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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메리카 워스트 (America Worst)

입력
2017.01.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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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근대국가가 태동하면서 국가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찾는 작업이 시작됐다. 도시국가 시절에는 국가를 유지ㆍ강화하기 위하여 지켜야 할 법칙이나 행동기준으로 ‘국가이성’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점차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됐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이 개념이 국제정치 영역으로 편입됐고, 미국 현실주의 학파의 태두인 시카고대학 한스 모겐소 교수 등에 의해 체계화했다. 모겐소는 국가는 ‘힘에 의해 정의된 이익’을 추구하며, 안전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이익이 외교정책의 기본지침이라 했다.

▦ 그는 국가는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적 실체이고, 국제질서는 유엔(UN) 같은 국제기구가 아닌, 국가 간 힘에 의한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의 형태로 유지된다고 봤다. 반면 국가이익의 충돌은 전쟁을 의미했다. 이 이론은 오랫동안 미국 외교정책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미국적 가치, 즉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 등을 확산시키는 것을 국가이익으로 간주했다. 이를 위해 동맹국에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고 미국 시장을 세계 각국에 내준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에 더 많은 이익을 줄 것이라는 확신에 기반을 둔 것이다.

▦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기조 아래 노골적이고 일방주의적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는 강자의 힘을 바탕으로 자유무역에 반기를 들면서 취임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얼핏 플라톤의 ‘국가론’에 등장했던 그리스 철학자 트라시마코스의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며, 강자에게 유익한 것으로 귀결된다’라는 주장을 연상시킨다.

▦ 당장 화약고는 ‘반이민 행정명령’이다.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거부하는 것으로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반인종적, 반종교적 조치로 중동 국가들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 등 서구 동맹국까지 반발하고 있다. 수족관에 메기 한 마리가 출현한 모양새다. 미국은 더 이상 ‘이민자의 나라’가 아니라 ‘백인들만의 나라’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400년 전만 해도 미국은 ‘인디언의 땅’이 아니었던가. ‘America First’를 표방했지만 ‘America Worst’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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