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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음원 생태계 교란하는 애플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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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음원 생태계 교란하는 애플 갑질

입력
2017.11.22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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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폰 앱스토어 내부 결제 강요

결제액 30% 수수료로 챙겨

한국 음원업체 PC결제법 알리자

금지 경고장 보내 안내도 막아

#2

자사 애플뮤직 절반 값에 서비스

음원업계 “안방 시장 빼앗길 판”

이달 초 애플이 LG유플러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음악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을 5개월 동안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하자, 국내 음원 업체 관계자는 “해외 거대 사업자의 횡포”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소비자에게도 당장은 희소식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국내 음악콘텐츠 생태계를 무너뜨려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애플이 아이폰에 깔린 앱스토어(소프트웨어 장터) 독점권을 악용해 수수료, 저작권 징수율 등을 자사에만 유리하게 애플뮤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서이다.

21일 음원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과 비정상적인 음원 매출 정산요율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네이버와 구글코리아 사이에서 검색시장을 놓고 국내업체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음원 콘텐츠 업계에서도 해외 기업의 ‘갑질’이 도를 넘어선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우선 애플은 아이폰 이용자가 음악 앱을 이용할 경우 앱스토어 내 결제만 강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앱스토어 내 결제만 강요하는 것은 결제액 중 30%를 애플이 수수료로 가져가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같은 음악을 다운받아도 아이폰 앱에서 요금이 PC나 안드로이드 폰에서의 요금과 차이 난다”고 말했다.

수수료 30% 때문에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인 멜론의 경우도 월 요금(무제한 스트리밍ㆍ30곡 다운로드)이 아이폰 앱에선 15.39달러(약 1만7,000원), PC와 구글 앱에선 1만3,000원이다. 하지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뮤직은 앱스토어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가격 경쟁력에서 애플뮤직이 국내 서비스보다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애플뮤직 월 요금은 월 7.99달러(약 9,000원)다.

국내 음원 사업자들이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PC결제 등으로 전환해 더 저렴한 요금을 내는 방법을 안내하자, 애플은 이를 금지하는 경고장을 발송하기도 했다.

국내 음원 생태계를 위협하는 더 큰 문제는 애플의 저작권료 배분 방식이다. 국내 업체들은 정부 규정에 따라 정가의 60%를 창작자에 지불하고 나머지 40%를 가져간다. 애플은 창작자에 70%를 준다며 자사 정책이 음악가들에게 더 유리한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경우 정가가 아닌 할인판매가 기준의 70%를 지불하는 것이어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게 국내 업체들의 지적이다.

국내 업체는 정가 100원인 음원을 50원에 팔더라도 정가 기준의 60%인 60원을 저작권료로 지급한다. 그러나 애플뮤직은 판매가의 70% 즉, 35원만 지급한다. 음원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애플뮤직이 정가로만 팔면 문제 되지 않겠지만 할인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다”며 “그 할인액은 다 창작자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애플뮤직은 기본적으로 첫 3개월 이용료가 무료이고, 가족 6명이 같이 이용하면 할인율이 75%에 달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창작자 몫 비중을 추가로 낮추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이달 시작한 5개월 무료 서비스에도 국내 업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세계 시장에선 점유율 2위(19%)인 애플뮤직이 한국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국내 질서를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애플 무료 서비스 기간 저작권자 실수령은 ‘0원’에 가깝다는 게 통설”이라며 “수수료와 저작권 문제는 개선하지 않은 채 파격적인 무료 프로모션을 하면 음악 창작자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적어도 안방에서만은 글로벌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규제와 지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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