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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심쿵을 선사할 대표자를 뽑으려면

입력
2016.0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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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를 열어젖히자마자 깜짝 신년선물이 쏟아졌다. 하루아침에 국회의원 선거구가 사라진 것이다. 여야가 작년 말일까지 선거구 획정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일은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선거법개정 마감일이었다. 전무후무한 선거구 무효화를 두고 전원책 변호사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다 국회의원 아니지. 월급 받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선거법개정안은 가까운 시일 내에 처리될 예정이다. 그러면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 선거구는 줄어들고 인구가 많은 수도권 선거구는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두근거리는 선거를 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순진무구한 나는 국회의원을 지역구별로 뽑는 이유를 모르겠다. 현행 선거제도에선 항상 지역 유지 아니면 공천 받아 내려온 모르는 사람이 선출된다. 둘 다 나를 진정으로 대표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그의 비전과 포부를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초선의원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는 어디까지나 지역구의 대표이니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대개는 자기 지역구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방법을 모른다. 결국 어떤 프로젝트를 가져오거나 큰 시설을 유치하는 등 눈에 보이는 개발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더 큰 민주주의를 꿈꿨던 의원, 미국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을 배워온 의원, 공평한 복지를 시행하고 싶었던 의원들이 모두 땅을 헤집고 건물을 올린다. 그렇게 두지 않으려거든 우리를 진정으로 대표하는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 그러려면 선거개혁이 필요하다. 어차피 선거법을 고쳐야 하니 이 참에 앞으로 더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나는 두근거리는 선거제도란 무엇일까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한 사람이 6명의 대표자를 뽑는 1인 6표제를 떠올렸다. 우선 6표 가운데 1표로는 자신과 같은 재산과 소득수준을 가진 대표자를 뽑는다. 조세법에 따른 세율구간마다 각 구간의 후보자가 출마한다. 후보자는 반드시 그 구간에 속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투표자는 자신과 같은 구간의 대표만을 선출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여유로운 사람들의 대표, 중산층의 대표, 청빈한 사람들의 대표를 뽑을 수 있다. 두 번째 표는 자신과 같은 직업군의 대표자를 뽑는 것이다. 경제인, 상인, 농어민, 임금노동자, 교육자, 작가와 예술인, 학생 등으로 직업군을 나누어 각 직업군마다 후보자가 출마한다. 후보자는 반드시 그 직업군에 속하거나 그 직업에 오래 종사했던 사람이어야 한다. 역시 투표자는 자신과 같은 직업군의 대표만 선출할 수 있다. 세 번째 표는 자신과 같은 세대의 대표자를 뽑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몇 개의 구간을 나누어 각 구간마다 후보자가 출마한다. 후보자는 그 연령대에 속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투표자는 자신의 연령대의 대표만을 선출할 수 있다. 네 번째 표는 남성과 여성의 대표를 뽑는 것이다. 나머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현행 선거제처럼 지역구대표 후보와 정당 비례대표 후보에게 투표한다. 6표 모두 각각의 의석 수를 각 구간에 속하는 인구 규모에 맞게 할당한다.

지금의 선거제도에선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에게 투표하는가’ ‘왜 청년들이 낡은 정당에 투표하는가’하는 말이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목소리는 모두 진정한 대표자가 선출되지 못함으로 인한 불만이다. 계층의 대표를 뽑는 대신 지역의 대표만을 뽑는 선거제도 때문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의 목소리는 반영할지언정 각 계층의 목소리는 반영할 수 없다. 가장 민주적인 선거제도라고는 할 수 없다. 반면 1인 6표제에서는 매 선거 때마다 가난한 사람의 대표, 노동자의 대표, 청년의 대표, 여성의 대표 등을 선출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과 같은 계층에 속한,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충실히 반영하려고 애쓸 것이다.

손이상 문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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