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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미국을 꿈꿨던 ‘레간자’

입력
2017.05.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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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강하다. 쉿~! 레간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광고 문구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조용한 차라는 이미지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간자는 ‘패밀리룩’ 신차 시리즈의 완결판이었다. 1996년 11월 라노스, 97년 2월 누비라를 발표한 대우자동차는 97년 3월 레간자를 출시하며 4개월 사이에 3개 차종 풀체인지라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 내려갔다. 이들 신차 3총사는 3분할 그릴, 새로운 앰블럼 등을 적용해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elegante’(우아함)과 ‘forza’(힘)이라는 이탈리아어를 조합해 만든 레간자라는 이름은 “소리 없이 조용하고, 우아한 힘을 지닌 자동차”라는 의미를 담았다. 음이 비슷한 한자 ‘來強者’(래강자ㆍ새롭게 다가온 강자)로 풀이하기도 했다.

레간자는 총 투자비 4,000억원을 들여 31개월간 개발한 대우차 독자모델이다. 대우차가 이탈디자인의 자문을 받아 공동 설계했다.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폭스바겐 파사트 등을 경쟁상대로 지목한 야심작이기도 했다. 당시 글로벌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던 최고의 중형차들을 뛰어넘겠다는 원대한 꿈을 담아 개발했다. 김우중 회장은 이 차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꿈은 실현하지 못했다. 그 전에 대우그룹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고급차를 먼저 미국 시장에 투입해야 한다는 게 당시 김 회장의 복안이었다.

레간자의 개발 컨셉트는 ‘한국적인 디자인’과 ‘소리가 좋은 차’였다. 역동적이고 날렵한 유선형 디자인은 한국적인 선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트렁크 라인이 각진 모습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곡선을 채택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중형차의 특징을 잘 살렸다. 한국적인 선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한편 에어로다이내믹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디자인이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레간자는 ‘원 벨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엔진의 각 부분을 하나의 벨트로 구동시켜 엔진 진동에 따른 소음 발생을 억제시켰다. 차체 설계도 소음차단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동력전달소음, 주행소음, 실내 잡소리를 줄이고, 소음의 실내유입을 막는데 역점을 뒀다는 것.

대우가 자체 개발한 D-TEC엔진은 모두 4종류였다. 2.0과 1.8 가솔린 엔진에 각각 DOHC와 SOHC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최고 엔진인 2.0 DOHC는 최고출력 146마력의 힘으로 최고속도 206㎞의 성능을 보였다. 레간자는 고속주행에서 우수한 안정감을 보였고, 광고처럼 실제로도 실내 정숙성이 뛰어나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출시 이후 기아차 크레도스를 누르며 중형세단 2위로 치고 올랐다. 97년에는 월간 판매량 기준으로 중형세단 선두에 오른 달도 있었다. 쏘나타3을 위협하며 선전했지만 대우그룹의 부도를 겪으며 급속히 힘을 잃고 만다. 경쟁사들의 새 모델 투입도 악재였다. EF 쏘나타와 SM5가 등장하면서 레간자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1999년 12월, 대우차는 새로운 중형 세단인 매그너스를 레간자 윗급으로 투입한다. 레간자는 저가형 중형세단으로 자리매김하고 2002년 단종된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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