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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20년 인연 강제로 끊은 ‘박근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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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20년 인연 강제로 끊은 ‘박근혜당’

입력
2017.11.04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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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내가 책임진다” 초강수

친박계는 “제명 무효” 반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위에 무언가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위에 무언가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절연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당원 명부에서 삭제하며, 박 전 대통령과의 20년 관계도 청산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총대를 맸다. 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선 1시간 20분 동안 논쟁이 오갔으나 합의가 되지 않자 회의 뒤 7시간여 만에 홍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제명을 발표했다.

당헌ㆍ당규상 박 전 대통령의 제명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게 홍 대표 측의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을 제명 처분한 근거는 ‘탈당권유의 징계의결을 받은 자가 그 탈당권유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는 당규 21조 3항이다. 시한인 1일까지 박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하지 않았으므로 이미 제명 처리됐다는 것이다.

반면, 친박계는 탈당 권유 징계 거부에 따른 후속 조치가 아닌 별도의 제명 징계 조항을 들어 무효 주장을 펴고 있다. ‘당원에 대한 제명은 윤리위원회의 의결 후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당규 21조 2항인데 당내에서는 친박계가 몽니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청원 의원은 “한국 정치사의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 최경환 의원은 “분열을 가속시켜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층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각각 반발했다. 김태흠 최고위원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홍 대표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며 “갈등과 법적인 분쟁만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의가 잇따르자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고 맞받아쳤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지침으로 삼았던 말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홍 대표의 제명 선언 이후에도 친박계가 강하게 저항을 지속할지는 의문이다. 친박계 내에서도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을 둘러싼 홍 대표의 ‘이중적 태도’는 두고두고 올가미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선 때인 4월 10일 홍 대표는 경북 창녕의 양친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내 선거에서 다소 유리하게 판을 이끌어가려고 이미 정치적 사체(死體)가 된 박 전 대통령에게 출당을 요구해 또다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선을 앞두고 서청원ㆍ최경환ㆍ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의 징계를 풀어주기도 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홍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때 탄핵 심판의 부당성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구속까지 하는 건 과도하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가혹했다”고 항변했다. “(정부 여당이) 한국당을 ‘국정농단 박근혜당’으로 낙인 찍어 보수 우파를 궤멸 시키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홍 대표의 제명 발표로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20년 당적을 정리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그가 당의 구원투수로 전면에 나선 건 2004년 3월 대표로 추대되면서다. 대선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붙은 ‘차떼기당’ 오명과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총선을 치러야 할 처지였다. 이후 ‘천막당사’로 위기를 돌파해 참패가 예견되던 총선에서 121석을 얻었다. 이어 대표로서 2년 3개월 동안 치른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지방선거를 사실상 승리로 이끌며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201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이라는 위기 속에서 대선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이때부터 당은 사실상 ‘박근혜당’으로 재편됐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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