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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의 배신] ‘가짜 맛집’ 이렇게 만들어진다

입력
2017.11.29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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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건당 수십만원 받고

업체 자료를 말투만 바꿔 게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초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가짜’ 맛집 후기 광고를 게재하고 있는 김모(30)씨. 직접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지 않고도 바이럴(viral) 업체나 식당에서 보내 준 사진과 정보를 활용해 후기를 쓰는 건 그의 짭짤한 ‘세컨드’ 수입원이다. 직장인인 김씨가 퇴근 후 짬을 내 15분 만에 만들어 올리는 후기의 가격은 건당 10만~15만원. 일주일에 1, 2건씩을 게재해 한 달에 8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린다. “저는 아주 소소하게 하는 편이지만, 이를 주업으로 삼는 블로거들은 한 달에 수천만원씩 벌기도 할 거예요. 많게는 하루에 6건 게재하는 블로거들도 봤어요.”

가짜 후기 탄생기

김씨는 “요새는 식당들이 무조건 파워블로그에 광고를 부탁하기보다는 어떤 블로그가 ‘최적화’ 돼 있느냐부터 따진다”고 귀띔했다. 최적화란 곧 블로그의 품질 지수를 의미하는데, 포털에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첫 페이지에 게재되는 블로그일수록 최적화 지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각 포털 별로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검색어와 연관성 ▦포스팅 개수 ▦꾸준한 관리 정도 ▦블로그 운영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자동으로 순서가 매겨진다.

김씨가 가짜 후기를 쓰게 되는 경로는 이렇다. 바이럴업체들이 고객 식당의 위치나 메뉴 등을 기반으로 포털에 검색을 해 본다. 만약 김씨 블로그가 최적화 돼 있다고 판단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후기를 써주겠느냐고 제안을 보낸다. 계약이 성사되면 업체에서 김씨에게 식당 사진 10매 안팎과 식당 전경, 메뉴, 분위기, 셰프의 태도까지 생생하게 적힌 A4용지 3, 4장짜리 원고를 보낸다. ‘ㅎㅎ’ ‘^^’ 같은 기호나 ‘최고’ ‘흐뭇’ 등 감탄사까지 상세하게 적혀있다. 김씨는 사진과 원고를 배치하고 말투만 본인 스타일로 살짝 수정해 게재한다. 업체는 포스팅을 확인한 후 늦어도 게재 이튿날까지 김씨 계좌로 광고비를 송금한다고 한다.

김씨는 이러한 광고 1건이 탄생하는 데 사진가, 원고 작가, 영업 담당자, 식당 관계자, 블로거까지 많게는 5명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먹으러만 다니는 사람들, 사진 찍는 이들 등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식당이 바이럴업체에 주는 돈은 블로거들이 받는 값의 5배는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1년 전만 해도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자주 사용됐지만, 최근엔 좋은 카메라로 찍어 올린 후기가 인기를 얻는 추세라 몸값 높은 전문 사진가가 다수 활동한다고 전했다.

가짜 후기 피하는 팁

김씨에게 가짜 후기를 피하는 법을 물었다. “요새는 유명한 식당들도 바이럴업체를 끼고 있기 때문에 해당 포스팅이 광고인지 아닌지를 따지기엔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첫마디. 한 때 가짜 후기를 피할 수 있는 키워드로 알려졌던 ‘오빠랑’ 등도 퇴색된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게 전경부터 내부 사진이 지나치게 많거나 메뉴판 설명이 필요 이상으로 자세한 것을 피하라는 게 유일한 팁이라면 팁”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또 다른 맛집 블로거인 대학생 김모(25)씨는 “유명 음식 프로그램 태그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수요미식회’나 ‘맛있는녀석들’ 등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식당들이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여기에 등장한 식당이 아닌데도 포스팅에 해당 태그를 걸어 넣어 네티즌을 ‘낚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같은 음식점의 다른 포스팅을 여러 개 비교해 보고 실제 프로그램 등장 식당이 맞는지 아닌지 검증 절차를 거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직장인 맛집 블로거 문모(27)씨는 ‘블로거 체험단’ 플랫폼(식당과 홍보블로거들을 연결해주는 홈페이지)을 한 번씩 둘러보는 것을 추천했다. 문씨는 “단순히 음식 값을 안 받고 광고를 쓰게 하는 식당부터, 30만원대 광고비를 주고 후기 작성을 부탁하는 식당까지 다양한 종류의 광고 형태를 블로거 체험단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광고를 자주 쓰는 식당이나 블로거 등의 목록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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