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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먹거리 사고… '불량 양심'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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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먹거리 사고… '불량 양심'을 어쩌나

입력
2014.10.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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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도 '안전'이 화두다. 믿고 산다는 대기업 제품들도 이름값을 못하고 소비자를 기만했다. 동서식품이 대장균이 검출된 제품을 재가공하거나, 크라운제과가 식중독이 검출된 제품을 유통하는 등 식품안전사고가 잇따라 소비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먹거리 논란, 씁쓸한 역사를 되돌아봤다.

● 식품업계도 '안전불감증'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는 모두 문제의 제품이 ‘판매 부적합’ 제품이라는 걸 알고도 판매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동서식품은 충북 진천공장에서 생산된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자체 품질검사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걸 알았지만, 이를 폐기하지 않고 다른 제품과 섞어 완제품으로 재생산했다.

(식약당국 '허술한' 검사가 '대장균 시리얼' 키웠다▶ 기사보기 )

크라운제과도 '유기농 웨하스'와 '유기농 초코웨하스' 등을 자체 품질 검사한 결과 세균량이 기준치를 넘어 판매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이 사실을 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무려 5년간 31억원어치를 판매하다가 적발됐다.

('식중독균 웨하스' 알고도 유통, 크라운제과 임원 등 구속기소 ▶기사보기 )

● 민낯 드러낸 '불량 양심'

밥 대신 자주 먹는 시리얼, 웃돈 주고 일부러 사 먹는 유기농 과자. 믿고 이용하던 대기업들의 먹거리가 불량한 방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단단히 뿔났다. 사태가 커지자 두 기업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문제의 제품을 회수해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제는 불량 양심을 부추기는 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가품질관리제도'에 따라 식품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품질검사 등을 통해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보건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자발적 보고’를 하지 않았다. 자가품질검사를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지만, 부적합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과태료만 물면 되는 처벌규정을 악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제도적 허점 불량식품 방조했다 ▶ 기사보기)

● 반복되는 ‘불량 양심들’

사실 식품업계의 먹거리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1월, 농심의 ‘노래방 새우깡’에서 쥐머리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일명 ‘쥐머리 새우깡’ 사건이다. 농심은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문제의 제품 회수하는 등 조처했다. 그해 3월, 동원F&B는 주력제품인 동원참치에서 칼날이 발견돼 제품을 회수한 바 있다.

2012년, 농심이 라면 수프에 사용한 조미료 가쓰오부시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벤조피렌은 1급 발암물질로,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격 회수 결정을 내린 후 세계 각국에서 라면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식약청이 "포함된 벤조피렌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발표하면서 사태는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흠집 난 ‘국민먹거리’ 한때 전국이 분노 ▶ 기사보기 )

● 불안감 조장한 ‘해프닝’

해프닝으로 끝난 사고도 많다. 대표적인 사건은 삼양라면의 '우지 파동'. 1989년 당시 검찰이 "삼양라면의 원료에 먹을 수 없는 공업용 우지가 포함됐다"고 발표하면서 우지 파동이 시작됐다. 긴 법정 공방 끝에 결론이 내려졌다. 1997년, 대법원은 "삼양은 공업용 우지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지만, 삼양은 씻을 수 없는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2010년에는 ‘쥐머리 식빵’ 파문이 일었다. 한 소비자가 유명 베이커리에서 구입한 식빵에서 쥐머리가 나왔다는 글을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인근 경쟁 매장의 점주가 벌인 자작극으로 밝혀졌지만, 해당 업체는 매출이 급감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식품안전사고는 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어마어마하다. 의혹이 제기되면 언론들의 검증 없는 무분별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소비자들도 자극 받는다. 의혹이 거짓으로 판명 나도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의혹이 검증될 때까지 소비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 넘은 피의사실공표... '우지 파동'에 휘말린 삼양식품의 경우 ▶ 기사보기 )

● 솜방망이 처벌 사라질까?

먹거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한결같다. 비양심적인 업체에 대한 당국의 처벌이 약하다는 것. 소비자들은 식품기업의 범법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불량식품을 국민생활을 위협하는 4대 악(惡)으로 규정해 뿌리를 뽑겠다고 나선 만큼,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 기대도 높아졌다.

이번 사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현재 식약처는 동서식품의 제품을 전량 회수해 검사한 결과 대장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폐기해야 할 제품을 원료로 다시 사용하고 자가품질검사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과태료 300만원과 시정명령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된 검찰 수사는 진행 중이다.

(불량제품 재활용 논란 동서식품 … 식약처 “대장균군 검출 안 돼”▶ 기사보기 )

크라운제과는 식약처로부터 제품 강제 회수 명령을 받았다. 검찰은 크라운제과의 생산담당이사 등 3명은 구속기소, 크라운제과 법인과 전·현직 직원 4명은 불구속기소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식중독균 웨하스' 알고도 유통, 크라운제과 임원 등 구속기소 ▶ 기사보기)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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