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수현 기자

등록 : 2017.06.28 04:40
수정 : 2017.06.28 13:17

먹고 자고 돈 버는... 이게 바로 ‘계이득’ 하우스

스테이크 굽는 남편과 커피 내리는 아내가 지은 양평 므드집

등록 : 2017.06.28 04:40
수정 : 2017.06.28 13:17

양평 므드집은 스테이크 굽는 남편과 커피 내리는 아내가 함께 지은 레스토랑 겸 집이다. 1층엔 식당이 2층엔 부부의 집이 자리잡고 있다. 노경 건축사진작가 제공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주거공간

게스트룸 꾸며 에어비앤비 임대

한옥 디테일에 중정 설치해 ‘운치’

비용 많이 드는 스파 대신 사우나

툇마루서 빗방울 보는 그맛이란…

과거 동네 슈퍼마켓에 가면 쪽방문을 밀고 나오는 주인을 볼 수 있었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보였던 단칸방 풍경이 우리에게 어떻게 남았는지 몰라도, 일과 삶의 분리는 웰빙 시대 주거의 표상처럼 자리 잡았다.

올해 4월 경기도 양평에 문을 연 므드집은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레스토랑 주인 부부가 사는 집이다. 일터 한 켠에 삶을 구겨 넣었던 과거와 달리, 이들은 삶의 공간이 완벽한 휴식처가 되길 원했다. 그리고 거기서 흘러나온 여유가 일터로도 이어지길 바랐다. 살면서 돈 버는 집. 므드집을 설계한 B.U.S 건축사무소의 박지현ㆍ조성학 건축가는 이런 집들을 ‘계이득 하우스’라고 부른다.

2층 거실 천장에 설치된 플라잉 요가 시설. 10년 간 직장인으로 살았던 부부는 미친 듯이 일하는 삶과 미친 듯이 노는 삶의 중간,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찾았다. 노경 건축사진작가 제공

2층 중정에서 바라본 거실 풍경. 툇마루와 처마, 와편 등 한옥의 디테일을 곳곳에 사용해 정서적으로도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노경 건축사진작가 제공

“처음 건축주가 의뢰한 게 ‘경제활동이 가능한 집’이었는데, 마침 저희가 하던 작업과 비슷한 면이 있었어요. 요즘 젊은 건축주들은 삶의 질에 관심이 많고 라이프스타일이 확고합니다. 복잡한 상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장사하는 것보다 자기 건물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하며 사는 걸 선호해요. 주거와 생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고, 건물주로서 공간을 24시간 점유할 수 있으니 ‘개이득’이 아닐 수 없는 거죠.”

‘개이득’은 매우 큰 이득을 강조하는 요즘 속어다. 건축가들은 ‘개’를 ‘맺을 계(契)’로 바꿔 ‘양성화’했다. 양평 므드집은 계이득하우스의 개념을 온전하게 보여주는 B.U.S의 첫 결과물이다.

부부는 한 직장에서 일한 동료 사이다. 아내는 웹디자이너로, 남편은 마케터로 일하던 그들은 10년 차에 접어 들면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일했지만 계속 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럼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데 재취업 보다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보기로 한 거죠. 처음엔 카페를 생각했다가 현실을 고려해 레스토랑으로 바꿨어요.”

마침 아내는 커피에, 남편은 스테이크에 일가견이 있었다. 이미 상권이 형성된 곳에 가게를 내는 것도 생각했지만 권리금과 보증금을 계산하니 “아예 건물을 짓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수도권 아파트에 살면서 가게를 추가로 내는 건 부담이 너무 커요. 차라리 한적한 곳에 집과 가게를 합쳐서 지으면 월세 부담도 없고 여유 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10년 간 치열하게 일한 부부에게 번화한 상권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이 원한 것은 ‘완벽한 쉼’이다. 재직 때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휴일 없이 한 달 내내 일한 적도 많다. 아내는 그게 “싫진 않았다”고 말한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삶도 제겐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건강을 해치니까 싫어지더라고요.” 휴가도 마찬가지였다. 실컷 놀겠다고 해외 리조트를 잡아 종일 수영만 해봤지만 일주일도 가지 않아 시들해졌다. 미친 듯이 일하고 미친 듯이 노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삶, 결국 부부가 택한 것은 “매일 쉬는 삶”이다.

레스토랑은 정식으로 열기도 전에 주5일 영업을 못박았다. 나머지는 부부의 시간이다. 완벽한 쉼을 책임져줄 주거공간을 구상하다가 이 겁 없는 부부는 ‘한가운데 수영장이 있는 집을 상상했다. “외국 저택의 큰 풀장 말고 스위밍 스파(swimming spa)라고, 물이 계속 회전해서 수영과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스파가 있어요. 저희 둘 다 수영을 좋아하고 가게에서 하루 종일 서 있으면 다리도 아플 테니까 스파를 놓자고 했었죠.”

중정에서 바라본 사우나(왼쪽)와 별실. 원래 서재로 계획했던 별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객들에게 임대하고 있다. 노경 건축사진작가 제공

완벽한 휴식을 위한 비장의 무기, 사우나. 작지만 만족도는 집 안 어느 공간보다 크다. 사우나를 한 뒤 툇마루에 앉아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을 보는 것이 부부의 낙이다. 노경 건축사진작가 제공

“한가운데 수영장이 있는 집!”

스파를 향한 부푼 꿈은, 그러나 시공과 비용의 문제로 무산됐다. 대신 찾은 것이 사우나다. 중정을 기준으로 한쪽엔 거실과 침실, 반대 쪽엔 사우나와 별실이 자리 잡았다.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건식 사우나는 한두 사람이 들어가면 꼭 맞을 크기다. 수영장 대신인 만큼 가장 좋은 모델로 아낌없이 투자했다. 사우나를 하고 나오면 걸터앉아 쉴 수 있도록 중정엔 툇마루를 놓았다. 올 2월에 입주한 부부는 “비 오는 날 사우나를 한 뒤 툇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는 것”을 지금까지의 휴식 중 최고로 꼽았다.

건축가들은 외부에서 중정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창을 내면서 안쪽에 한옥을 연상시키는 와편 담장을 만들었다. 와편은 기와 조각으로, 진흙과 기와 조각을 켜켜이 쌓은 담장을 와편 담장이라고 한다. “지금도 옛날 동네에 가면 와편 담장이 있어요. 부부가 어떻게 하면 더 푹 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한옥의 디테일들을 떠올렸습니다. 지붕을 기와로 할까 하다가 관리 문제 때문에 벽에 기와를 넣는 식으로 바꿨어요. 1층에선 서양음식을 팔고 2층에선 한옥의 정취를 느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별실은 원래 서재로 계획했다가 게스트룸으로 바꿨다. 놀러 온 친구나 가족들에게 내주기도 하고, 평소엔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플랫폼)를 통해 임대한다. 레스토랑에 이은 또 하나의 ‘계이득’ 수단이다. “여유 있는 생활도 좋지만 막상 손님이 안 오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되니까요. 적지만 한 주, 두 주 모이면 그것도 수입이잖아요. 숙박객에겐 자전거도 빌려 드려요. 저 아래가 논두렁인데 손님들이 자전거 타고 거기까지 드라이브하시더라고요. 여기 오는 사람들도 우리처럼 느긋하게 쉬다 가면 좋겠어요.”

2층에 넘치는 여유는 1층까지 흘러 내려간다. 부부는 주방을 레스토랑 한가운데 배치해 달라고 했다. 구석에서 요리만 줄곧 내놓는 것보다 가운데서 손님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일하고 싶었다. 주방 뒤편엔 다른 레스토랑에 없는 작은 휴게공간이 있다. 퇴사 후 ‘알바’ 시절 때 휴식 공간의 절실함을 느낀 남편이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1층의 레스토랑. 주방을 한가운데 배치해 일하는 사람이 손님과 얼굴을 맞대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 했다. 노경 건축사진작가 제공

설계 내내 건축가들이 느낀 감정은 부러움이다. “상가주택은 많지만 대부분 ‘카페 하면 먹고 살 수 있을까’ 같은 수동적인 자세로 임해요. 반면 이 분들은 뭘 하면 자기가 즐거울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그걸 일로 연결시켰어요.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소장은 실제로 그렇게 살기로 했다. 각자 월세로 살던 집을 내놓고 서촌에 한옥을 구해 사무실 겸 주거공간으로 쓰기 시작했다. 방 중 하나는 주말만 게스트룸으로 이용한다. “우리가 따라 한 거예요. 망설이지 않고 즐거움을 좇는 건축주들한테 많이 배웠어요.”

부부가 비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은 퇴사 후 가게를 열기 위해 아르바이트, 월급 사장 등으로 일하면서 소위 “뉴스에 나오는 일들”을 전부 겪었다. 치솟는 월세, 권리금, 건물주의 횡포, 파리 날리는 가게 등. 부부에게 평범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거기서 후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위협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즐거움을 좇았다. 그 결과가 양평 므드집이다. 므드집은 별칭이고 실제 레스토랑 이름은 따로 있다. 부부가 공개되는 것을 망설이자 건축가가 급히 별칭을 지었다. 오픈한 지 두어 달 만에 레스토랑은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온 손님들로 벌써 만원이다. 바 테이블에서라도 먹고 가겠다는 손님을 만류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손님이 오는 것 즐거워요. 그런데 너무 붐비면 저희가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일이 싫어질까 봐 겁나요.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평생 이 일을 할 생각은 없어요. 즐거울 때까지만 하려고 해요.”

도로에서 바라본 양평 므드집의 외관. 노경 건축사진작가 제공

양평=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양평 므드집 1층 평면도. B.U.S 건축사무소 제공

양평 므드집 2층 평면도. B.U.S 건축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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