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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실험견, 안락사 대신 새 삶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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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실험견, 안락사 대신 새 삶을 얻다

입력
2015.09.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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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이 기사는 PC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제작 되었습니다. 기사 원문보기를 눌러 한국일보닷컴에서 기사를 보시면 더 풍성한 내용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Part1. 나는 실험견입니다 : 6세 비글 태백이

“철컹”

2015년 2월 2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반년 전 일입니다. 이 날도 어김없이 철창 문이 열리고, 늘 그랬듯 낯익은 남자가 나를 번쩍 안아 들었습니다. 발가락을 벌려야만 힘겹게 서 있을 수 있는 창살 바닥에서 탈출한다는 해방감도 잠시, 이내 공포가 엄습해 왔습니다.

“오늘도 시작인가.”

나는 미세하게 몸이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 남자가 저를 안고 데려간 곳은 옆방 실험실이었고,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 주사바늘, 형광등 불빛, 철제 수술대와 실험대, 알코올 냄새, 그리고 고통뿐이었으니까요. 맞습니다. 생후 6개월 만에 이곳에 들어와 5년간 똑같은 삶을 살아야만 했던, 나는 실험견입니다.

올해 초 제약회사 실험실의 뜬장에서 지내는 비글의 모습. 바닥이 창살이라 오리처럼 발가락을 벌려야만 서 있을 수 있다.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제공
올해 초 제약회사 실험실의 뜬장에서 지내는 비글의 모습. 바닥이 창살이라 오리처럼 발가락을 벌려야만 서 있을 수 있다.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제공

5년을 매일같이 겪어왔던 일이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고통에 초연해진다는 것, 그게 참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날도 맘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주사바늘 앞에 쫄지 않으리라.

그런데 웬 걸. 문 밖에 나가니 낯선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었어요. 나를 보고 웃어주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오늘은 뭔가 색다른 일이 있으려나 싶었고, 그게 부디 또 다른 고통이 아니길 빌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늘 드나들던 방이 아닌 다른 문이 열렸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형광등 불빛이 아닌 햇빛을, 예전에 맡아보지 못한 상쾌한 공기와 향기를, 네 발로 뛰어다닐 수 있는 넓은 땅을 만나게 된 거죠.

2월 2일 실험실 바깥 세상을 처음 경험한 비글. 연신 코를 킁킁대며 낯선 공기를 들이쉰다.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제공
2월 2일 실험실 바깥 세상을 처음 경험한 비글. 연신 코를 킁킁대며 낯선 공기를 들이쉰다.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제공

기분은 좋지만 무서웠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참, 깜빡할 뻔했네요. 실험실 동기는 저까지 10마리였답니다. 눈치를 보니 동기들도 어리둥절해 하긴 마찬가지였어요. 한 녀석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응가를 해 버릴 정도였다니까요.

누군가 말하더군요. “지금 이 비글들은 사람으로 따지면 태어나자마자 감옥에 갇혀 마흔에서야 세상 빛을 본 거라고.” 어때요? 제 상황이 좀 이해되시나요?

제 오른쪽 귀 안 쪽에 푸르스름하게 남아있는 문신 자국은 제 코드명 같은 거에요. 실험실 사람들은 저를 6자리 번호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새로 만난 사람들이 ‘태백’이라고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다른 동기들에게도 모두 이름을 붙여줬죠. 가야, 금강, 까치, 달마, 설악, 소백, 유달, 주왕, 한라. 새 이름이 낯설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누군가 저와 눈을 맞추며 이름을 불러준 적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거든요.

태백이의 오른쪽 귀 안쪽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문신 자국.
태백이의 오른쪽 귀 안쪽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문신 자국.

우리는 그렇게 실험실을 벗어나 한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몸에 이상은 없는지 검사도 하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도 받고요. 그렇게 2주쯤 지났을 무렵 정말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됐습니다. 바로 지금 저와 함께 살고 있는 형과 누나를 만난 거죠. 그리고 2월 2일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날짜, 2월 17일. 새 가족과 함께 두 번째 삶을 시작한 첫 날입니다.

♥Part2. 태백이의 ‘화양연화’: 반려인 박근덕(33)씨

인생의 3분의 1이 넘는 1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한 핏불테리어 ‘푸’를 떠나 보낸 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선뜻 다른 친구를 곁에 둘 수 없었다. 하지만 공허함이 그리움을 밀쳐내는 것 또한 막을 길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 카페를 통해 실험견 입양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5년간 실험실에 갇혀 지낸 아이란다. 안 그래도 유기견 입양을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실험견에게 진짜 멋진 세상을 보여주는 게 더 보람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한테 병 옮기고 그러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입양 담당자는 자양강장제나 숙취해소제의 임상실험에 쓰였다고, 안심해도 좋다고 했다.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 민주도 힘을 보탰다. 듬직하게 생겼다며 한 눈에 태백이를 점찍은 것도, 사실은 민주였다.

입양면접에서 처음 만난 박근덕씨와 태백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제공
입양면접에서 처음 만난 박근덕씨와 태백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제공

까다로운 입양 심사를 통과했다. 비록 1인 가구에, 뛰놀 수 있는 마당도 없지만 쉬는 날이면 캠핑도 다니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겠노라고 했다.

태백이가 우리집에 온 첫 날. 땅을 딛고 걷는 게 서툴렀고 안아 들면 몸서리를 쳤다. 갈비뼈가 앙상했지만 사료 앞에선 눈치만 살폈다. 실험실의 잔상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쓰러웠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했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애써 누르고 있던 슬픔이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와 뒤섞여 울컥 치밀어 올랐다. 난 태백이를 보듬어 줄 수 없었다. 그게 외려 폭력적일 것 같아 한동안 가만히 지켜만 봤다. 주룩주룩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었다.

2월 17일 태백이가 입양된 첫 날 서서 조는 모습. 박근덕씨 제공
2월 17일 태백이가 입양된 첫 날 서서 조는 모습. 박근덕씨 제공

태백이는 서서 졸았다. 배를 채우니 졸음이 온 모양이다. 처음엔 네발로 서서 자다 휘청거렸다. 그렇게 피곤하면 엎드려 잘 법도 하건만, 엉덩이만 겨우 바닥에 붙이고선 고개가 외로 떨궈지는 와중에도 앞다리는 곧게 편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편히 자는 법을 몰랐던 걸까, 아니면 갑자기 주어진 자유가 낯설어서일까. 이유야 어쨌든 태백이의 조는 모습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새 가족을 맞이한 첫 날의 우리 집은, 웃음꽃은 못 피울 망정 눈물바다가 됐다. 민주는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이나 흐느껴 울었다. 내가 못 견뎠던 공허함 따윈 태백이가 겪었던 고통에 비할 바도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그 때 다짐했다. 세상이 뭔지, 사랑을 하고 받는다는 게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태백이가 근사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태백이와 함께 한 지 나흘 째 첫 캠핑을 떠났다. 뛰는 게 어색하긴 해도 그새 제법 활발해졌다. 다른 종의 개에게 유독 관심이 많았다. 낯설지만 반가웠을 거다. 소형견들에 비해 덩치가 큰 태백이가 작은 친구들 앞에서 몸을 숙여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을 보니 대견했다. ‘이렇게 살가운 아이인데……. 하마터면 세상 누구도 너의 이런 모습을 못 볼 뻔 했구나’ 느낌이 좋았다. 이제 곧 태백이에게도 ‘화양연화(花樣年華ㆍ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가 찾아오리라 기대했다.

4월 3일 포천으로 떠난 세 번째 캠핑 때 박근덕씨 다리를 베고 잠든 태백이. 박근덕씨 제공
4월 3일 포천으로 떠난 세 번째 캠핑 때 박근덕씨 다리를 베고 잠든 태백이. 박근덕씨 제공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캠핑은 계속됐고, 새 삶에 잘 적응해갔다. 처음엔 서서 자던 녀석이, 얼마 전까지‘푸’가 그랬던 것처럼 침대 발치에서 엎드려 잤다. 그리고 이내 침대 위에서 널브러져 자기 시작했다. 진짜 가족이 됐구나 싶었다. 낭패를 거듭하던 변 가리기도 두 달쯤 되니 용케 해냈다. 실험실에선 소위 뜬장(배설물 처리를 쉽게 하려고 지면에서 띄워 놓은 철창)에서 살았기 때문에 배변 습관이 엉망이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집 전체가 지뢰밭일 정도였다.

태백이를 집에 혼자 두고 나설 때 현관문 너머로 들리는 하울링 소리는 매번 그렇게 애잔할 수가 없다. 첨엔 안 그랬는데 친해지고 나서 생긴 행동이다. 반갑지만 짠했다. 마음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뇐다. “괜찮아, 태백아. 금방 올게. 이제 더 이상 네 삶이 외롭지 않게 해줄게.”

♥Part 3. 보고싶다 친구야! : 임시보호인 김경순(53)씨

사람 손만 닿으면 아팠던 애들이다. 철창과 철제 실험대의 감촉이 미치도록 차가웠을 애들이다. 손 위의 사료를 먹지 않는 것도, 사료 그릇이 바닥과 부딪쳐 내는 ‘쨍그랑’소리에 기겁을 하고 꽁무니를 빼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인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에서 실험 비글 6마리를 당분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 이리온 동물병원과 함께 실험견 입양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먼저 가족을 만난 태백, 까치, 금강, 소백이 외 나머지 애들이다. 언제 입양될 지 모르는데다 비글이 중형견이다 보니 동물병원에 마냥 두긴 힘들다. 10년 넘게 유기동물 봉사활동을 해와서 개들이 갈 곳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흔쾌히 맡았다. 더구나 안락사 될 운명에서 운 좋게 비켜선 애들이다.

임시보호인 김경순씨가 가야를 쓰다듬고 있다. 가야의 꼬리가 다리 사이로 말려 들어가 있다.
임시보호인 김경순씨가 가야를 쓰다듬고 있다. 가야의 꼬리가 다리 사이로 말려 들어가 있다.

애들 몰골을 보니 죽지 않을 만큼만 먹여서 키운 것 같았다. 갈비뼈와 꼬리뼈가 툭툭 불거져 있었다. 사흘 동안 맘껏 먹으라고 자율배식을 했다. 먹다 토하고 또 먹기를 반복했다. 운동량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비글들이 첫 3, 4일은 움직이질 않았다. 사람, 특히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유별났다. 실험실 연구원들이 남자였으려니 했다. 가야는 하도 안 움직이길래 안아 올렸더니 그대로 실례를 해버렸다. 계단을 올라는 가도 내려오지 못했다. 다들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그게 비글 여섯 형제들의 첫 인상이었다.

2월 말에 만난 비글들은 그렇게 50여 일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나갔다. 생각보다 훨씬 잘 해냈다. 그 동안 잠시 새 가족을 만났다가 금세 돌아온 아이도 있다. 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5년을 사람 손에 고통 받던 아이들이다. 그리고 열흘만 참고 기다려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을 여는 아이들이다.

다행히 모두 좋은 가족을 만났다. 국내가 아니라 저 멀리 미국 LA에서 만났다. 미국의 실험견 구호 단체인 비글 프리덤 프로젝트(Beagle Freedom Project)의 도움 덕이다. 다들 잘 지낸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다. “거봐, 문제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야.”

국내와 미국으로 입양된 실험 비글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라, 금강, 까치, 설악, 소백, 달마, 가야.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제공
국내와 미국으로 입양된 실험 비글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라, 금강, 까치, 설악, 소백, 달마, 가야.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제공

♥Part4. 실험견에게 새 삶을 허하라

비글은 동물실험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견종이다. 성격이 지나치게 활발해 ‘악마견’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사료비가 적게 들고 좁은 철창에도 잘 적응하는 등의 이유로 간택됐다. 국내 실험 기관들은 대개 중국의 실험 동물 공급 업체에서 실험견을 사들인다.

국내 실험견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에 따르면 실험견은 2012년 6,851마리(83개 기관)가 사용됐으나 이듬해 8,650마리(49개 기관), 지난해 9,967마리(54개 기관)까지 늘었다. 주목할 것은 3년간 실험에 사용된 개의 마리수 증가율(45.5%)이 전체 사용된 실험동물수 증가율(31.5%)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왜 증가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실험기관이 어떤 용도의 실험에 어떤 동물을 사용했는지는 정부에 통보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검역본부는 개의 주요 실험 사용 목적에 대해 “잔류독성 > 약물동태학 > 의료기기 > 암 순이며, 수의과대학에서는 초음파 > 피부 알러지 > 해부학 실습 > 병원균 접종 순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역본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실험견의 상당수는 실험 종료 후에도 건강한 상태로, 일반에 입양해도 큰 문제가 없는 실험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의 실험 종료 동물 처리 규정은 실험견에게 새 삶의 기회를 주기보다 실험 기관이 동물을 손쉽게 처리하는 데 더 용이하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실험 동물이 반려 동물이면, 고통이 뒤따를 경우에만 안락사 시킨다”고 했지만, 실험 주체가 스스로 판단해 처리하고 통보 의무는 없기 때문에 “사실상 100% 안락사”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실험 기관들은 혹시나 입양시켰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덤터기 쓸 수 있으니 건강상태와 관계없이 안락사 시키기는 게 관례다. 태백이 등 10마리 비글처럼 기관으로부터 인계받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한국에서 온 실험 비글 5마리를 환영하는 행사가 미국에서 열렸다. 처음 이동장에서 나왔을 땐 눈치보느라 바빴던 비글들은 간식을 먹으며 금새 사람들과 친해졌다. 비글 프리덤 프로젝트 제공
한국에서 온 실험 비글 5마리를 환영하는 행사가 미국에서 열렸다. 처음 이동장에서 나왔을 땐 눈치보느라 바빴던 비글들은 간식을 먹으며 금새 사람들과 친해졌다. 비글 프리덤 프로젝트 제공

외국 상황은 우리보다 낫다. 물론 비글 프리덤 프로젝트처럼 실험견 구조 활동을 벌이는 단체들의 역할이 크고, 시스템을 완벽히 갖췄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구체적인 입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관에서도 자체 규정을 마련해 입양을 권장한다. 영국 실험동물과학협회(Laboratory Animal Science Association)는 연구와 사례분석을 통해 ‘실험견 입양 지침’을 만들었다. 지침에 소개된 ‘The Animal Health Trust’의 사례를 보면 “실험 동물을 입양해 주는 것이 연구원들의 사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은 실험견을 입양 보내는 것은 동물과 사람, 그리고 연구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줬다”고 적고 있다.

영국 실험동물과학협회에서 제작한 '실험견 입양 지침'.
영국 실험동물과학협회에서 제작한 '실험견 입양 지침'.

또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듀크대, 캘리포니아 주립대, 펜실베니아 대학 등 미국 대부분의 대학들도 실험동물 사후처리와 입양에 관한 내규를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

프랑스의 수의과대학인 The Alfort Veterinary School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2002년부터 8년간 191마리의 실험 비글을 입양시킨 후 적응 상황을 모니터링 한 결과 파양율이 6%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동물보호 단체를 중심으로 ‘사람을 위해 희생한 실험견에게 두 번째 삶을 찾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험견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다.

태백이 입양자의 여자친구인 민주씨는 “개를 진짜 좋아하는 친구들도 실험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뿐더러, 태백이 얘길 하면 어떤 실험에 쓰였냐고 제일 먼저 물어본다”며 “실험견에 입양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조금만 활발해져도, 사람을 위해 희생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 국제기구인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의 이형주 동아시아담당 매니저는 “실험 종료견 입양은 동물뿐 아니라 실험자의 죄책감도 덜어주기 때문에 반드시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정부 기관이 앞장서 한두 마리라도 시범적으로 시행하면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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