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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저출산 시대의 교육열 단상

입력
2017.08.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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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36만명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년(40만6,300명) 대비 10%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이처럼 신생아 수가 한 해 10% 이상 감소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인구재앙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국민의 열화와 같은 교육열도 저출산에 일조하고 있다. 자녀를 잘 교육시키겠다는 열망이 저출산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기실 이런 열망을 실현하는 데 자녀를 적게 낳는 건 상당히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녀가 보다 나은 교육을 받도록 뒷받침하기가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저출산이 교육열을 더욱 가열시키면서 저출산이 마냥 심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자녀를 하나 정도만 둔 부모의 입장에선 자녀의 성취에 모든 걸 거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경우 일상화한 불안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아울러 자녀 양육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극심한 경제적 압박과 육아 스트레스에 노출될 개연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올인’식 자녀 양육 행태가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이 같은 ‘올인’식 자녀 양육 행태가 일종의 집단추종을 통해 사회 전반에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자녀를 둔 이들은 물론 아직 무자녀인 신혼부부까지 이런 두려움에 짓눌려 있다. 이 두려움은 쉽사리 해소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에서 남보다 뒤처진 사람의 삶은 늘 고단했고 앞으로도 상황이 특별히 나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잖은 신혼부부가 주변 사람들이 자녀 때문에 애면글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출산을 아예 포기하고 있다. 자녀를 키우는 한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자녀와 비교하며 노심초사해 할 게 두렵기 때문이다. 이미 자녀를 둔 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득권층의 거침없는 교육투자 행태를 접하고 무력감과 위화감을 느끼며 자녀를 더 가질 엄두를 못 낸다. 외환위기 이후에 저학력 여성의 출산력이 급전직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자녀를 최소한으로 낳아 ‘올인’식 투자를 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냉정하게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명문대를 졸업해도 취업이 여의치 않고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예전처럼 성장과 승진의 기회가 많지 않다. 우리 사회가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명문대 졸업장의 사회적 효용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이다. 더욱이 미국 경제학자 브라이언 카플란에 따르면 ‘올인’식 자녀 교육의 경우 아동기에는 다소 성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자녀가 성인기에 진입한 이후엔 그 과실이 대부분 사라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녀 교육에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 건 분명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올인’식 자녀 양육 행태는 자신의 진의와는 무관하게 스스로를 독친(毒親)으로 만들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도 경계해야 마땅하다. 많은 부모들이 영ㆍ유아기부터 자녀를 자신의 욕심대로 양육하면서 자녀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기고 성격 형성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연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초등학생의 잔혹 동시 ‘학원가기 싫은 날’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자라나는 세대의 경우 기대수명이 100세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원자화되고 파편화한 사회에서 의지할 수 있는 동기(同氣ㆍ 형제자매)도 없이 기나긴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온당한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이들에게 동기의 존재는 공감능력이나 배려심을 함양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출산 세대의 삶에서 명문대 졸업장 이상으로 형제자매의 존재가 소중한 이유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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