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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분투기] 첫 번째 방학, 그리고 방학숙제

입력
2016.08.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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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번 주에 큰 아이가 1학년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했다. 어린이집, 유치원의 방학과는 달리 한 달이 조금 넘는 초등학교의 방학 기간은 워킹맘들에게는 두려운 시기다. 방학이 시작하기 몇 주 전부터 주위의 워킹맘들은 정보탐색에 들어간다. “아이들 방학 때 맡기기 좋은 프로그램 없나.” “좋은 캠프나 프로그램 있으면 공유 좀 해주세요.” 하지만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아이를 마음 놓고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드물고, 찾는다고 해도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다. 결국 이래저래 알아보다가 학원의 방학 특강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학교 방과 후나 돌봄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가 학원에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어쩌다 보니 별다른 계획 없이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와 남편의 휴가 기간을 맞춰서 일주일간 가족 여행을 다녀오고, 동네 엄마들과 역할 분담을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에서 하는 특강도 참여하고, 서로 집에 초대하기도 하며 어찌어찌 한 달이 지나갔다. 방학할 때는 몇 개 안 되는 것 같던 방학 숙제도 막상 개학이 다가오니 왜 되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지. 방학할 때는 방학이 두렵고, 개학이 다가오면 개학이 또 두렵다는 같은 반 엄마의 말이 엄청 공감이 간다.

남은 연차도 다 써가며 전시회도 데리고 다니고, 주말마다 놀러 가며 엄마 아빠가 물심양면으로 열심히 노력하였지만, 개학을 맞이하는 아들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방학이 어땠느냐고 물어보니 숙제가 많아서 별로였고, 친구들과도 충분히 놀지 못했다고 투덜댄다. 분명히 많은 숙제는 아니었지만, 아이에게는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개학을 맞이하는 아이의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엄마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분명 방학숙제는 아이에게 주어진 것인데, 막상 마무리하다 보니 엄마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그림일기를 쓰는 것도 옆에 앉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체크해 주어야 하고, 봉사활동 숙제도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가며 기회를 알아보고 일정을 잡는 것도 엄마의 몫이다. 독서록 쓰기도 알아서 하면 좋으련만, 오늘 책을 읽고 적으라고 꼭 집어 얘기하지 않으면 잘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숙제로 주어지는 대부분의 활동에 부모의 관심과 채근과 확인이 필요하다. 바쁜 일정을 쪼개가면서 숙제를 챙겨주다 보면 내가 뭐 하고 있는 것인지 스트레스가 쌓인다. 아이는 개학 전날에야 숙제와 관련한 선생님의 주의사항을 기억해 내고는 울어 버린다.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적당히 포기하고 마무리해서 개학을 맞이했다.

이렇게 방학까지 포함하여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니, 만감이 교차한다.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아들은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교과서를 들여다보고 숙제를 도와주다 보면, 아이들이 혼자 따라가기에는 너무 벅차고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국어 교과서는 기억 니은부터 가르치다가 학기 말이 되면 바로 문장을 쓰기 시작하고, 수학 교과서는 처음부터 이야기로 구성된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 취학 전 한글 떼기는 기본이고 충분한 독해력을 가지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직은 유아 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이 알아서 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시간을 내서 아이 숙제를 챙겨주기 힘든 워킹맘들은 더욱 좌절하기 십상이다. 점점 늘어가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같이 부모가 숙제를 도와주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공부를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이의 숙제가 결국 대부분 엄마의 숙제가 되어 버리는 1학년 때만이라도 숙제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지 않을까. 아이의 본업은 놀이라는데, 아이들이 본업에 좀 더 충실한 방학이 되면 좋겠다. 아이와 씨름하며 방학을 어찌어찌 보낸 한 워킹맘의 한탄이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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