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9.06 15:30
수정 : 2017.09.08 15:34

[짜오! 베트남] 한국어=고소득 보장… 대입 경쟁률 일본어학과 추월할 기세

<23> 치솟는 한국어 인기

등록 : 2017.09.06 15:30
수정 : 2017.09.08 15:34

20개大에 한국 관련 학과 개설

인기 순위 전체 5위 안에 들 정도

삼성ㆍLG 등 기업들 진출 늘면서

한국어 구사자 ‘몸값’ 계속 올라

소통만 돼도 최소 월급 75만원

각종 단체ㆍ개인 운영 한국어교실

봉사 가장한 잇속 챙기기 비판도

호찌민시 한국국제학교에서 한 베트남 여성(오른쪽)이 자원 봉사자로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 보급 업무를 맡고 있는 베트남 호찌민시 한국교육원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추가 예산을 긴급 요청했다.

제2외국어 과목 또는 방과후 학습과목으로 한국어를 선택하는 학교 지원을 위해 책정된 1년치 예산(1만1,800달러)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6일 교육원 관계자는 “각급 학교에서 한국어 교육 지원 요청이 쇄도해 현재 예산으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다”며 “올해 남은 4개월 사업 예산으로 1만2,000달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4개월치 예산이 올해 1년치 예산보다 많은 셈이다.

한국어 학습 수요 3배 증가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진출, 드라마와 영화, K팝 인기 등 한류 영향으로 기본적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은 베트남이지만 최근 들어 한국어 인기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교육원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서 15개 학급이 제2외국어나 방과후 수업 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했는데, 최근 2017-18년 신학기에 한국어를 채택한 학급 수가 이보다 세 배 가량 많은 42개로 집계됐다. 베트남의 새 학기는 9월에 시작된다. 김원균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 교장은 “주말에 열리는 한국어 교실에 다문화 가정 자녀는 물론 그 학부모들까지 몰려들고 있다”라며 “학교 선생님들은 물론 자원봉사자들까지 힘을 합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어 인기는 젊은 학생뿐만 아니라 공안(경찰) 등 베트남 공무원들 사이서도 치솟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호찌민시 경찰청은 한국교육원에 ‘찾아가는 한국어 교실’을 요청해 2개월간 99명이 과정을 수료했다. 공안 관계자는 “베트남 거주 한국인 증가가 한국어 학습의 기본 동기”라며 “한국 문화, 한국어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호찌민시 노동자들의 예술ㆍ문화ㆍ체육진흥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문화궁도 ‘한국어 교실’에 지원을 요청, 한국 진출을 앞둔 예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시켰다.

한국어에 대해 높아지는 관심은 베트남 내 대학의 한국어학과 인기에서도 드러난다. 2013년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한국어학과 입학 경쟁률은 5.82대 1에서 2014년 6.41대 1로 높아졌다. 이후 전형 방식이 달라지면서 정확한 경쟁률 계산은 안되고 있지만 훨씬 높아졌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호찌민 인사대를 졸업한 디우 람 탁 따오(23)씨는 “입학 당시보다 한국어학과 인기가 훨씬 높아졌다. 최근 몇 년 간 입학 경쟁률로 보면 전체 학과 중 5위 안에 들면서 일본어학과 경쟁률에 바싹 따라붙었다”며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일본어학과를 추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트남 최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비엣텔의 상품홍보 브로슈어. 한글로 돼 있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어 구사자 수요는 늘고 있지만 양질의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어 구사자 고소득 보장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어과에 진학하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고소득이 보장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 베트남 진출 한국 업계에 따르면 한국어 구사자 수요가 높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현재 베트남에는 1992년 수교 이후 처음 한국어학과가 설립된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외에도 북부 7개, 중남부 12개 등 모두 20개 대학에 한국, 한국어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베트남 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한국어 구사자 수요가 높아진 상황. 때문에 이들의 ‘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호찌민시 인근 빈증 지역에 진출해 있는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 직원들이 월급을 더 주는 곳으로 빠졌다”며 “한국어학과 졸업생들에겐 월급여로 최소 1,500만동(약 75만원)을 줘야 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여 수준 상위에 랭크돼 있는 금융권 업종 초임은 약 1,000만동 수준이다.

실제 기본적인 소통만 돼도 1,500만동 수준의 급여는 보장이 되고, 한국어능력시험 상급 자격증을 가진 경우 매월 2,000만동(약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학 강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현지 교수들이 통역에 나설 경우 시급은 800만~900만동(40만~45만원)에 이른다. 호찌민 시내 현지 은행원의 월급에 해당하는 고액이다. 또 다른 한국 기업 관계자는 “한국어 통역을 구하려면 최소 수 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라며 “한국어-베트남어를 노련하게 구사하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구인 전쟁

높은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을 채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베트남 진출 기업들 사이에서는 한국어학과에 각종 장학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입도선매(立稻先賣)’에 나서는 경우도 쉽게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졸업생을 미리 잡아두는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최근에는 인턴십 기회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애에 나서고 있다. 한 대학의 한국어학과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해당 대학의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도 후원하고 있는 기업의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지원하는 기업이 많다 보니 지역을 막론하고 한국어학과의 재정이 가장 좋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어와 한국어 구사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베트남에는 각종 단체, 개인이 운영하는 ‘한국어 교실’도 적지 않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 기능을 표방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가 ‘봉사’를 가장한 잇속 챙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지 교회에서 한글 교실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한 목회자는 “교육 사업을 빙자해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순수한 사역마저 의심받아 결국 한글 교실 문을 닫았다”며 “높아지고 있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이에 대한 관리 감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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