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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세 갑질 막고… 가맹점에 강매한 품목 마진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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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세 갑질 막고… 가맹점에 강매한 품목 마진도 공개

입력
2017.07.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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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ㆍ피자 등 가맹본부 50곳 선정

식자재 등 필수품목 공개할 계획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가

중간 납품업체 참여 땐 밝히도록”

본사 경영진 부도덕한 행위로

가맹점 매출 타격 땐 배상해야

김밥 전문 프랜차이즈 A사는 시중에서 3만2,520원에 판매되는 특정 쌀(20kg)을 가맹점주에게 4만6,500원에 공급하며 ‘통행세 폭리’를 취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본사가 그 동안 ‘브랜드 통일성’을 내세워 가맹점에 구입을 강제해 온 ‘필수품목’의 마진이 앞으로는 상세하게 공개된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사건’처럼 본사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로 가맹점 매출이 타격을 입은 경우에도 본사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내 놓은 ‘골목상권’ 보호 대책이다. 그는 “지난해 가맹본부와 가맹점 수가 2008년 대비 각각 423%, 200% 증가하는 등 외형은 급격하게 커졌지만 불공정 관행은 달라진 게 없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주의 경영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대책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먼저 최근 가맹점과 가맹본부간 ‘갑을’ 분쟁의 근간이 되고 있는 필수품목에 대한 정보공개가 대폭 확대된다. 가맹본부가 각종 식자재, 종이컵 등 원부자재를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가맹점의 구매를 강제하고 공급가격에 마진을 붙이는 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치킨ㆍ피자ㆍ분식 등 가맹 핵심분야의 주요 가맹본부 50곳을 선정하고, 이들 본사가 가맹점에 강제하는 필수품목의 상세내역, 마진 규모 등을 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직권조사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스터피자 사태로 논란이 된 이른바 ‘통행세’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통행세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필수품목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부당하게 챙기는 수익을 의미한다.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할 때 제수씨 명의로 된 회사를 중간 납품업체로 끼워 넣는 방법으로 50억원대의 이익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의 특수관계인이 필수품목의 공급ㆍ유통 등의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 해당 업체명과 매출액 등 세부정보를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우선 공정위는 최저임금 인상 시 가맹점주가 필수물품 공급가격 등에 대해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표준 가맹계약서를 개정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지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또 가맹본부가 ‘1+1 할인행사’, ‘통신사 제휴할인’ 등 판촉행사를 진행할 때 반드시 가맹점주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피자헛, 미스터피자 등 일부 피자 브랜드는 통신사 멤버십 할인 금액의 100%를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구조다. 또 공정위는 가맹점사업자단체 신고제를 도입해 본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기로 했다.

본사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로 가맹점의 매출이 줄어드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이에 대해 가맹본부 등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가맹계약서에 근거 조항도 마련된다.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문제처럼 해당 업체들에 대한 소비자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 가맹점주들은 큰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23개 세부대책 가운데 9개가 법 개정 사안”이라며 “가맹사업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간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도 엄격해진다. 외식업 가맹점 2,000곳에 대해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점검을 실시한다. 평균 매출액, 인테리어 비용 등 주요 항목의 정보공개서 기재 사항과 현장 실태를 대조ㆍ점검해 허위ㆍ과장 기재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또 필수품목 정보공개 대상인 핵심 가맹본부 50곳을 대상으로 필수품목 ‘떠넘기기’ 관행도 살펴보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랜드 통일성과 전혀 관계가 없는 행주, 세제 등의 품목을 본사가 가맹점에게 구입하도록 떠넘기는 관행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장기적으로 ‘한국형’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가맹본부가 필수품목 공급, 판촉행사ㆍ매장 리뉴얼(재단장) 등을 통해 이익을 거두는 기형적인 수익구조로는 본부와 가맹점간 상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가맹점의 매출이나 이익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로열티 방식으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정부청사에서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한 18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발표한 근절대책은 가맹거래 공정화를 통한 가맹점주 권익보호 및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목표로 6대 과제와 23개 세부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정부청사에서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한 18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발표한 근절대책은 가맹거래 공정화를 통한 가맹점주 권익보호 및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목표로 6대 과제와 23개 세부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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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가맹분야 불공정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가맹분야 불공정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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