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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술책

입력
2018.04.01 19:0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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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실제 내용보다는 허세가 훨씬 커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바뀔지 모른다.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전지에 대한 관세를 높였다. 지금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의 예외조항이면서 거의 적용되지 않는 국가안보라는 이유를 들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각각 25%와 10%)에 대한 엄청난 관세를 결정했다.

많은 평론가들은 “무역전쟁” 혹은 그보다 더 나쁜 걸 예상하며 이런 관세 조치의 가능성에 과도하게 반응해 왔다. 한 전문가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닉슨 대통령이 수입물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1971년 이래 가장 심각한 무역마찰이라고 했다. 이 전문가는 또 이것이 세계무역 질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조치가 그의 임기 중 최악의 정책 실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나 연방수사국(FBI), 북한, 이민, 조세, 백인 민족주의와 그 외 많은 현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실책에 비춰볼 때 주목할 만한 언급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조치는 실상 별게 없었다. 심지어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취한 보호주의 정책의 크기나 범위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인다. 레이건 대통령은 섬유, 자동차, 오토바이, 철강, 목재, 설탕, 그리고 전자제품 등 광범위한 산업 전반에 관세를 올리고, 제한을 강화했다. 그가 자동차 수출의 '자발적인' 제한을 일본이 받아들이도록 압박한 것은 유명하다. 일본이 수출 반도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데 실패하자 레이건 대통령은 일부 일본 전자제품들에 100%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오늘날 무역협정의 문구보다 정신을 훼손한 것처럼, 레이건의 무역 제한정책도 협정의 허점을 이용했다. 이는 새로운 보호주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금 만연하는 관행의 출발점이 됐다. 한 무역전문 변호사는 “시스템이 붕괴되거나 1930년대의 암울한 현실을 재현하면서 무너져 내릴 엄청난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경고는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다. 세계경제는 1980년대 무역자유화를 위한 흐름의 일시적인 역행에 그다지 영향 받지 않았다. 이는 오히려 이익을 가져왔다. 레이건 대통령의 보호주의는 정치적 긴장감을 배출하는 안전 밸브의 역할을 했고, 결과적으로 더 심각한 균열을 방지했다.

미국 거시경제가 좋아지면서 세계화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세계무역기구(명시적으로 레이건 대통령이 이용한 '자발적인' 수출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수출호황은 마치 국경 간 남아있던 재정에 대한 제한 규정 철폐가 이뤄졌던 것처럼 모두 1990년대 일어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매우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일리가 있다. 역사가 반드시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전반적인 충격이 제한적일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제한은 훨씬 일방적이고, 노골적이다. 레이건 보호주의의 상당부분은 무역 파트너들과의 협의에 의한 것이었고, 그래서 수출업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계획됐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자동차와 철강에서의 자발적인 수출제한(VERs)은 수출국에 의해 주도됐다. 일본과 유럽은 그래서 미국 시장에서 자신들의 수출 가격을 높이는데 서로 합의할 수 있었다. 미국의 무역제한 덕분에 이들 업체들이 사실은 더 이익을 보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세탁기 수출업체나 중국의 태양광전지 수출업체들이 오늘날 똑 같은 상황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일방주의는 무역파트너들 사이에 더욱 심각한 분노를 불러 보복조치를 촉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레이건 시대와 비교할 때 또 하나의 극명한 대조는 우리가 더욱 진화된 세계화의 단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수반하는 문제는 훨씬 크다. 1990년대의 초세계화에 대한 촉진은 세계경제에서 번성해 그 가치를 공유하는 측과 그렇지 못한 측 사이에 깊은 분열을 일으켰다. 그 결과 민족주의와 원주민 보호주의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강력해졌다.

트럼프의 정책이 세계무역의 공정함을 되찾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그런 문제들을 개선하기보다는 악화시키고 있다. 재러드 번스타인이나 딘 베이커같은 이들은 트럼프의 관세조치가 일부 보호받는 산업의 소수 근로자들의 이익을 위해 산업 일반의 대다수 노동자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에서 촉발된 이런 불균형과 불공평이 명백히 우스꽝스런 국가안보에 대한 고려라는 미명하에 몇몇 정치적으로 유착된 산업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런 보호주의는 속임수일 뿐 무역개혁을 위한 심각한 의제일 수 없다.

그러나 노동의 대부분이 행해질 필요가 있는 것은 국내 분야다. 국내 사회계약을 개선하는 것은 21세기 판 뉴딜정책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포괄적인 사회, 조세, 혁신 정책들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와 탈규제을 앞세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의제의 재앙적 속성이 유권자들 앞에 명백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철 지난 무역전쟁은 분열과 정치적 은폐만 낳을 것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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