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선 기자

등록 : 2017.04.12 04:40
수정 : 2017.04.12 04:40

호텔 같은 욕실의 변신, "욕실도 방이다"

오래 머물며 쉬고 싶은 공간 '리빙 배스'

등록 : 2017.04.12 04:40
수정 : 2017.04.12 04:40

게티이미지뱅크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아니면…”

“으악!” 화장실에 숨어 있다 나타난 귀신이 휴지 색깔에 대한 개인의 취향을 시험하는 척 하다가 결국 심장을 오그라들게 한다는 무서운 이야기의 고전.

화장실은 그렇게 변기에서 불쑥 손이 나올 법한 퀴퀴하고 음침한 곳이었다. 주거 문화가 확 바뀐 아파트 시대에도 화장실은 씻고 싸는 생리적 욕구만 채우면 그만인 기능적 공간이자 인테리어 사각지대였다. 물 콸콸 나오고 시원하게 내려가면 최고로 쳤다.

최근 들어 화장실의 개념이 달라졌다. 오래 머물며 쉬고 싶은 ‘또 하나의 방’이 됐다. 어감이 변소에 가까운 화장실(化粧室)보단 욕실(浴室)이라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럽다.

화장실 아닌 ‘리빙 배스(Living Bath)’

인테리어의 완성은 욕실. 시장 조사가 귀찮거나 감각에 자신 없다면, 욕실 리모델링 패키지 제품이 있다. 공사 기간은 3~5일, 비용은 욕실 하나에 200만~500만원대. 대림 바스, 한샘 바스, 이누스 바스 등 업체마다 스타일과 공사 방식이 다르다. 사진은 대림 바스의 내추럴 바움 라인.

패션의 완성이 신발이라면, 요즘 인테리어의 완성은 욕실이다. 욕실에 힘 주는 인테리어가 대세다. 욕실 산업 시장도 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욕실 시장이 매년 20%씩 커져 지난해엔 3조5,000억원 규모였다”며 “올해는 4조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들이 욕실에 돈 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 없이 화려하지만 화장실은 없는 베르사유 궁전을 지은 이들이 들으면 어리둥절해할 이야기다.

대가족이 욕실 하나를 공유하는 건 그야말로 옛날 풍경이 됐다. 욕실은 ‘나만의 사적인 공간’이다.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는 20평형대도 욕실 두 개짜리가 많다. 욕실 토털 브랜드 ‘대림 바스’ 민지영 선임 디자이너는 11일 “아내와 남편 사이에도 욕실을 따로 쓰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거실 욕실은 평범한 욕실로 쓰고, 안방 욕실은 욕조나 샤워부스를 없애 건식 파우더룸 공간으로 꾸미는 게 트렌드”라면서 “안방 욕실 벽을 터서 호텔처럼 세면대나 이동식 욕조를 방 안에 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샘 바스'의 하이 바스 루나.

회사원 박지영(44)씨에겐 안방 욕실이 빨간머리 앤의 다락방이자 톰 소여의 오두막 같은 공간이다. 그는 “씻는다고 말하고 들어가면 시부모님도 아이들도 나를 좀처럼 찾지 않는다”며 “며느리와 엄마의 일상에서 탈출해 완벽하게 혼자가 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장소”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에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이 그렇게 길었던 걸까. 박씨처럼 욕실에서라도 100%의 고독을 즐기려는 이들은 의자ㆍ탁자 등 가구와 러그, 블루투스 스피커 같은 전자 기기, 그림 액자로 욕실을 꾸민다. 예전엔 ‘암모니아 냄새가 뇌를 자극해 뭐든 잘 외워진다’는 속설을 믿은 수험생들이 화장실에 틀어박히곤 했다. 이제는 조용히 나를 찾으려는 이들이 향기 나는 욕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화장실에서 뭔가를 먹는다는 건 비위 상하는 일이었지만, 욕조에 몸을 담그고 와인이나 허브차를 마시는 것도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요즘 분양하는 소형 아파트는 욕실 두 개짜리가 많다. 왼쪽은 1995년에 입주한 GS건설의 경기 일산 후곡마을 20평(66㎡)형 아파트 평면도. 욕실이 하나다. 2018년 입주 예정인 18평(59㎡)형 방배아트자이는 욕실이 두개다. GS건설 제공

인테리어의 완성, 안락하고 세련된 욕실

국내 아파트 욕실 면적은 보통 1평(3.3㎡) 안팎. 공간이 워낙 좁고 위층, 아래층과 연결된 배관 때문에 마음껏 디자인하기 어렵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대표의 조언을 곁들인 팁.

①어두운 타일을 깔고 간접 조명을 설치하면 공간이 넓어 보이고 호텔처럼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난다. 밝은 색 바닥 타일은 관리하기 어렵다.

②욕실 용품도 다이어트 하자. 막힌 변기 뚫는 뚫어뻥(플런저)이나 누런 변기 솔은 제발 감추자. 욕실 소품의 색은 한 두 가지로 통일하자.

③세면대와 변기 디자인도 중요하다. 선이 단순하고 요철이 없는 단순한 모양을 골라야 욕실이 넓어 보인다.

소품으로 욕실을 우아하게 바꿀 수 있다. 빨래 바구니, 샴푸 통, 비누 받침도 디자인을 골라 사는 게 트렌드다. 왼쪽은 까사미아, 오른쪽은 이노메싸 제품.

④컬러 수전을 설치하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흔히 쓰는 스테인리스 수전보다 관리는 어렵다.

⑤욕실이 좁다면 욕조를 과감하게 포기하자. 반신욕 마니아라면 이동식 욕조를 베란다에 뒀다가 써도 된다.

⑥식물과 액자, 패브릭을 활용해 욕실에 옷을 입히자. 이른바 욕실 드레싱. 식물은 잎이 넓은 수경 식물이 좋고, 액자는 유리를 끼워야 그림ㆍ사진이 울지 않는다.

⑦인테리어의 기본은 청결. 타일과 변기, 세면기는 베이킹소다ㆍ식초ㆍ물을 섞은 친환경세제로 닦고, 곰팡이가 잘 끼는 실리콘과 타일 줄눈은 락스로 청소한다. 환풍기는 눅눅한 냄새의 근원지. 환풍기 날개를 정기적으로 뜯어서 물로 씻자.

경기 김포의 20년 된 82㎡(25평) 아파트 욕실 리모델링 전(왼쪽)과 후. 곰팡이와 물때 천지였던 욕실이 사흘만에 변신했다. 대림 바스 모노 끌로에 라인.

‘호텔 같은 욕실 로망’을 읽은 기업들은 욕실 리모델링 패키지 제품을 내놨다.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게 욕조, 샤워부스, 변기, 세면기, 타일, 천장, 조명까지 싹 뜯어내고 새로 바꿔 준다. 비용은 욕실 하나당 200만~500만원 대에 공사는 보통 3~5일 걸린다. 대림 바스, 한샘 바스, 이누스 바스 등 업체마다 스타일과 공사 방식이 조금씩 다르니 꼼꼼히 따져 보자. 전셋집이거나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타일 줄눈과 실리콘을 정리하는 코킹 작업이나 타일에 방수 페인트 칠하기, 타일 코팅 등 저렴한 대안이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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