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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래연구가 필요하다

입력
2018.05.22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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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격동기를 맞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와 도전을 던진다. 인구와 고용은 줄고 양극화는 심해진다. 지구환경은 악화하고 에너지원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대한민국호가 방향키를 잘 잡기 위해선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미래를 종합적으로 집중 연구하는 기관이 별로 없다. 과학기술, 경제사회 등 분야별로는 미래예측을 간간히 하고 있으나 시야가 넓지 못하고 체계성도 떨어진다. 대한민국호의 항해에서 미래연구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첫째, 미래를 결정하는 두 가지 외생요인을 알아야 한다. 먼저 해류(海流)처럼 도도하게 진행되는 트렌드다. 지구환경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인구추이, 기술발전에는 우리가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이들도 대체로 큰 흐름을 따라간다. 한편 돌발요인도 미래를 결정한다. 항해 시 폭풍우가 이에 해당한다. 트렌드와 달리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터져 나온다. 예컨대 남북통일, 미중 관계 변화, 자연재해, 경제위기 등을 말한다. 경험 많은 항해사가 폭풍우를 예견하듯 돌발요인도 트렌드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의 외생요인을 묶어 충격이 큰 요인과 가능성이 큰 요인으로 구분하여 대응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선정한 세계의 리스크 요인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대규모 난민, 가장 충격이 큰 것은 기후변화 대응 실패였다.

둘째, 외생요인의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예컨대 30년 후 지구의 평균온도 등 분야별 트렌드 예측이 이에 해당한다. 단일 미래보다는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돌발상황 예측은 어려우나 어떤 상황에서 그 발생 가능성이 큰지는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북한에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합의 통일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 같은 분야별 예측 후엔 이를 조합하여 미래의 이미지를 몇 개의 시나리오로 그려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돌발상황을 가정하면 시나리오는 더 늘어난다. 예를 들어 지구온도 상승의 함의는 남북통일 이후 달라진다. 개마고원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미래연구에는 문ㆍ이과를 포괄하는 다양한 분야의 공동연구가 필수적이다.

셋째, 우리 국민이 바라는 미래 모습을 파악해야 한다. 항해의 목적지를 우리가 선택하듯 미래도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예컨대 고세금ㆍ고복지 나라와 중세금ㆍ중복지 나라 중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때 미래세대가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은 쉽게 해선 안 된다. 예컨대 고세금ㆍ고복지를 달성하면 다시 중세금ㆍ중복지로 돌아가기 어렵다. 특히 현 세대가 원하는 미래가 미래세대에게도 환영 받을지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현 세대가 저세금ㆍ고복지를 미래로 선택하면 미래세대는 적자를 떠안아야 한다.

넷째, 미래연구는 현재의 정책에 활용돼야 한다. 미래 연구는 앞날에 대한 궁금증 해소 목적이 아니라 당장의 결정을 위해 필요하다. 예컨대 통일을 고려하면 부가가치세 등 세수 확보가 용이한 세율 인상은 통일 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할 수 있다. 한편 돌발상황에 대한 대응방안도 준비해야 한다. 돌발상황은 신속대응을 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남북한이 예기치 못한 통일 기회를 맞을 경우 남북한을 한시적으로 분리ㆍ운영하자는 방안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미래연구는 미래를 예측하여 현재의 함의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반대로 지금의 정책 결정시 각각의 선택마다 미래 함의를 도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예컨대 현재의 중앙집권으로는 지역간 경쟁시대, 통일한국시대에 대처할 수 없다는 식의 연구이다.

국회에 미래연구를 전담할 연구기관이 곧 출범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연구진 간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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