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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 쏠릴라… 세계 최대 조세 회피처 꿈꾸는 라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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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 쏠릴라… 세계 최대 조세 회피처 꿈꾸는 라부안

입력
2016.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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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로 유명한 말레이시아 섬

소득세 3%ㆍ주식배당엔 세금 없어

‘친기업’ 간판 걸고 파나마 대체 나서

라부안을 선전하는 말레이시아관광청 홈페이지의 이미지.
라부안을 선전하는 말레이시아관광청 홈페이지의 이미지.

휴양지로 잘 알려진 말레이시아의 작은 섬 ‘라부안’이 세계 최고의 조세회피처를 꿈꾸며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라부안은 4월부터 낮은 소득세 정책 등을 ‘기업을 운영하기 좋은 장점’으로 내세우며 페이퍼컴퍼니 입지를 찾는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고급차량과 골프장 회원권 등 각종 고가 품목에 대해 거의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사실, 천혜의 휴양지인 점 등을 더불어 강조하고 나섰다.

현재 말레이시아 라부안 지역의 소득세율은 3% 수준. 이곳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린 뒤 세계 곳곳에 투자해 수천억원을 벌어도 최대 3만 링깃(약 90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는 계산이다. 주식투자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는 아예 없다. 라부안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라부안에서 기업을 운영하면 금융 비용이 홍콩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고 말했다.

라부안 섬이 이처럼 조세회피를 원하는 기업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최근 파나마 페이퍼 유출 사건으로 파나마의 역외금융 시장이 위축되면서 새로운 조세회피처를 찾아나서는 기업들이 급증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2015년 라부안의 세계 역외금융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해 룩셈부르크(11.6%)나 유명 조세회피처로 꼽히는 케이맨 제도(4.9%)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이웃 싱가포르(4.3%)나 홍콩(3.8%)에도 한참 못 미친다.

문제는 라부안이 갈 곳을 잃은 조세회피기업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모을 경우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탈세를 노리는 자산가들에 악용되어 사실상 ‘제2의 파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릉도(87㎢)보다 약간 넓은 규모의 라부안(97㎢)에 이름과 계좌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는 2014년 현재 1만1,630개 정도로 추정된다. 2010년 보다 무려 45%나 급증한 수준이다. 이와 맞물려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주는 현지 신탁회사들도 성황이다. 라부안이 겉으로는 ‘투명한 과세’를 내세우며 친 기업환경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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