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기자

등록 : 2018.03.22 04:40

“한 우물만 파는 일은 위험… 느리지만 폭넓게 시도해요”

등록 : 2018.03.22 04:40

체육인 출신 배우 박재민

평창 스노보드 해설로 인기

“선수ㆍ심판ㆍ번역가 많지만

뚜렷한 정체성은 역시 연기”

배우 박재민은 “진득하게 한 회사에 다닌 내 친구들은 과장 정도의 직급을 달았다면, 여러 가지 분야에 도전한 나는 아직까지 사원인 느낌”이라면서도 “다른 이들보다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배로 걸리지만,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지난달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 방송 중계석에서도 스타가 탄생했다. 여느 때처럼 아나운서 또는 전업 체육인은 아니었다.배우 박재민(36)이었다. 배우 출신 스노보드 해설위원으로 눈길을 끈 그는 시청자들이 경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호평 받았다. 경기를 읽는 방법을 여러 비유를 통해 알려주니 스노보드를 모르는 시청자도 금세 경기에 빠져들었다.

갈채를 받았지만 박재민은 아쉬움도 있다. 2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를 찾은 박재민은 “평창은 열기가 대단했는데, 서울로 돌아오니 체감 온도가 또 다르더라”고 했다. 그는“(또 기회가 온다면) 평창에서 느낀 좋았던 점들을 서울까지 잘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케이블 방송 VJ로 데뷔해 SBS 드라마 ‘내 사위의 여자’, KBS2 ‘왕의 얼굴’ 등에 출연한 박재민은 연예계에서 잘 알려진 체육인이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해 2010년 전국동계체육대회 스노보드 경기에 서울 대표로 참가한 현역 선수다.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국제심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KBS는 박재민의 선수 이력과 심판으로서의 시각, 오랜 방송 경험을 감안해 해설위원으로 발탁했다.

박재민은 해설에 나서기 전 “스노보드를 모르는 사람이 흥미를 갖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어려운 전문용어를 설명하기보다 해외 선수들과 한국이 어떤 인연이 있는지를 얘기하며 시청자가 선수에게 친밀감을 느끼도록 했다. 한 해외 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명동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 이를 언급하며 “한국에 이미지가 좋은 선수인데, 성과가 나오면 더 좋은 드라마가 될 듯하다”고 해설하는 식이었다.

배우인 박재민(오른쪽) 해설위원이 지난달 12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 경기를 해설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스노보드 선수와 배우, 국제심판이라는 이력 외에도 그의 삶은 다채롭다. 고등학교 때부터 비보이를 시작해 비보이 전문 MC로 활동했고, 10년 전부터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무용예술학부 스트릿댄스학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어에도 능통해 지난해 미국 에세이집 ‘사랑이 구한다’를 우리말로 옮겨 번역가로도 나섰다. “느리지만 폭 넓게” 다양한 분야를 시도해왔고, 30대 중반인 지금에야 조금씩 성과를 맛보고 있다.

“한 우물만 파는 건 위험하다”는 게 박재민의 철학이다. “1만 시간 투자하면 누구나 다 하지만, 누구나 최고가 될 수는 없어요. 원했던 목표에 다다르지 못하면 되돌아오기엔 너무 깊게 들어와버리죠. 뭐든 어설프게 도전한 적은 없어요. 늘 최선을 다하고 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제 일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재능을 발휘할 새로운 기회를 잡기도 해요. 해설위원 도전이 그런 경우였고요.”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또렷한 정체성은 역시 배우다. 중계할 때처럼 “좋은 스토리텔러”로 대중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다. 그는 “악역이든 선한 역이든 작품의 이야기가 좋았다는 평이 나올 수 있도록 내용을 잘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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