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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피로 사회… "우리 딸 원서 어디 넣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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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피로 사회… "우리 딸 원서 어디 넣을까요?"

입력
2015.09.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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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전형 종류 줄인 것이 871개

합격보다도 선택이 더 어려워

수시 시즌 수험생·학부모 아우성

정보 격차도 '결정 장애' 부채질

“학교는 버리기로 했어요. 담임 선생님은 아이에게 무조건 하향 지원만 권하네요.”

고3 수험생 자녀가 대학입시 수시전형을 준비 중인 정모(43)씨는 요즘 ‘선택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다. 경남지역의 일반고 이과생으로 기계공학과 진학을 원하는 딸의 내신성적은 1.61등급.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학생부 교과전형 지원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지난 6월 수능 모의고사에서 수학과 과학이 상대적으로 낮은 5등급이 나와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정씨는 수시에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딸의 수시 지원 기회 6번을 최대한 살릴 생각이다. 막상 지원을 코앞에 두고 보니 복잡한 입시요강에 패닉 상태다. 딸의 내신은 상위권 대학에 교과성적을 100% 반영하는 학생부 교과전형 외에도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논술ㆍ면접ㆍ적성검사 위주의 수시 전형 등에 모두 지원할 조건은 된다. 그렇지만 비슷한 성적 분포대의 학생들이 경쟁하는 구조에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자기소개서가 걱정이다. 딸이 학생부 교과전형 지원을 염두에 둔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됐다. 경쟁자간에 내신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소개서는 중요한 합격 기준이다. 학교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정씨의 딸은 자기소개서를 4개 버전으로 준비했다. 지원학교를 정하는 대로 이 틀 안에서 수정해 제출하기 위해서다.

한때 3,678개에 달해 대학의 전형료 폭리 비난을 샀던 대입전형은 올해 871개(한국대학교육협의회 기준ㆍ전국 215개 4년제 대학 전형방법 총합)로 정부 간소화 기조에 따라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경남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정씨는 “복잡다단한 대입 전형이 정보격차와 좌절감만 느끼게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씨는 수도권과 광역시에만 집중되는 입시설명회 참석을 위해 부산으로 당일치기 원정도 여러 번 다녀왔다. 학교에서 얻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서울 대치동 입시 컨설팅도 알아봤지만 비용 문제와 함께 딸이 공부 시간을 뺏길까 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수시전형이 대학의 자율성과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지만 복잡함에 따른 선택피로를 호소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태반이다. 적정 수준 이상으로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혼란은 가중되고 결정이 어려워진다는 학계의 실험결과에 딱 부합하는 게 지금의 입시 전형이다. 더욱이 대도시와 중소도시ㆍ시골간의 정보 불균형은 물론이고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마저 초래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 대치동 입시컨설팅 업체의 수시전형 컨설팅은 50만~100만원선에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경우 장기적인 스펙 관리를 하기 때문에 1,000만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생부 종합전형은 나도 다 파악을 못할 정도로 전형 절차가 두루뭉술하고 대학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돼 고액 컨설팅을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어쨌든 선택의 폭이 넓은 상황에서 결과가 나쁘면 결국 부모의 정보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으니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며 “그래서 경제력 있는 집에서 고액 입시 컨설팅을 이용하나 보다”라고 씁쓸해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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