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수사 중간점검… 국내 일가ㆍ측근 다 잡혔지만 유씨 사망으로 빛바래
유병언(73ㆍ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인 양회정(55)씨가 29일 자수하면서 국내 도피 중이었던 유씨 일가 및 측근들은 모두 검거됐다. 세월호 참사 나흘 후인 4월 20일 검찰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을 꾸려 유씨 일가 비리 수사에 나선 지 100일 만이다.
그러나 도피 조력자 검거의 진짜 타깃이었던 유씨는 한참 전에 숨진 사실이 드러났고, 유씨의 최후 행적을 밝히기도 어려워 보인다. 신병이 확보된 인물들 중에선 세월호 침몰사고 책임을 물을 만한 당사자도 마땅치 않아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유씨의 경영 비리에 관여하거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수사망에 오른 주요 인물은 33명. 이 가운데 송국빈(62) 다판다 대표와 이재영(62) 아해 대표 등 세모그룹 계열사 임원 8명이 회삿돈 수십억~수백억원씩 유씨 일가에 몰아준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유씨 일가 10명도 수사선상에 올라 부인 권윤자(71)씨와 형 병일(75), 동생 병호(61)씨, 처남 권오균(64)씨 등이 지난달 배임ㆍ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3개월 간 오피스텔에서 두문불출한 장남 대균(44)씨도 지난 25일 검거돼 구속됐다.
유씨의 도피 조력자 13명도 모두 붙잡혔다. 5월 말 이재옥(49)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을 시작으로 여비서 신모(33)씨와 ‘제2의 김 엄마’인 구원파 신도 김모(58), ‘신 엄마’ 신명희(64)씨 등이 지난달 줄줄이 구속기소됐다. 대균씨의 보호자 박수경(34)씨와 하모(35)씨도 지난 27일 범인은닉 및 도피 혐의로 구속됐으며, 28일 ‘김 엄마’ 김명숙(59)씨와 양씨 부인 유모(52)씨가 자수한 데 이어 29일엔 유씨의 최후 행적을 밝혀줄 인물로 지목된 양씨까지 검찰청사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은 유씨의 경영비리와 세월호 침몰 간 연관성의 규명이라는 수사의 본류와는 거리가 있다. 장남 대균씨의 횡령ㆍ배임액 99억원 가운데 35억원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서 빼돌렸다는 게 그나마 유의미하긴 하지만, 상당 기간 예술가로 활동해 온 대균씨가 세월호 불법 증축 등을 인지하거나 지시했을 개연성은 크지 않다. “양씨가 청해진해운 선박 수리를 도맡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이 가능할진 미지수다.
결국 관건은 혁기씨 등 해외 도피 중인 유씨의 자녀 및 최측근들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행방이 묘연한 혁기씨는 현재까지 확인된 범죄액수만 599억원으로 유씨(1,390억원) 다음으로 많다. 유씨를 제외하곤 세월호 침몰을 낳은 부실 경영에 있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492억원의 횡령ㆍ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장녀 섬나(48)씨는 프랑스에서 범죄인 인도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언제쯤 국내로 신병을 인계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아울러 유씨의 ‘재산 관리자’로 알려진 한국제약 김혜경(52) 대표, 최측근인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의 검거도 급선무인데, 유씨의 각종 비리를 가장 낱낱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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