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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소녀 떨게 한 그놈, 지문 검색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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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소녀 떨게 한 그놈, 지문 검색으로 잡았다

입력
2017.09.0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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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미제 강력사건 994건

6개월간 현장 지문 다시 훑어

177명 검거… 91%가 당시 미성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1년 3월 31일 오전 5시20분, 한 남성이 서울 동대문구 한 다세대주택 1층 창문을 넘어 들어가 홀로 잠들어 있던 A(12)양 얼굴에 흉기를 들이댔다. “소리 지르면, 알지?”

가사도우미로 생계를 책임지던 홀어머니는 새벽이슬을 맞으며 이미 출근한 상태. A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불에 돌돌 말린 채 흐느끼기만 했다. 마땅히 훔쳐갈 게 없었던지, 범인은 A양이 내놓은 현금 1만원과 컴퓨터 본체를 들고는 버젓이 현관문을 통해 집을 나섰다. 금전 피해는 적었지만, 소녀가 입은 정신적 충격은 컸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범행장소 주변 폐쇄회로(CC)TV를 살피고 목격자를 수소문했지만 범인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단 하나 단서가 있었다면, 범인이 창문을 넘어 들어올 때 장롱에 남긴 지문 몇 개. 이마저도 경찰청 지문검색시스템(AFIS·Automated Fingerprint Identification System)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이었다. 경찰은 결국 사건을 미제로 남겨둬야 했다.

그로부터 6년 후 경찰이 ‘지문 주인’을 찾아냈다. 피의자는 중국인 최모(37)씨. 외국인이라 내국인 전용인 AFIS에서 찾을 수 없었지만, 경찰이 2014년부터 외국인 지문 정보가 등록된 법무부와 지문전송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최씨 존재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2012년 입국 당시 등록한 지문과 A양 집 장롱에서 발견된 지문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3월 특수강도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청은 이처럼 지문 주인을 찾지 못해 해결이 어려웠던 미제 강력사건 994건의 현장 지문을 올 3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6개월간 다시 검색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건이 482건에 달하고, 이 중 154건에 가담한 피의자 177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177명 가운데 161명(91%)은 사건 당시 지문이 등록되지 않은 미성년자였다. 지문 주인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건 등을 뺀 186건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해결된 154건 가운데는 침입절도가 85건(55%)으로 가장 많았고, 빈차털이(34건·22.1%) 차량절도(23건·14.9%) 성범죄(7건·4.5%) 살인(2건·1.3%)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미제 사건은 매년 현장 지문을 다시 검색해 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를 관할 경찰서에 제공하고, DNA나 프로파일링 등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동원해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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