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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법' 4년째 싸우는 대학사회… 이번엔 시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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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법' 4년째 싸우는 대학사회… 이번엔 시행될까

입력
2015.07.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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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신분 등 실질적인 내용 빠져" 보호대상인 시간강사가 시행 거부

비정규교수들은 자리 위협에 반대… 대학도 교과 과정 재편에 부담감

“교수 자리 하나 얻는 데 1억5,000만원, 3억원…시간강사를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대학 강단에 서던 40대 가장은 그간의 부당 대우를 고발하는 유서만 5장 남긴 채 자신의 방에 연탄불을 피웠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자살 사건. 이를 계기로 열악한 시간강사의 처우가 이슈로 떠올랐고, 정부는 이듬해 부랴부랴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간 ‘아르바이트생’ 취급 받던 시간강사를 학교 직원으로 인정하고, 6개월이었던 계약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은 ‘시간강사법’(강사법)으로 불린다.

2011년 통과된 강사법은 5개월 뒤 시행되지만 여전히 대학 사회는 이 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단 이 법의 보호대상인 시간강사들이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법에 자신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을 교원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교육공무원법, 사학연금법 등을 적용할 땐 강사를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시간강사들은 교육공무원이 아니며, 사립대에서도 교원의 신분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결국 ‘무늬만 교원’으로 인정해주는 껍데기 뿐인 법이라는 주장이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전강노)의 김동애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장은 “계약 기간만 6개월 늘리고 교원 이름만 줬을 뿐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시급제 ‘알바 강사’ 처지인 점은 똑같다”고 비판했다.

시간강사보다 처우가 나은 일부 계약직 비정규교수들은 조금 다른 이유로 강사법에 반대한다. 최소 2~3년 단위로 학교와 연봉 계약하는 이들은 정교수, 부교수 등과 달리 정년이 보장되진 않지만 복리후생과 연구비 등에선 실질적인 교원 대우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강사법이 시행되면 자신들이 대거 해고되고, 그 자리를 시간강사들이 채울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비정규교수노동조합 측은 “시간강사가 교원으로 인정되면 대학은 비용이 적게 드는 시간강사를 고용해 각종 대학평가지표에 포함되는 교원확보율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도 강사법이 달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시간강사 계약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그간 6개월 단위로 편성했던 교과 과정을 재편해야 하는데다 기존엔 학과 차원에서 고용했던 시간강사를 대학 본부에서 공개 채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행정 업무 비용이 늘어나지만 교육부는 이를 대학이 스스로 부담하도록 했다. 2013년 12월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201개 대학 교무처장을 상대로 설문조사했을 때 응답한 79개 대학 교무처장 중 84.8%(67명)가 강사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처럼 강사법은 강사, 교수, 대학 등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그동안 좌초를 거듭했다. 당초 2012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시행이 유예돼 5년째 표류중이다.

그러는 사이 시간강사의 처우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2012년 고려대에서는 한달 수입이 40만원에 불과하던 시간강사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무리하게 강의 시수를 늘렸다가 계절학기 수업 중 쓰러져 사망했고, 한 지방대 시간강사는 생계를 위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자신의 처지를 인터넷에 연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갈등만 지속될 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교육부가 만든 강사법 태스크포스(TF)의 파행 운영이다.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2013년 표류하는 강사법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TF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이후 TF회의가 열린 것은 2년 간 두세 차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강사 단체 측은 참석을 거부해 단 한 번도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비정규교수노조 등 강사 단체는 “교육부 주도로 대학 관계자들과 일부 시간강사들이 폐쇄적으로 회의해 내놓은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강사와 교수 사이의 입장도 첨예하게 나뉜다. 강사법 대신 시간강사 등의 재계약 갱신 조건을 제도화하자는 ‘연구강의교수제’를 일부 교수들이 절충안으로 내놨지만 ‘시간강사의 제도화’라는 이유로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이런 와중에 일부 시간강사들은 강사 지위가 조금이나마 개선된 지금의 강사법을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차례 진행된 TF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 부처에서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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