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 올릴 때 판매 감소율 전망… 기재율 34%·국회 20% 제각각
법인세 비과세 등 폐지 효과 연간 5000억에 그쳐 형평성 논란
여야가 정부 원안대로 담뱃값을 현행보다 2,000원 인상하기로 28일 전격 합의하면서 9월 정부 발표 이후 끊이지 않던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논란에 일단 종지부가 찍혔다. 하지만 담뱃세 인상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연구 기관에 따라 그 편차가 2, 3배에 달할 정도로 제각각이다. 특히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세수 전망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30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에 따른 담배 판매 감소율이 34%, 연간 15억갑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 3명 중 1명이 담배를 끊거나, 흡연량을 3분의 1 가량 줄일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분석은 전혀 다르다. 담배 판매 감소율이 20%, 9억갑에 불과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담뱃세 인상에 따른 내년 담배 세수 증가 전망이 2조8,112억원(기재부), 5조456억원(예정처)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연구 결과는 이 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다. 보건사회연구원의 경우 비록 전화 설문을 토대로 한 연구이기는 하지만 2009년 담뱃값이 2,000원 오를 경우 담배 판매량이 53% 감소할 거라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으며, 이명헌(한림성심대)ㆍ성명재(홍익대) 교수가 2002년 담배가격 변동에 따른 탄성치를 분석한 결과를 적용하면 2,000원 인상 시 판매 감소율은 4.6%에 불과하다.
이런 엇갈린 분석에 따라 담뱃세에 신규 도입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소방안전교부세가 얼마나 걷힐지를 두고도 전망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여야는 인상된 담뱃값(4,500원 기준)의 13.2%를 차지하는 개별소비세 가운데 20%를 소방안전교부세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기재부의 세수 전망에 따르면 소방안전교부세가 3,400억원이 걷히게 되지만, 예정처 기준을 준용하면 이보다 900억원이 더 많은 4,300억원이 걷힌다.
정부가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세수 전망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담뱃세 인상이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서민 증세’라는 점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판매 감소율을 높게 잡았다는 얘기다. 특히 담뱃세 인상에 합의해주는 대신 야당이 얻어낸 것으로 평가되는 법인세 비과세ㆍ감면 항목 일부 폐지의 세수 효과는 연간 5,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형평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가격 요인 외에도 경기가 나빠질 수록 담배 소비량이 늘었던 과거 추세 등을 고려하면 예정처 전망이 좀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면서 “공신력이 떨어지는 세수 전망치 탓에 이를 바탕으로 추진된 여야 합의도 빛이 바랬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 조세소위는 이날 당초 정부가 종가세로 매기기로 했던 개별소비세를 종량세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종량세로 확정되면 2,500원짜리 담배 값의 인상폭(2,000원)에는 변함이 없지만 2,300원 오를 예정이던 3,000원짜리 담배의 인상폭은 200~300원 정도 떨어지게 된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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