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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2016년은 한 시대 종말을 알린 해인가

입력
2016.12.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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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이 점령한 시리아 알레포 도심의 폐허가 된 건물에 23일 아이들이 앉아있다.알레포=타스 연합뉴스
정부군이 점령한 시리아 알레포 도심의 폐허가 된 건물에 23일 아이들이 앉아있다.알레포=타스 연합뉴스

2016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2017년 전망은 불확실성에 가려져 있다. 중동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포퓰리즘이 확산하고 있다.

중동에선 시리아의 비극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화해를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추후 평화에 이르는 과정이나 정치적 변화를 겪게 될 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 차이 때문에 이런 시도는 번번이 좌초되곤 했다. 게다가 지난 몇주간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정부군은 알레포 지역 대부분을 다시 차지해버렸다. 한때 시리아 최대 도시였던 알레포가 이제 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됐다.

다가오는 새해, 세계는 시리아의 평화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중동 지역과 국제 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란과 러시아, 터키는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리아 갈등의 정치적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3자회담을 실시한다. 예정대로 열린다 해도 이 회담은 주터키 러시아 대사 암살사건의 여파에 가려 빛이 바랠 듯하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아닌 이 3개국이 그런 협정을 협상한다는 건 아주 놀라운 일이다.

올해 한 가지 긍정적인 진전은 지난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난민 위기 해결을 위한 협정에 서명한 일이다. 터키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터키 난민 300만명을 받아들였다. EU와 터키의 현재 관계가 최상의 상태는 아니지만 양측 사이의 대화는 반드시 내년에도 이어져야 한다. 경제적 상호의존성도 있지만 난민 위기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양측 공동의 관심사가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내년 유럽 정치를 삼켜버릴 것이다. 2017년 3월 영국은 EU 탈퇴의 정식 절차에 시동을 거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EU-영국이 좋은 관계를 이어가도록 하는 협정에 이르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EU 교섭자들은 18개월의 타임라인을 이미 정해놓았다. 아직 많은 것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영국이 유럽 단일시장 접근을 유지하고 싶다면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포함한 ‘EU의 4대 자유’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2017년 유럽 일부 국가들은 총선을 치르게 된다. 여기엔 고립주의,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포퓰리즘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지 모른다는 위험이 있다. EU가 영국처럼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요한 나라를 잃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프랑스처럼 EU 창립 멤버를 잃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EU에 대한 많은 유럽인의 관점은 실제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개선됐다. 하지만 내년 EU 국가들이 맞이할 어려움을 줄여줄 순 없을 것이다. 이 국가들은 세계화와 급속한 기술 혁신처럼 강력한 세계적 힘으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이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함께 서구사회에 포퓰리즘이 급부상하고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트럼프가 내각을 특권 재벌(올리가르흐)과 전직 장성들로 채우고 있는 지금, 그가 워싱턴의 특권 계급을 배제하고 통치하겠다는 약속을 계속 지킬지는 무척 의심스럽다.

차기 트럼프 미 정부는 미지로 가득하다. 하지만 다국가 기관을 거부하는 트럼프의 기존 입장에 미뤄볼 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미국과 EU의 관계는 위험에 처해 있다. 최근 몇 년간 다국간 공동정책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세계적 분위기 속에서 파리기후협정과 이란과 핵 협정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앞으로 그런 빛줄기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우리에겐 강대국들 사이에 전략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 해도 미국이 대만을 배제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계속 고수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트럼프의 발언은 세계 최고 경제 대국인 미ㆍ중 두 나라 사이의 관계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친러시아적 성향을 가진 트럼프 내각의 일부 인사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시리아 내 군사 개입, 동부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 때문에 미국-러시아의 관계 역시 전략적 신뢰가 부족하다.

내년은 특히 유럽에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EU와 미국의 관계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에 대한 상호존중에 뿌리를 둔 채 여전히 단단하게 지속해야 한다. 국제 정치에 긍정적인 소식은 별로 없었지만 격동과 같았던 2016년이 지나고 나면 2017년은 난관과 불확실성의 해가 될 듯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불확실한 것은 올 연말이 평범한 한 해의 끝인지 지정학적 시대의 끝인지 아닌지다.

하비에르 솔라나 전 EU 공동외교안보정책담당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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