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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쇼핑 취향 ‘딥러닝’… 구매 예상 리스트 족집게처럼

입력
2017.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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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없는 식품점 ‘아마존 고’

물건 들고 나오면 저절로 정산

쇼핑 이력 분석해 수요 예측

유통업계 지각변동 예고

지난달 19일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1층에 위치한 아마존 고의 유리에 '계산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NO LINES NO CHECKOUT)'는 문구가 적혀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 주방장이 즉석 제품을 만들고 있다. 시애틀=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달 19일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1층에 위치한 아마존 고의 유리에 '계산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NO LINES NO CHECKOUT)'는 문구가 적혀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 주방장이 즉석 제품을 만들고 있다. 시애틀=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달 19일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1층에 위치한 '아마존 고' 매장에서 아마존 직원들이 물건을 고른 뒤 출구를 나서고 있다. 시애틀=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달 19일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1층에 위치한 '아마존 고' 매장에서 아마존 직원들이 물건을 고른 뒤 출구를 나서고 있다. 시애틀=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달 19일 낮 12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7번가의 아마존 본사.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의 신조인 ‘매일 매일이 첫날’(Every day is Day 1)에서 유래한 ‘데이 원’(Day 1) 건물 1층에는 세계 최초의 계산대가 없는 식료품점‘아마존 고’(Amazon Go)가 들어서 있었다. 실제로 아마존 고엔 계산원은 물론 셀프 계산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각각 두 개의 입구와 출구만 눈에 들어왔다. 167㎡ 규모의 식료품점 안엔 샐러드, 샌드위치, 주스 등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출입구를 제외하고 모두 통유리로 처리된 외벽엔 ‘계산줄은 필요 없다’(NO LINES, NO CHECKOUT)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정식 개장을 앞두고 일부 아마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중이었지만 1시간여 동안 2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아마존 고 안에서 시간을 쓰는 것은 오직 물건을 고를 때 뿐이다. 샌드위치와 음료를 주황색 장바구니에 담은 아마존 직원들은 줄 서 계산할 필요 없이 유유히 출구를 빠져 나왔다. 한 아마존 직원은 “우린 그저 물건을 집고 걸어 나오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17㎞ 떨어진 밸뷰의 월마트엔 손님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그러나 10여명의 고객들은 계산대 앞에서 지루한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바코드를 직접 찍고 카드로 계산하는 셀프 계산대도 있었지만 시간이 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쇼핑의 혁명을 가져 온 아마존 고의 비결은 데이터 인식과 분석 기술에 있다. 아마존 앱을 켜고 입장한 고객은 쇼핑의 시작을 알린다. 아마존 고 내부에서는 센서와 카메라가 고객이 선반에서 물건을 집고 내려놓는 움직임을 포착해 구매 여부를 판단한다. 고객이 출구를 통과할 때는 쇼핑을 종료한 것으로 간주한다. 순간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의 값이 앱과 연동된 아마존 계정을 통해 청구된다.

아마존 고의 데이터 분석 기술은 고객이 늘어날 수록 점점 정교해진다. 수집된 고객의 구역별, 품목별 구매 이력 등은 ‘딥러닝’(데이터를 통한 기계 학습)을 거쳐 해당 고객이 재방문 시 구매 예상 물품을 보다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의 책 추천으로 오프라인 서점들을 궤멸시킨 아마존이 이제는 아마존 고로 전통 유통업계의 판도까지 바꿔 놓을 참이다.

‘재활업계 넷플리스’ 네오펙트

신체 부위별 훈련 데이터 축적

환자 맞춤형 AI 프로그램 제공

지난달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네오펙트 미국 사무실에서 스키 사고로 오른손이 마비된 케빈 정씨가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한 채 야구공 잡기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달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네오펙트 미국 사무실에서 스키 사고로 오른손이 마비된 케빈 정씨가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한 채 야구공 잡기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데이터의 힘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도 탁월하다. 같은 달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벌링게임에 위치한 네오펙트 사무실. 스마트 재활치료 기기 제작사인 이 회사의 고객인 케빈 정(26)씨는 태블릿 PC 화면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하얀색 실리콘 손모양의 기구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오른손에 낀 채 ‘야구공 잡기’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스키광인 정씨는 지난 2015년4월 스키를 타던 중 척추가 손상돼 오른쪽 손과 다리가 마비됐다. 이후 3개월간 월 1,2회씩 집에서 30㎞ 떨어진 스탠포드대학병원에서 시간당 300~500달러를 주고 재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1년 전부터는 월 99달러(12만원)에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빌려 집에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마비된 손을 조금씩 움직이던 정씨는 마침내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정씨의 손목과 팔뚝의 각도와 움직임, 훈련 성공률 등이 스크린에 그래프로 나타난다. 정씨는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로 재활 비용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손의 모든 움직임을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줘 치료 경과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네오펙트는 훈련 데이터를 축적해 미국 재활업계의 ‘넷플릭스’(빅데이터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사이트)를 꿈꾸고 있다. 기존 재활치료가 치료사의 도움으로 손을 움직인 뒤 눈대중과 질문으로 경과를 확인했다면 무게 135g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손이 움직일 수 있는 6가지 동작의 미세한 각도를 측정한다. 와인 따르기, 오렌지 짜기 등 손상 부위에 맞춰진 43개의 게임으로 구성된 훈련 콘텐츠를 수행한 뒤에는 손이 움직인 각도의 최대값과 평균값 등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네오펙트는 이 같은 데이터를 훈련 콘텐츠 개발로 연결시킨다. 환자 개개인의 부위별 훈련 데이터가 중앙 서버에 쌓이면 새로운 환자의 상황에 맞는 최적화한 훈련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인공지능(AI)이 제시하는 치료 프로그램을 집에서 수행하면 된다. 네오펙트의 이 같은 기술력에 세계 최고의 재활치료 병원인 시카고 RIC 등이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구입해갔다.

스캇 김(38) 네오펙트 미국 법인장은 “라파엘 글러브를 이용하는 환자의 수가 늘수록 데이터가 축적돼 넷플릭스가 영화를 추천하듯 최적화한 재활치료 콘텐츠 추천이 가능해지는 구조”라며“환자의 훈련 보고서를 병원에 보내 원격진료를 받을 수도 있고, 보험회사는 보험료 산정을 새롭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ㆍ샌프란시스코=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영상 제작=이상환 PD somteru@hankookilbo.com

네오펙트사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왼손에 착용한 모습. 네오펙트 제공
네오펙트사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왼손에 착용한 모습. 네오펙트 제공

※ [데이터혁명이 시작됐다] <1>축적된 데이터가 바꾸는 미래

“우산 챙겨” 아내도… “리콜 사과” CEO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보물창고" IT공룡들 구축 전쟁중

"AI는 마법상자 아니다… 인간을 위한 기술 돼야 존재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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