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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 1600만원… 폐교못한 은혜초의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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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 1600만원… 폐교못한 은혜초의 협박

입력
2018.02.28 16: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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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당 397만원, 기존의 2.5배

NEIS 학적 유지 학생 132명인데

학교측 잔류희망학생 설문 토대

35명으로 줄여 수업료 산출

학부모들 “폐교 염두해 둔 몽니”

서울시교육청 “법적조치 검토”

은혜초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학부모 제공
은혜초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학부모 제공

“분기당 수업료가 397만원이면 연간 1,600만원이에요. 학교가 폐교를 염두에 두고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죠.”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 적자로 폐교를 추진하다 철회한 서울 은혜초등학교가 올해 분기당 수업료로 397만원을 제시하면서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새 학기 정상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비용 부담을 지워 사실상 폐교를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서울시교육청과 은혜초 학부모들에 따르면 학교 측은 3월2일 개학을 앞두고 지난 21일 가정통신문을 보내 2018학년도 분기당 수업료로 397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급식비와 예체능 교과활동비, 스쿨버스비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기존(160만원)의 2.5배 수준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1,588만원에 달하는데, 4년제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인 739만9,000원(지난해 기준)보다도 2배 이상 많다.

수업료가 이같이 산출된 배경에 대해 은혜초 측은 “학교 잔류 희망 학생이 35명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정통신문을 통한 설문조사 결과 학교를 지속적으로 다니겠다는 학생은 13일에는 35명(새 학기 기준 2~6학년), 20일에는 8명으로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학생 수 파악이 어려워 우선 35명을 기반으로 산출한 수업료를 받고, 20일 조사대로 8명이 잔류할 경우 분기당 1,738만원으로 높여 추가금을 내라”는 게 학교 측의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수업료는 무려 6,952만원으로 치솟는다.

학부모들은 “정상화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으려는 학교 측의 만행”이라고 지적한다. 사립학교 운영비는 모두 학생들의 수업료로 충당되는 만큼 잔류학생이 줄어들수록 수업료가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수업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잔류학생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상 전학을 가지 않고 은혜초에 학적을 유지하고 있는 학생은 132명(기존 재학생 235명)이다. 한 은혜초 학부모는 “사립학교 학생의 경우에는 NEIS에서 다른 학교로 학적을 이관하면 방학 기간이라도 남은 수업료를 환불 받을 수 있는데, 하루 당 약 3만원을 부담하면서도 계속 추이를 지켜본다는 것은 132명이 모두 은혜초 잔류 의지가 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식적으로는 정상화를 주장하면서도 제대로 된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은혜초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청과 은혜초 간 학교 정상화 협약에 학부모 의사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수업료 과다 책정 등의 행태는 무단 폐교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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