당연히 경위를 묻기 마련”이라며 “저쪽과 여러 가지 말이 오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한반도 주변의 사정을 감안하면 중국의 압박은 당시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우리 측에 사드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기에 앞서 9월 14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김 실장은 사드 배치 여부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는 ‘로 키’ 기조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껄끄러운 이슈인 만큼 물밑에서 조용히 다루자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냉대로 일관했다. 당시 김 실장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모두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는데, 사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자세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 시점은 김 실장의 방미 직후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김 실장의 미국 방문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법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더욱 소극적인 입장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급기야 미국은 9월말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에 이른다.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9월 30일 “한국 정부와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드 도입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 중국의 압박에 따라 강화된 ‘전략적 모호성’

일련의 과정을 복귀하면 중국의 압박에 따라 우리 정부의 소극주의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으로 굳어졌을 가능성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워크 부장관의 강수는 중국의 압박에 대한 맞대응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와 함께 “미중 양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고 모호성 전략을 강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를 넘겨도 사드 논란이 확산되자 중국 측은 지난 2월 4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자신들의 안보를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당시 의제에 없던 사안이었다. 이에 당황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월 11일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사드 배치는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정해버렸다.

한 장관의 발언으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이 공식화했다. 중국의 압박에 따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정책방향을 역시 중국의 공세를 이기지 못해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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