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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술병 놓고 서로 “내 땅”… 무인도 공유하기로 논의

입력
2018.06.29 17:00
수정
2018.07.13 11:1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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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국경선 해석을 놓고 수많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상당수 갈등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만, 일부에서는 대화와 협상 등 합리적 방법으로 영토 주권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논쟁은 뜨겁지만, 평화롭고 조용하게 진행 중인 영토 분쟁 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영토 주권을 확인하기 위해 각각 한스섬에 상륙한 덴마크(왼쪽)와 캐나다 군대. AP(왼쪽)ㆍ캐나다 국방부.
영토 주권을 확인하기 위해 각각 한스섬에 상륙한 덴마크(왼쪽)와 캐나다 군대. AP(왼쪽)ㆍ캐나다 국방부.

북위 80.49도, 서경 66.27도. 캐나다 엘즈미어 섬과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가르는 춥고 황량한 네어스(Nares) 해협에 1.4㎢ 면적의 한스 섬이 있다. 면적(19만6,000㎢)이 한반도와 거의 맞먹지만 인구는 168명에 불과한 엘즈미어 섬, 한반도 10배 면적이지만 역시 인구가 5,600명에 불과한 그린란드 사이에 끼어 있는 이 섬을 놓고 캐나다와 덴마크가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공식적으로 34년째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이 바위섬의 국적을 둘러싼 최초의 국제적 결정은 1933년 이뤄졌다. 캐나다와 덴마크 갈등에 대해 당시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으로 인정받았던 국제연맹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덴마크 영토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국제연맹 해체에 따른 ICJ 결정의 구속력 약화와 2차 대전 및 이후 진행된 동서냉전 때문에 캐나다와 덴마크 국민 대부분은 섬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지냈다.

이 섬을 둘러싼 두 나라의 본격적 분쟁이 수면으로 부상한 건 1984년이었다. 덴마크의 그린란드 담당 장관이 그 해 이 섬을 방문했다. 그는 ‘덴마크 국기’를 꽂은 뒤 술 한 병과 ‘덴마크 영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표식을 놓고 돌아갔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1972년부터 부근 해역의 경계선을 정하기 위해 덴마크와 협상을 벌여오던 캐나다 정부는 덴마크 각료의 느닷없는 선언에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두 나라는 수시로 군대를 동원해 이 섬에 대한 자신들의 주권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영토 주권을 확인하는 방법은 중동ㆍ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과는 달랐다. 무력 시위를 하거나 심지어 유혈 충돌을 감수하는 것과는 달리 각각 캐나다와 덴마크에서 제조된 술을 놓고 나오는 방식이다.

한스섬. 월드아틀란스
한스섬. 월드아틀란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영토주권을 다짐하면서도 평화적 방법을 동원하고, 때로는 유머까지 가미하는 두 나라의 분쟁에 세계 언론은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두 나라가 무인도를 차지하기 위해 30년째 술병을 갖다 놓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미 덴마크 대사도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대가 거기 가면 쉬냅스(북유럽 전통주)를 놓고 오고, 캐나다 군대가 도착하면 ‘캐나디언 클럽’(캐나다 위스키)를 두고 온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분쟁을 종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양국 모두에서 조성되면서 최근 영토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로 자기 것이라고 대립하는 대신 바위섬을 공유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마이클 바이어스와 그의 덴마크 동료 학자가 이 섬에 대한 주권을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덴마크 정부는 이 문제를 논의할 태스크포스를 지난 5월 출범시켰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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