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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독자권익위원회] “제천 참사, 결과만 갖고 비판보도 많아… 구체적 해결책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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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독자권익위원회] “제천 참사, 결과만 갖고 비판보도 많아… 구체적 해결책이 아쉬워”

입력
2018.01.31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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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많은 사회적 사고였지만

인용부호 단 사연팔이 제목 많아

북핵 문제에 지나친 낙관은 곤란

새해 잇단 기획시리즈 눈에 띄어

익명 취재원 여전히 곳곳에 등장

설득 통해 실명으로 기사를 써야

21일 한국일보 18층 대회의실에서 독자권위 1월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류재성 오연조 구현모 위원과 이재경 위원장, 이윤정 위원,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태규 뉴스1 부문장. 홍인기 기자
21일 한국일보 18층 대회의실에서 독자권위 1월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류재성 오연조 구현모 위원과 이재경 위원장, 이윤정 위원,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태규 뉴스1 부문장. 홍인기 기자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21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1월 회의를 가졌다. 참석 위원들은 지난 한 달간 지면을 가감 없이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회의에는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인 이재경 위원장과 독자위원인 구현모(고려대 대학원) 김기주(한국리서치 이사) 류재성(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오연조(상상스쿨 출판사 대표) 이윤정(칼럼니스트), 새로 간사를 맡은 진성훈 오피니언에디터가 참석했다.

이재경= 제천 화재 참사,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등 사회적 사건, 고위급 회담 등 남북 해빙 관련 보도에 대해 말해주기 바란다.

오연조= 연말 즈음 대부분 언론에서 새 이슈 없이 제전 화재참사,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안보관련 후속 보도와 평창 올림픽 띄우기가 지루하게 지면을 점령했다. 희생자가 많은 사회적 사건의 경우 왜 일어났는지, 사회적 파장은 어떠한지 등이 집중 보도되어야 한다. 제천참사 보도는 기사 양에 비해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소방관 대응에 대한 비전문가 수준의 비판이 많았다. 소방관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결과만을 가지고 쉽게 비난의 대상을 찾으려 하는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윤정= 사건 발생 후 시간이 지나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반복되는 화재가 참사로 이어지는 이유는 대부분 1) 현장대응 실책 2) 불법 건축 및 소방안전 관리의 부실이다. 그렇다면 1)과 2)에서 각각 누구에게 책임이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어떤 해법이 내려져야 하는지 지적해야 한다. 1)과 관련해 소방당국의 문제점은 자세히 보도되었다. 반면, 2)의 문제에 대한 보도는 대부분 수동태로 표현되어 있다. 건물주와 관련기관의 책임이 있을 텐 데 기사에는 누구의 잘못인지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하다. 보도를 따라가면 제천 화재에서 큰 잘못한 건 소방관이라는 점만 부각된다. 나머지는 모호한 ‘안전불감증’뒤에 숨어버리고 독자의 문제의식도 자극하지 못했다.

류재성= 제천 화재는 흔히 지적되던 그런 문제들이 원인이었다. 보도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12월 23일자 3면 “‘여보 여보,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마지막 통화 남긴 채…“, 25일자 4면 “‘여보, 난 이제 어떻게 살아’ 빗속 울고 또 울고…”는 감정의 과잉이다. ‘통곡의 첫 영결식 빗속에서 열려’ 정도이면 될 것을 시선을 끌기 위해 저런 제목을 달았다. 품격 있게 달아도 읽고 싶은 사람들은 기사를 충분히 읽는다.

김기주= 사건, 사고 보도에서 한 두 명 죽으면 덜 다루고 많이 죽으면 많이 다룬다. 옐로 저널리즘에 가깝다. 제천 화재 기사의 경우 너무 크게 다뤘다. 방송보도 하듯 근원적인 부분보다 처벌, 대책, 피해자 이야기들을 다뤄 읽으면서도 거북스러웠다. 신문은 방송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부분을 다뤄야 한다. 신문은 영상 뉴스처럼 시청률에 연연하는 미디어가 아니다. 외교안보 보도는 제공하는 정보가 적고, 논조가 왔다갔다해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 통신사 속보로 나온 수준을 못 넘어가는 보도도 많다. 조금 더 진중한 자세로 다뤄야 한다.

이재경= 인터넷과 신문은 거리를 둬야 한다. 정론지가 ‘지라시’와 같은 게임을 하면 이길 수 없고 퀄리티(질)만 떨어진다. 직접 인용을 하는 제목들이 늘어난 느낌이다. 제목의 인용부호(“”)는 신문사의 판단이 배제됐다는 의미다. 저쪽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우리 이야기가 아니니 ‘사실에 대한 판단은 독자가 알아서 하세요’라는 주문이다. 그런 부분을 판단해달라는 게 독자들의 희망사항이고, 해줘야 하는 역할도 언론사에 있다. 하루 아침에 바꾸기가 쉽지는 않다. 독자들 수준이 굉장히 올라가 있는데 언론들이 1980년대 모드에서 안 벗어나고 있다.

구현모= 지난해 6월 영국 그렌펠타워 화재 기사와 비교했다. 사건 관련 기사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건물의 역사,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등 하나하나 깊게 역사적으로 접근했다. 한국 언론에서 이런 유의 기사는 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서 왜 여성들이 많이 희생 되었느냐 하면 경력 단절 여성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부족했다. 영결식 기사 제목에서 한국일보는 “유리가 안 깨져..., 여보 여보,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여보, 난 이제 어떻게 살아’ 빗속 울고 또 울고…“처럼 유족들이 말한 것을 그대로 달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렌펠타워는 추도문 읽듯이 제목을 절제해 썼다.

이재경= 한국일보가 새해 들어 많은 기획 시리즈를 하고 있다. ‘성난 사회, 화 좀 내지 맙시다’는 적절한 주제를 잘 갖춘 것 같다. ‘이제는 新남방 동행 시대’도 좋은 기획이고, ‘마약리포트 한국이 위험하다’ 역시 주제를 잘 잡았다. 출입처 취재에서 기획기사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같다. 큰 흐름에서 깊이 있는 기사를 만들려면 그게 맞다. 앞으로 뭐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정치 보도가 주권자인 시민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아직도 옛날 프레임이다. 차라리 정치인들이 싸움질 하는 것을 시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취재하는 게 어떤가. 촛불 이후 정치가 바뀌어야 나라도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청와대만 독주하는 중이고 정당들은 옛날만도 못하다. 정치 보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 뭔가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조금 있으면 선거다. 한국 민주주의가 업그레이드 되도록 한국일보가 다른 접근을 해주기 바란다.

류재성= 남북회담 보도에서 1월 11일자 6면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요약했다. “核야심 안버린 北, 수용할 수 없는 美, 난제 끌어안은 南” “美, 남북회담 긍정적… 비핵화 논의 진전은 어려울 듯” “中, 남북 관계개선 돌파구” “日, 북핵 해결 연결고리 설명돼야”는 제목도 좋았다.

9일자 “김근식 교수 특별기고: 북핵, 시간벌기가 중요하다”, 12일자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北의 목표는 한미동맹 약화 남북 대화도 신중한 접근을” 기사도 평가할 만하다. 다만, 10일자 기사 “고위급회담 등 합의로 대화 추동력 확보…한반도 해빙 가속도”와 사설 “긴장 완화 물꼬 확실히 튼 남북 고위급 회담”은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기대 섞인 전망이다. 북핵 문제는 남북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전개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우리 정부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신문사가 나서 심어줘선 곤란하다. 언론이 응원하는 건 좋지만 엄혹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또 의견을 내야 한다.

이윤정=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언론들이 지나치게 우려되는 상황만 부각해 보도한다. 15일자 도재형 교수의 칼럼 “아침을 열며: 그런 가게엔 가지 않겠다”에서 결국 “최저임금에 관한 보수 언론과 경제지의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공감한다. 여야 모두 공감한 대선 공약이고, 이미 시행이 되다면 이제는 문제점보다는 어떻게 정착할지 솔루션을 지향하는 기사를 보고 싶다. 2020년 시급 1만원이 정말로 불가능하다면 막연한 불안감을 내세우는 기사가 아니라 팩트로 논리를 세운 기사로 설득했으면 좋겠다. 정치부 기자들이 토요일자에 게재하는 ‘카톡방담’에서 별점 평가단의 아이디가 제 각각이라 헷갈린다.

이재경= 카톡방담 참여 기자들을 익명으로 처리하는 것은 무거운 이야기를 하며 장난하는 것으로 비쳐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좀 더 많은 얘기를 편하게 하는 공간일 수는 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류재성= 12월 28일자, 1월 10일자, 12일자, 15일자 사설을 보면 한국일보 입장과 청와대 입장이 일치한다. 다른 입장의 사설이 간간이 보이긴 하지만 거의 같고, 청와대를 비판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 UAE관련 사태, 권력기관 개혁, 개헌 로드맵, 가상화폐 등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진성훈= 논설위원들의 논조는 편집국의 방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논설위원 개인 한 명 한 명이 공적인 역할을 한다. 개인성향에 따라서 글이 달라질 수 있다.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도 논설위원 모두가 진보는 아니다.

이재경= 사설에 대해서는 류 위원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다. 사설은 개인 칼럼이 아니다. 논설위원실에서 토론하고 방향을 정하는 걸로 알고 있다. 논설위원실의 의견이 그렇다면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괜찮다. 문제는 그게 한국일보 독자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나. 언론은 정부와의 관계에서는 거리를 둬야 하지 않나.

김기주= 사설의 그런 부분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전통적인 언론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았고 그게 더 문제였다. 모든 정책 결정에는 구조적으로 문제점이 있다. 신문의 특성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적하고 경계, 감시한다. 그런데 보통은 일방적인 반대가 태반이고, 진위가 의심스러운 사설, 기사가 많다. 그런 언론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언론이 필요하다.

이재경= 작은 문제 두 가지를 짚겠다. 하나는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익명 취재원 문제다. 분노와 마약 시리즈는 거의 100% 익명에 의존하고 있다. 사회부 기사들은 실명 취재원보다 익명 취재원이 훨씬 더 많다. 저널리즘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설득해 이야기하게 만드는 게 기자가 해야 할 일이다. 한국사회의 특수성이 있지만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 언론 기사는 익명을 쓰지 않는다. 독자권익위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쭉 이야기하고 그 변화를 지켜보겠다.

구현모= 대북 관련 보도의 경우 취재원 대부분이 대북 소식통, 한 외교 소식통이다. 차라리 A씨, 김씨가 낫다. 대북 소식통의 기준이 뭔가. 기사를 읽으면서도 믿어도 되나 생각이 들었다. ‘view &’지면은 매우 재미있는데 콘텐츠가 온라인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있어 아쉽다. 1월 10일자 지평선 ‘언론과 독자’는 변하지 않는 보수언론의 고압적인 태도와 비교되어 친근하게 다가왔다. 한국일보는 팟캐스트를 따로 할 생각은 없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일종의 팬덤 같은 거다. 시사에 대한 인기가 가장 많은 플랫폼이 오디오 플랫폼이다.

김기주= 플랫폼 확대는 필요하다. 종이신문 콘텐츠의 질적인 수준을 강화할 수 있다. 당장 돈을 벌 수는 없겠지만 매체 파워를 높이는데 공헌할 수 있다. 우선 시작하고, 하면서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할 게 아니며,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오연조= 카톡방담이 그런 부분을 지면에 옮긴 것 아닌가. 회사 차원에서 크게 하기보다는 이슈가 되는, 개인 브랜드가 있는 한 두 기자가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 다른 데에서 하는 것을 쫓아 가는 게 아니라 한국일보만의 뭔가를 시도할 필요는 있다.

이재경= J신문이 작년, 재작년 막대한 투자를 한 디지털 실험에 실패한 느낌이 든다. 반면교사가 안될 수 없지만 이는 저널리즘은 안하고 디지털만 한 탓이다. 한국일보가 신중한 행보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시도를)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리=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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