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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우리 손 떠나는 북핵 문제

입력
2016.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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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된 북한 5차 핵실험

한미동맹 균열로도 이어질 수 있어

한미 새 정부가 정책 확실성 보여야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이전까지와는 근본적 성격이 다르다.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괌 기지까지를 타격권에 넣은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사전탐지가 불가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한미 방위전력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발사체 능력이 확인된 이후의 핵실험이어서 그렇다. 며칠 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실험에 성공해 3, 4년 후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마당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비난성명에 거친 표현이 등장하고 심지어 비장한 모습까지 보인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외교적 상황이 암울하다”며 “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일전불퇴의 의지를 밝혔다.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이례적으로 일주일여 만에 다시 한반도 상공을 날아 비무장지대(DMZ) 가까이까지 접근했다. 지난해 8월 북한의 지뢰도발 때는 우리의 세 차례에 걸친 전략무기 전개 요청을 무시했던 미국이 이번에는 먼저 전폭기 출격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 상원에서는 중국이 제재 대상이 될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존 케리 국무장관 등 수뇌부는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확인하는 발언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나선다. 이쯤 되면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북한의 바람은 대성공이다. 북한의 핵능력을 모른 체하는 ‘전략적 인내’도 실패했음이 분명해졌다.

이런 상황 급변은 단순히 핵실험을 한 번 더 했기 때문이 아니다. 5차 핵실험을 전후한 북한의 ‘사변적 행동조치’가 속속 현실화하면서 북핵이 남북 문제가 아니라 북미 간 문제로 전이되고 확대된 때문이다. 핵문제가 우리의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이 한반도 주변 두 패권국들에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의 입지가 좁아졌다. 익히 알려졌듯, 북핵은 중국의 전략적 카드 중 하나다. 적정한 선에서 관리돼야만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남중국해ㆍ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논란 등 현안이 수두룩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그러나 5차 핵실험으로 북핵은 전략적 효용성의 선을 넘어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당장 사드 배치 반대론이 사라지고, 사드와 함께 중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편입 시도라고 극력 반대해 온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필요성이 급부상한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에도 북핵은 양날의 칼이다. 본토가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물리적 대응과 외교적 접근이라는 극단의 해법이 함께 거론되고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큰 타격이 초래될 수 있다. 추가제재를 강조하는 와중에 거론되는 대화 필요성이 바로 그 뜨거운 감자다. 케리 국무장관은 “당장 필요한 것은 북한이 (핵시설) 동결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등 추가도발을 하지 않겠다는데 동의하는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는 “초기단계 협상에서 북한 핵능력 동결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면서 대화의 문턱을 대폭 낮춘 특별보고서를 제언했다.

핵 무장론과 함께 야당에서까지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는 마당에 북한의 핵능력을 일정부분 인정하는 미국의 신대화론이 우리 정부에 달가울 리 없다. 미국이 백악관까지 나서서 반대하는데도 자체 핵방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미국의 이런 행보를 견제하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핵에 제대로 대처하기에는 한미 양국 정부 모두가 사실상 식물정부라는 점이다. 오바마정부는 이미 용도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박근혜정부도 고작 1년 남짓 남았다. 한미 정부의 ‘끝장 제재’가 몇 달 뒤면 허망한 구호로 끝날 수도 있다. 동맹국의 핵무장 용인,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한미 정부가 김정은의 안중에 있기나 할까.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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