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인생은 짧고, 숙취는 길다

입력
2017.12.15 10:39
0 0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시는 숙취해소 음료수 3

눈부신 아침. 나는 인류의 기원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걷고 마시고 말하며 즐거워하는 ‘호모 마시즘’은 지난밤 과음으로 인해 4족 보행을 하는 유인원으로 퇴화되었다. 나의 손짓은 허공을 가르며 엄마를 찾았다. 입은 “엄마, 북엇국 좀 끓여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엄마의 귀에는 “부그어 부그-어” 신음소리로 들렸다니까.

숙취로 고생하는 와중 나는 깨달음 얻었다. 나의 뇌는 이제 아래와 같은 사고 작용을 한다.

내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술을 줄이거나, 끊어야겠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숙취를 줄이자

그렇게 나는 냉장고를 향해 기어가고 있다. 나를 다시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숙취해소 음료수를 찾아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료수들로도 여명, 컨디션 부럽지 않은 숙취해소 효과를 낼 수 있다.

1. 자연은 토마토·알로에: 숙취계의 교통정리 신호등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준다. 음료 계의 과일장수 웅진 식품의 ‘자연은’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과일이 있을까를 ‘자연은’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 중 토마토와 알로에 맛은 숙취해소용 음료수로 손색이 없다. 토마토와 알로에에는 간의 알코올 분해를 도와주는 아스파라긴산 이 함유되어있기 때문이다.

맛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어서 누가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도 ‘자연은’이 가진 미덕이다. 그래서 명절 선물 등으로 많이 주고받는다. 그러니 우리 집 냉장고 안에 있을 확률이 높다.

2. 초코우유: 내겐 너무 달콤한 숙취

요즘 젊은 사람들은 초코우유로 숙취해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혀를 차며 “아직도 초코우유를 못 떼다니 애송이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치기 어렸던 생각을 반성하며, 냉장고에 한 팩의 초코우유라도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초코우유는 숙취에 좋다. 술을 잔뜩 마신 우리의 간은 알콜을 해소하기 위해 밤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때 수분 부족과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데 초코우유는 이 두 가지를 보충해주는 음료수이다.

초코우유가 숙취해소에 좋다는데, 달콤하고 찌-인득한 고농도의 초코가 목 구석구석을 지배한다면 내 몸 속 씁쓸한 숙취가 어느새 달콤한 추억으로 바뀌는 기분. 아 느끼고 싶다.

3. 갈아만든 배 : Do you know IdH?

세계의 애주가들은 한국인을 만나면 ‘IdH’를 구할 수 있는가 물어본다. IdH를 처음 들어보았다고 당황할 필요가 없다. 그의 정체는 바로 해태음료의 ‘갈아 만든 배’다. IdH와 갈아 만든 배는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아이언맨과 토니 스타크, 마시즘과 동네 편돌이의 관계와 비슷하다. 사실 외국인들이 갈아만든 배의 ‘배’라는 글자를 그냥 영어인 줄 알고 읽었을 뿐이지만.

그만큼 갈아 만든 배의 숙취해소 성능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아서 돌아왔다. 남성잡지 GQ에서는 갈아 만든 배에 이렇게 말한다. “세간에 떠도는 숙취 해소 방법들은 항상 별 효과가 없지만 한국의 이 음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출처: http://www.gq.com/story/korean-pear-juice-hangover-test)
(출처: http://www.gq.com/story/korean-pear-juice-hangover-test)

갈아 만든 배는 배 맛이 나는 주스 중에서 최고의 맛이다. 달콤하고 시원한 배 맛의 음료수는 물론이고, 안에 함유된 배 알갱이들이 혀를 간지럽힌다. 더위를 날리는데도, 두통을 깔끔하게 지우기도 좋다. 마셔본 사람은 엄지를 척할 수밖에 없다. 냉장고에 있다면 두 캔을 마셔야지.

나만 아는 숙취해소 음료수는?

애주가들은 각자 자신만의 숙취해소 음료수가 있다. 물론 실제로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과학적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 업계 용어로 ‘기분 탓’이 주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나만의 숙취해소 음료수는 애주가들의 민음과 신망을 받고 자란다.

네발로 기고 기어서 드디어 냉장고 앞에 도착했다. “내가 누구야? 마시즘이 아니겠어!” 위의 3가지 음료수 중에 하나는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문을 연다.

망했다. 냉장고에는 술뿐이다.

쉐어하우스 제공 (필자: 마시즘) ▶ 원문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