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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용호 작심한 듯 “트럼프, 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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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용호 작심한 듯 “트럼프, 개 짖는 소리”

입력
2017.09.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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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구절 읊어

“우릴 놀라게 하려 했다면 개꿈”

오늘 유엔 총회 연설에서

ICBM으로 미 타격 위협할 듯

틸러슨과 접촉 가능성은 낮아

20일 오후 미국 뉴욕의 JFK 공항을 통해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입국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20일 오후 미국 뉴욕의 JFK 공항을 통해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입국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개 짖는 소리’라며 독설로 맞대응했다.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서는 리 외무상은 “북한을 완전하게 파괴 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강도 못지 않게 핵무기 위력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험악한 분위기로 인해 유엔 총회에 함께 참석하고 있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리 외무상이 접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72차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이날 베이징발 중국항공편으로 뉴욕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숙소인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면서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한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불쌍하다”고 답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했으나, 숙소에서 작심한 듯 대미 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평소 과묵한 성향의 리 외무상의 이 같은 발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북한이 대미 협상 과정에서 종종 사용해온 문구로, 미국이 아무리 경고해도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거릿 미첼의 미국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이 원출처로 1993년 뉴욕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문제로 첫 북미 협상이 열렸을 때, 강석주 당시 북 외무성 부상이 미국 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앞에서 직접 영어로 이 구절을 읊었다. NPT 탈퇴를 강행하겠다는 뜻이었다. 2007년 6자 회담 북한 대표로 나왔던 김계관 당시 부상은 6자 회담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이 북한과의 합의에 비판적이었던 터라, 그들을 겨냥해 북핵 불능화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2012년 4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할 때도 미국의 발사 자제 촉구에 이 문구가 등장했다.

이에 비춰 보면 리 외무상은 22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ICBM 완성을 통한 미국 본토 타격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유엔 무대에 설 때마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해왔다고 주장해온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고리로 핵 보유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총회에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양측이 접촉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실질적인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북한의 소통 방식과 행동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과 실질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리 외무상은 23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할 예정이어서 국제 사회의 제재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엔의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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