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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엄마들 “통학버스에 하차 체크 버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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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엄마들 “통학버스에 하차 체크 버튼을”

입력
2018.07.18 19:30
수정
2018.07.18 22:4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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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하차 확인 조항 있어도

위반 때 범칙금 제재 그쳐

여름철만 되면 방치 사고 반복

운전자가 뒷좌석까지 점검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도입 청원

뒷좌석 선팅 규제 목소리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매년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어린이집ㆍ유치원 통학차량 방치 사고가 경기 동두천시에서 또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을 운전자ㆍ교사의 의지나 느슨한 법령과 지침에만 맡길 게 아니라 통학차량 내ㆍ외부에 관련 장치를 달거나 안전교육을 확대하는 등 실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18일 경기 동두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0분쯤 이 지역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에서 네 살 김모양이 질식사한 채 발견됐다. 김양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다른 원생 8명과 통학차량을 타고 어린이집에 도착했지만, 미처 차에서 내리지 못한 채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동두천시의 낮 최고 기온은 32.3도. 의료진은 김양이 오후 1시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교사들은 수업 종료시간인 오후 4시30분까지도 김양의 출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여름 광주에서 8시간 동안 통학버스에 홀로 방치됐다가 체온이 42도까지 오른 상태로 발견된 후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인 최모(5)군의 사례와 판박이다.

정부는 당시 최군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부랴부랴 어린이ㆍ영유아 통학차량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어린이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후 어린이ㆍ영유아가 모두 하차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보건복지부는 ‘통학버스 표준매뉴얼’에 전년까지는 없던 ‘하차한 어린이가 안전한 장소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다’는 지침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재 수준이 너무 느슨해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개정 도로교통법 상 통학버스 운전자가 운행을 마친 후 아이들이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승합차 운전자는 13만원, 승용차는 12만원, 이륜차는 8만원의 범칙금만 내면 된다. 서울의 한 영유아 영어학원 강사는 “유치원ㆍ어린이집이 대체로 좁은 길을 끼고 있어서, 다른 차들에 길을 터주기 위해 좌석을 일일이 확인할 새도 없이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실용적인 안전 장치 도입을 촉구한다. 일례로 미국ㆍ캐나다 등은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제도를 도입해 통학차량 운전자가 버스 맨 뒤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러야지만 시동을 끄고 차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했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경고음이 크게 울리기 때문에, 운전자는 매번 맨 뒷좌석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도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 도입’ 청원이 게시돼 오후 3시30분 현재 3만573명이 동의한 상태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날 교육부가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다니는 아이가 직영 통학버스(전국 8,332대ㆍ올해 시범사업 500대)를 타고 내릴 때 해당 사실을 학부모ㆍ교사에게 실시간 문자로 전송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대상 범위가 너무 좁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 6,855대에 달하는 유치원ㆍ학교의 전세 통학버스와 전국 어린이집 통학차량은 빠졌기 때문이다. 또 차량 뒷좌석의 윈도우 틴팅(window tintingㆍ자동차 선팅의 정식명칭)이 2008년부터 규제대상에서 제외돼 통학차량의 안전사고 예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통학차량의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차 안에서 아이가 살려달라고 몸부림을 쳐도 밖에서 보이지 않으면 구조를 할 수가 없는 탓이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문제 상황에 놓였을 때 비상벨이나 클락션을 울리는 등 대처법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는 안전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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