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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서 홀로그램 로봇과 우주전쟁… AR이 여는 신세계

입력
2017.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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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

‘혼합현실’선보이며 돌풍

허공에 날씨ㆍ뉴스 정보창이나

환자 심장 3차원 영상 띄울 수도

시설 보수ㆍ조종사 훈련 등 활용

日, 어린이들 AR 교육 주력

소니, 도쿄에 34개 체험장 마련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즈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홀로렌즈 선행연구팀 건물 1층로비에서 정준호 기자가 홀로렌즈를 착용한 채 로봇 게임을 진행하는 가운데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조준하고 있다. 레드먼드=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즈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홀로렌즈 선행연구팀 건물 1층로비에서 정준호 기자가 홀로렌즈를 착용한 채 로봇 게임을 진행하는 가운데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조준하고 있다. 레드먼드=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홀로렌즈 선행연구팀 건물. 시판중인 제품 중 가장 진보된 증강현실(ARㆍAugmented Reality) 기기로 평가 받고 있는 홀로렌즈를 착용했다. 무게 579g으로 고글과 유사한 모양의 홀로렌즈를 머리 크기에 맞게 조절한 뒤 시작을 알리는 동작으로 허공 위에서 오른손 주먹을 쥐었다 펴자 영화처럼 렌즈 너머 현실 위로 메뉴가 나타났다. ‘로봇 대전’ 게임을 선택한 뒤 로비 1층 벽면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느덧 현실의 벽은 로봇이 출몰하는 우주공간으로 변했다. 이어 3차원 홀로그램 로봇들이 눈 앞에 튀어나오면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무의식적으로 피하면서 허공에 대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살짝 붙였다 떼는 ‘클릭’ 동작을 취하자 미사일이 발사되며 로봇을 파괴했다. 긴박한 로봇과의 대전이 펼쳐졌지만 홀로렌즈 너머 건너편에는 현실의 MS 직원들이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MS가 출시한 AR기기 홀로렌즈는 현실과 가상현실의 완전한 융합인 혼합현실(MRㆍMixed Reality)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발에 참여한 여일 MS 홀로렌즈 선행연구팀 박사는 “홀로렌즈의 앞과 옆에 위치한 4개의 카메라와 1개의 적외선 카메라는 현실의 ‘공간’ 정보를 정밀하게 인식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공간 사물들의 크기와 상대적 거리감을 빠르고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착용자가 움직여 시점이 달라져도 불러온 증강현실을 이질감 없이 정확한 위치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S는 앱 연결용 소프트웨어(API) 개방을 통해 다양한 홀로렌즈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홀로렌즈 착용자들은 안방에서 화성을 불러올 수도 있고, 환자의 심장을 눈 앞에서 3차원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허공에 날씨 정보와 축구 중계 영상 등 여러 개의 창을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3,000달러(360만원)로 미국, 영국 등 8개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이 AR기기를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엘리베이터 업체 티센크루프는 홀로렌즈를 엘리베이터 유지ㆍ보수 작업에 사용하고 있다. 정비사가 엘리베이터 보수에 필요한 기능을 홀로렌즈로 미리 학습하고, 실제 작업시에는 노트북을 켜는 것이 아니라 홀로렌즈로 엘리베이터의 과거 고장 이력과 필요한 부품에 대한 정보 등을 불러 온다. 볼보자동차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상의 차를 3차원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전시장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항공(JAL)도 홀로렌즈를 조종사와 정비사 훈련에 쓸 계획이다.

일본은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증강현실 기술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19일 찾은 도쿄 오다이바 ‘소니 익스플로러 사이언스’는 폐관을 앞둔 오후 6시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언뜻 보면 마냥 뛰어 다니면서 장난을 치는 것 같지만 아이들은 소니의 최신 기술로 제작된 34개 증강현실(AR) 시설을 체험하는 중이었다. 입장과 함께 관람객을 맞이하는 150인치 대형 스크린에는 ‘AR 미러’라는 이름이 걸려 있었다. 소니의 카메라 기술과 프로젝터 제품에 AR 기술을 접목, 관람객의 현실 모습에 전통의상, 유명 캐릭터 등의 가상 이미지를 덧씌워 보여 줬다. 스크린에 띄워진 가상의 비누방울이나 풍선을 몸을 움직여가며 터뜨리는 게임에도 아이들은 푹 빠져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 시설 ‘모션 캡쳐 퍼펫’은 사람의 동작을 감지해 동물이나 캐릭터 등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 주는 기기인데, 입을 벌려 웃거나 눈을 내리까는 미세한 표정의 변화까지 담아냈다. 소니익스플로러사이언스 관계자는 “1년마다 콘텐츠를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근 ‘일본과학미래관’에는 보다 고차원의 AR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과학기술진흥기구가 운영하는 이 곳으로 들어서자 천장에 대형 지구 모형이 매달려 있었다. 침대처럼 누울 수 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자 얼굴 바로 앞 모니터에 카메라로 찍은 지구 모형이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실시간으로 전송 받는 지구 데이터가 이 화면에 가상 이미지로 덧입혀지는 게 핵심 기술이다. 화면의 지구 모습 한 곳에 손을 대자 해당 지역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미지와 함께 각종 정보가 표시됐다. 실제 카메라가 담는 현실은 모형 지구본일 뿐이지만 가상의 정보가 올려져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선사했다.

가와사키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바 과학관에서 아이들이 태블릿PC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도록 만든 것도 AR 기술이었다. ‘스마트 시티’ 구축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도시바가 에너지 절감형 시스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코너다. 과학관 벽면의 각종 아이콘을 태블릿PC 카메라로 비추자 아이콘 위로 위치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설명하는 그래픽이 펼쳐졌다. 과학관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AR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렇게 익숙해 진 AR 기술이 첨단 기능을 가진 제품 개발로 이어지며 AR 산업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먼드=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도쿄ㆍ가와사키=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영상 제작=이상환 PD somter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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