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표향 기자

등록 : 2018.03.13 09:40
수정 : 2018.03.13 19:29

"한자어 난무하는 대사... 몸에 배게 하려 사주까지 공부했죠"

드라마 ‘화유기’ㆍ예능 ‘집사부일체’ㆍ영화 ‘궁합’ 등 제대 후 종횡무진

등록 : 2018.03.13 09:40
수정 : 2018.03.13 19:29

# 영화 '궁합' 이승기

군입대 전 촬영한 영화가

개봉 2년 지연되며 복귀작 돼

심은경과 알콩달콩 로맨스 눈길

가수ㆍ배우ㆍMC 다방면 활동

"내 정체성은 엔터테이너...

세 가지 분야 다 잘하고 싶어"

이승기는 “윤여정 선생님께 혼나며 연기를 배웠듯 앞으로도 어깨 너머로라도 대가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TV에 하도 나와서 팬들이 피곤해할 정도로 열심히 활동하겠다.” 배우 이승기(31)가 지난해 10월 군복무를 마치면서 농담처럼 했던 얘기다. 당시엔 “허풍”이었다는데 실화가 됐다. “데뷔 이래 가장 바쁘다”고 말할 만큼 ‘열일’을 하고 있다. tvN 드라마 ‘화유기’ 20회를 완주했고,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를 이끌고 있으며, 영화 ‘궁합’을 지난달 28일 개봉했다. 제대하고 4개월간 반나절도 못 쉬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이승기는 별로 지치지 않은 듯 보였다.

“군생활에서 얻은 에너지 덕분인 것 같아요. 저는 10대 때 데뷔해서 평범한 생활을 해보지 못했잖아요. 군대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신을 스스로 챙기고 돌보는 기본적인 삶을 경험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신체적으로 강해졌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궁합’은 이승기가 군입대하기 직전 촬영한 영화다. 뜻하지 않게 2년간 개봉이 지연되면서 제대 복귀작이 됐다. 그는 “통통한 볼살을 걱정했는데 크게 거슬리지는 않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영화 홍보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궁합’은 사나운 팔자를 타고난 송화옹주(심은경)가 역학에 통달한 사헌부 감찰 서도윤(이승기)의 도움을 받아 부마 후보를 찾아 다니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사극이다. 900만 흥행작 ‘관상’(2013)과 올해 하반기 ‘명당’을 잇는, 제작사 주피터필름의 ‘역학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12일까지 관객 128만4,228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과 만났다. 이승기는 “‘신분 높은 인물’과 ‘천재’를 꼭 한번 연기해보고 싶었다”며 “소재도 흥미로웠지만 ‘천재’ 역술가라는 설정에 특히 끌렸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영화를 위해 사주도 공부했다. 한자어가 난무하는 어려운 대사들이야 달달 외우면 되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고 ‘체화’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용하다고 소문난 역술가도 여럿 만났다. “다행히 제 사주는 좋다고 하더라고요. 귀가 솔깃했죠. 하지만 맹신할 필요는 없어요. 결국 삶은 스스로 결정하는 거니까. 자신이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게 훨씬 중요해요. 우리 영화도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죠.”

심은경과 호흡을 맞춘 알콩달콩한 로맨스 연기가 꽤 귀엽다. 이승기는 “2년 만에 만난 심은경은 한층 성숙해진 느낌”이라며 “심은경은 진지하게 연기를 파고드는 배우”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송화옹주와 서도윤이 펼치는 멜로가 꽤 귀엽고 사랑스럽다.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들도 유치하기보다 아기자기한 재미로 다가온다. “차라리 멜로가 진하다면 눈빛을 마구 쏘아대면서 힘을 줘 연기하면 돼요. 하지만 두 주인공이 서로 상대에게 사랑을 느낄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감정이라서 굉장히 섬세한 표현이 필요하더군요. 고백하는 대사가 낯간지럽지 않았냐고요? 전혀요. 실제로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나 기분 좋을 걸요.”

이승기의 이런 자신감은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100% 숙지한 상태에서 촬영에 임한다. 겉으로는 ‘허당’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순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뒤에서 남모르게 치열하게 노력한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출근과 동시에 시간을 투자하고 사소한 반복을 통해 수련을 하잖아요. 연예인은 촬영할 때 말고는 그럴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저만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루에 운동, 음악, 연기에 투자하는 시간을 정했죠. 집에 누워만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신들린 연기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이승기는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초현실적 판타지가 가미된 사극을 경험했지만, 정통 사극 출연은 영화 ‘궁합’이 처음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솔로 가수로 데뷔해, SBS ‘찬란한 유산’(2009)과 MBC ‘구가의 서’(2013) 같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 인정받았고, KBS ‘1박 2일’과 SBS ‘강심장’ 등 예능프로그램 MC로도 활약했다. 이승기는 ‘엔터테이너’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20대엔 내 정체성이 뭘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땐 연기를 해도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달렸죠. 30대가 되니 구분 없이 어느 쪽에서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요. 제 정체성은 엔테터이너라고 생각해요. 세 가지 분야를 다 잘하고 싶어요. 누구나 재능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걸 꼭 보여주려고요.”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다면서 의욕에 넘친 그에게 ‘화유기’ 사태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화유기’는 방송 초기 세트장에서 발생한 스태프 추락사고(본보 2017년 12월 27일자 단독보도)와 부실한 완성도, 그로 인한 방송 중단 등으로 비판 받았다. 배우들 잘못은 아니지만, 드라마의 일원으로서 회피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정말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요. 하지만 안타깝다는 말로 끝나서는 안 돼요. 그거야말로 직무유기라고 생각해요. 수십 년간 모두가 알고 있었던 문제들이 ‘화유기’로 공론화됐잖아요.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죠. 방송국과 관계기관들은 제도 개선에 힘쓰고, 언론은 그 과정을 감시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지금도 어느 드라마 현장에선 이런 문제점을 안고 촬영하고 있겠죠. 현장이 개선되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작품의 완성도도 올라가 시청자들도 행복해질 겁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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