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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딩크 말고 우리도 있다" 해외에서 사랑 받은 한국 축구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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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딩크 말고 우리도 있다" 해외에서 사랑 받은 한국 축구 감독들

입력
2018.02.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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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이 현지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는 대표팀을 환영하는 카퍼레이드 행사가 열렸고 쩐 따이 꽝 베트남 국가수석은 박항서 감독에게 3급 노동 훈장까지 수여했다. 축구 변방 베트남을 단숨에 아시아의 강호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12위에 불과하고, AFC U-23 챔피언십 대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같은 D조에 속한 한국, 호주에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의 지휘 아래 베트남은 8강에 진출했고, 이라크, 카타르를 연파하며 동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부임 4개 월 만에 마법을 보여준 박항서 감독에게 베트남 국민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 축구팬들도 박 감독을 쌀이 명물인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의미로 ‘쌀딩크’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박항서 감독 이전에도 해외 무대에서 ‘코리안 매직’을 이끈 축구인들이 적잖다. 열정과 지도력을 바탕으로 낯선 이국 땅에서 소속팀을 성장시켰고, 팀과 현지 팬들에게 인정받았다. 한국 축구의 저력을 알린 주인공은 이장수, 김신환, 김판곤, 윤정환 감독이다.

▦’지독한 원칙주의자’ 이장수

이장수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장수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장수 감독은 ‘팀이 최우선’이란 원칙을 철저히 고집한다. 이름값 있는 선수도 팀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으면 뽑지 않는다. 선수 기용 문제로 구단과 갈등이 발생해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일도 있지만 자신의 원칙을 고집하면서도 성적을 냈다. 그 결과 그는 중국 슈퍼리그에서 성공한 지도자로 손꼽힌다.

1998년 이장수 감독이 충칭 룽신(현 충칭 리판)의 감독이 됐을 때 팀은 막 1부 리그에 승격한 상황이었다. 팀의 목표는 1부 리그 잔류였다. 그러나 그는 부임 첫해 팀을 7위로 끌어올렸고, 두 번째 시즌에 충칭은 4위로 점프하며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다음 해도 팀은 4위로 시즌을 마쳤다. 2000년에는 FA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려 정점을 찍었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이장수 감독은 칭다오 피지우, 베이징 궈안, 광저우 에버그란데 FC, 청두 티엔청, 창춘 야타이 등의 감독을 지냈고, 중국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맨발로 이룬 꿈’ 김신환

김신환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신환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배우 박희순, 고창석이 출연한 영화 ‘맨발의 꿈’은 김신환 동티모르 대표팀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동티모르라는 나라를 국내 축구 팬들에게 알린 것도 그의 공이 크다. 17년째 동티모르에서 활동 중인 그는 유소년팀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관리할 만큼 현지에서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

축구 불모지에 축구를 알렸다는 사실만으로 그가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김신환 감독은 우승이라는 성과까지 냈다. 2004년 일본 히로시마 리베리노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동티모르에 우승을 안겼다. 홈팀 일본을 상대로 4대2의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변변한 축구화도, 경기장도 없는 지역에서 훈련했고, 항공료가 없어 대한축구협회 등의 지원을 받아 대회에 출전한 동티모르 팀이 거둔 기적이었다.

여전히 “동티모르를 위해 노력할 것이 많다”는 김 감독은 동티모르에서 체계적인 팀 관리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 ‘홍콩의 매직판곤’ 김판곤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 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 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에 선임된 김판곤 감독은 ‘홍콩의 히딩크’로 평가받는다. K리그 전북 현대를 떠나 홍콩 클럽 인스탄틱(현 더블 플라워)에 입단한 김판곤 감독은 2002년 불러 레인저스로 자리를 옮겨 감독과 기술고문직을 맡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사우스 차이나 지휘봉을 잡은 그는 팀을 리그 우승시키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년 뒤 홍콩 U-23 대표팀을 거쳐 성인 대표팀 사령탑까지 올랐다. 현지 축구 관계자들은 김판곤 감독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홍콩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중책까지 맡겼다. 홍콩 팬들도 그에게 ‘매직판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애정을 보였다.

김판곤 감독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게임에서 홍콩을 16강에 진출시켰고, 작년 3월에는 성인 대표팀을 이끌고 러시아월드컵 3차 예선에서 4승 2무 2패로 3위를 기록했다. 비록 월드컵 본선 진출엔 실패했지만 약체로 분류됐던 홍콩을 새로운 팀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사카판 오니(귀신), 윤정환

윤정환 세레소 오사카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윤정환 세레소 오사카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세레소 오사카에서 선수로 뛰었던 윤정환 감독은 세레소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축구인이다. 2001년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됐을 때 그는 다른 팀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세레소 잔류를 선택했다. 그리고 다음 해 팀을 곧바로 1부 리그로 승격시키는데 힘을 보탰고, 지난해엔 감독으로서 팀을 우승시켰다.

윤정환 감독은 지도자로서 일본 축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8년 사간도스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뒤,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윤정환은 2010년 감독대행, 2011년 감독으로 부임했다. 감독 부임 후 12년간 2부 리그에 머물던 사간도스를 1부 리그로 승격시켰고, 리그 5위, 일왕배 4강으로 이끄는 등 팀을 상위권에 안착시켰다.

이후 K리그 울산 현대 감독(2014년~2016년 11월)을 지내고, 2017년 세레소 오사카로 자리를 옮긴 그는 르뱅컵(J리그 컵대회)과 일왕배 우승, 리그 3위의 성적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팬들은 그를 ‘오사카판 오니(귀신)’란 애칭을 붙일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홍인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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