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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저출산–새롭지 않은 새 소식

입력
2018.03.22 14: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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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말 통계청에서 새롭지 않은 새 소식을 내놓았다. 지속적 출생아 감소, 2001년 이후 17년 연속 초저출산율(1.3 이하), 출산율이 가장 낮은 도시로서 서울과 부산, 가장 높은 도시로서 세종시 등이다. 주거와 일자리, 부모가 원하는 보육시설 등 일반적 삶의 질 수준이 낮은 도시의 출산율은 낮고, 높은 지역 출산율은 높다는 점을 서울ㆍ부산과 세종시가 보여준다.

이 분야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늘 듣는 소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지 않다. 그런데 한 해 출생아가 처음으로 40만 명 아래로 내려갔고(35만7천7백 명),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을 보인 2005년의 1.08보다 더 낮은 사상 최저의 합계출산율 1.05는 새롭다. 2005년에는 그래도 2017년보다 가임기 여성 수가 많았기 때문에 1.08의 합계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출생아 가 43만5,000여 명이었다. 그러나 2017년 출생아는 35만7,000여 명으로, 가임 여성 1인당 출산율 0.03 차이에서도 출생아 차이는 약 8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새롭고도 새롭잖은 소식은 내년에도 틀림없이 반복될 것이다. 실은 저출산 대책은 2006년 1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 이후 지속적으로 도입됐고, 관련 예산 확대도 이뤄졌다. 10년 간 투입한 저출산 예산이 100조원이 넘는다는 주장이 근거가 빈약한 선동적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10년 이상 지속되는 정책이 존재하는 것조차 드문 일이다.

1차에서 시작하여 3차에 이르기까지 저출산 기본계획은 다음과 같은 큰 흐름을 보였다. 1ㆍ2차 기본계획은 돌봄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보육료 지원이 저소득층 무상보육에서 시작하여 전국민 무상보육까지 확대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미 낳은 아이’를 전제로 한 정책의 흐름이었다. 3차 기본계획에서는 청년세대의 주거와 취업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원인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시작하였다. ‘낳지 않은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정책 기조였다. 그렇게 해서 2020년에는 합계출산율 1.5를 달성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3차 기본계획에 명시했다. “국가가 이렇게 물량을 투입할 테니 너희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는 7080 세대의 과거 개발독재시대 향수가 배어있는 요구였다.

7080세대의 향수 어린 접근에 2030세대는 비혼과 무자녀 부부 증가로써 답하였다. 당장 내가 경험하는 삶의 질이 형편없고 앞으로 내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오는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출산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삶의 질 전반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정책기조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정책의 명시적 목표 자체를 출산율 제고에 두지 말고 자발적으로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2008년 사무국이 없어짐으로써 수족이 잘린 채 지난 9년간 이름만 남은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가 작년 말부터 사무국 신설과 더불어 본격적 활동을 재개함으로써 형성된 변화 조짐이다. 바람직한 변화이나 2% 부족하다.

삶의 질은 객관적 삶의 조건(소득과 주거 등 물질적 토대)과 주관적 만족도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전자와 후자가 모두 높을 때 삶의 질은 최고 수준이 된다. 전자는 높지만 후자가 낮으면 모순 상황이 발생한다. 일자리와 살 집을 갖게 되어도 ‘시월드’로의 진입에 대한 두려움, 출산 이후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높아진 사회보장 수준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은 지속되는 모순 상황이 빚어진다. 성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우리는 새롭지 않은 새소식을 접하는 데자뷰를 겪을 것이다. 성평등을 전제로 한 삶의 질을 고민할 때 비로소 2%의 부족함이 사라지기 시작하리라 기대해 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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