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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공포…카드정보 유출… 사고에 운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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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공포…카드정보 유출… 사고에 운 한국경제

입력
2014.1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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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3곳 고객정보 1억건 새나가

삼성전자 영업이익 반토막

현대차, 북미ㆍ유럽시장서 고전

한전부지 고가 매입 '과잉투자' 논란

1월 카드 3사에서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서울 소공동 롯데카드센터는 카드를 해지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월 카드 3사에서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서울 소공동 롯데카드센터는 카드를 해지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4년은 한국 경제의 고성장ㆍ고물가 패러다임이 역사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3%대 성장, 1%대 물가상승의 저공비행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고성장 시대는 없다”는 진단이 쏟아졌다. 우울한 건 단지 경제 성적표 만이 아니었다. 연초부터 끊이지 않은 대형 사건사고들은 갈 길 바쁜 우리 경제의 발목을 단단히 잡았다. 강력한 난기류처럼 올해 한국 경제를 휩쓸고 간 주요 사건과 현상들을 되짚어봤다.

●세월호에 울고, 저물가에 떨고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난 4월은 국가 경제에도 ‘잔인한 달’이 됐다. 내수 소비, 기업 투자의 침체 속에 2분기 성장률은 0.5%(전기비)로 곤두박질쳤고 이후에도 0%대 분기성장률이 이어졌다. 7월 소방수로 투입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력한 내수부양책을 발표하고, 한국은행 역시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미국의 출구전략, 일본의 엔저(低) 공세, 유럽 경기 악화 등 대외악재들도 1년 내내 우리 경제를 뒤덮었다. 무엇보다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등 경제적 거리는 한층 가까워졌지만, 몰라볼 정도로 상승한 경쟁력 탓에 우리 경제의 기회보다 위기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간 한 해였다.

‘저물가=호재’라는 오랜 공식도 무너졌다. 경기 회복세 둔화에 25개월간 지속된 1%대 물가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뒤덮었다.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급락이 단지 호재가 아닌 악재일 수도 있다는 경고음까지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전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9월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조치에 대한 소명을 마친 후 금융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9월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조치에 대한 소명을 마친 후 금융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바람 잘 날 없었던 금융권

새해 벽두에 터진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은 올 한 해 바닥 없이 이어진 금융권 신뢰 추락의 서막이었다. 신용평가사 직원이 파견 근무하던 카드사 3곳에서 몰래 빼낸 1억여건의 고객정보에는 카드 관련 정보는 물론, 카드사 계열은행이나 결제은행에 속한 정보까지 포함됐다. 거의 모든 카드 사용자가 개인정보를 털린 셈이다. “2차 피해는 없다”던 당국의 호언과 달리 수천만 건의 정보가 불법 유통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은 금융사기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주사 회장과 계열 은행장의 이전투구였던 KB사태는 예금주ㆍ주주의 이해를 도외시하는 대형 금융사의 후진적 경영 행태를 폭로했다. 5월 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에서 시작돼 두 경영자가 당국 징계를 받고 물러난 9월 말 일단락된 이 사건은 내부통제 부실, 낙하산 인사 등 금융계 적폐 해소라는 숙제를 남겼다. 일관성 없는 징계 수위 결정, 후임 회장 인선 개입 의혹 등 금융당국의 매끄럽지 못한 사태 수습도 도마 위에 올랐다.

KT 자회사의 협력업체들이 허위 매출채권을 토대로 금융권으로부터 1조8,000억원을 대출 받은 KT ENS 사건, 허술한 수출금융제도에 편승해 3조원대 사기대출 행각을 벌인 가전기업 모뉴엘의 파산 등 역시 우리 금융의 취약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금융기관 낙하산 인사는 올 들어 더욱 노골화하며 금융권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다. 세월호 참사로 관료 출신이 퇴조하고 정치권을 등에 업은 인사들이 기관장 7석 등 50석에 가까운 고위직을 독차지하면서, 시중엔 ‘관치금융’ 대신 ‘정치금융’이라는 촌평이 돌았다. 특히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대우증권 등 주요 기관장 자리를 대통령 모교(서강대) 출신의 금융권 인사 모임인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소속 인사들이 꿰차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건희 삼성저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5월 이 회장이 입원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내원객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저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5월 이 회장이 입원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내원객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삼성ㆍ현대차

우리 경제의 투톱 기업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에 올해는 ‘시련의 해’로 기억될 법하다. 주력 사업의 실적 악화라는 공통의 악재에 더해, 삼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공백에 따른 구조개편, 현대차는 한전부지 고가매입 논란이라는 초대형 난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5월10일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며 장기투병 중인 가운데,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4조600억원)이 중국 기업 샤오미의 저가 공세 등에 밀려 1년 전(10조원)에 비해 반토막 나는 어닝쇼크를 겪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개편된 삼성은 지난달 방산·화학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을 단행하고 광소재 부문 등 계열사 비주력 사업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등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편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9월18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3조3,346억원)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낙찰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 경쟁기업의 공세로 북미·유럽시장에서 고전하는 와중에 단행된 현대차의 한전부지 매입은 시장에서 ‘과잉투자’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간 자동차 판매 목표를 사상 최대치인 800만대로 늘려잡는 한편, 배당 규모 30% 확대를 검토하는 등 수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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