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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회색분자를 키워야 생존과 성장이 있다

입력
2017.07.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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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에 넘쳐나는 살기 돋친 댓글을 읽고 있으면 불쾌함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고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도 있고, 고통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는 이들도 간혹 있다.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시작된 모바일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실시간으로 환경의 변화를 접하고 자신의 견해를 쏟아낸다. 현상을 접하는 과정에서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노력도, 견해를 밝히는 과정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의 것과는 다른 가치관과 견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 더 나아가 자신의 것과 다른 가치관과 견해를 가진 타인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에 의해 온라인 공간은 이미 감정의 배설구가 된 지 오래다. 인터넷 사용자의 행태 분석을 위한 각종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악성 댓글을 접하는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성 댓글의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악성 댓글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견해가 다른 댓글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견해와 같은 댓글에는 환호하면서 말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만물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이다. 앞선 산업혁명 과정에서 분업을 통한 효율적인 대량생산을 위해 인위적으로 구분되었던 영역은 시간이 흐르면서 영역 간에 높아진 벽 탓에 영역 간의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영역 간의 관계는 전체의 성장을 위한 협업 관계에서 영역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쟁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조직 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 우리 사회가 경험하는 다양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다른 성장을 위해서는 영역 간의 벽을 허물고 이종 간의 원활한 소통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문화 속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편향된 가치관과 편가르기를 요구한다. 우리 사회에 중간 지대는 없다. 그저 흑백논리만 가득할 뿐이다. 이종 간의 소통과 융합이 쉽지 않은 문화다. 내 편에 속한 이가 아니면 적이고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일 뿐이며, 내 편에 속한 이들은 무한한 신뢰의 대상이다. 그리고 중간 지대에 위치한 이들은 회색분자라는 오명을 쓰고 끊임없이 양자 간의 선택을 강요 받는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더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안에 따라서 상황에 맞게 다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고정된 자아 속에 가두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고정된 자아 속에 자신을 가두어 두어야 스스로를 의롭고 매력적인 인간이라 여기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모든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더 이상 이분법적인 접근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고정된 자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고정된 자아관을 버리고 복수의 인격을 실험하며, 무대와 대본에 따라 주어진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내는 연극배우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존재보다는 과정이 중요시되는 새로운 시대를 기꺼이 맞이해야 한다. 모바일을 통해 접하는 현상들을 자신의 틀 속에서 재단하며 스스로의 편협함을 키울 것이 아니라 자신의 틀을 깨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유연한 사고의 틀을 가지고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기회를 찾아 가는 멋진 연극배우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경청의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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