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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너도 신성장, 나도 신성장

입력
2016.06.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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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육성 병행해야

신성장동력 육성책 부처별로 제각각

선택과 집중 위해 산업부가 총괄해야

조선ㆍ해운업종을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의 격랑이 다시 몰아치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정책 차원의 대대적 기업 구조조정이 새로운 건 아니다. 경제개발 시대부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 경제적 상황과 논리에 따라 마치 성장통을 겪듯 크고 작은 구조조정의 역사가 되풀이 돼왔다.

정책 차원의 전반적 기업 구조조정이 처음으로 단행된 건 1960년대 말이다. 1ㆍ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공으로 경공업 중심의 제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다. 토종 자본이 미약해 정부가 끌어 온 해외 차관을 받아 기업들이 설립됐다. 문제는 이런 차관 기업들이 본연의 기업활동에서 대거 실패하면서 부실이 확산된 것이다. 1969년 현재 차관 기업 83개 중 45%가 부실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청와대가 직접 다섯 차례에 걸친 ‘부실기업 정리’에 나서서 50여 기업을 퇴출시켰다.

전두환 정부 때인 1980년대엔 2차 오일쇼크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개발연대 이래 국내 산업의 과잉ㆍ중복투자 해소가 문제였다. 국제상사 해체나 정경유착 문제가 얽히기도 했지만, 비료 해운 발전설비 조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56개 기업이 정리됐다. IMF 구제금융기인 김대중 정부 때의 구조조정은 타의에 의한 ‘눈물의 구조조정’이었다. IMF 구제금융조건에 제시된 재무 및 부채기준 등에 따라 국내의 모든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 ‘군살빼기’가 이뤄졌다.

그 동안의 구조조정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구조조정을 해도 그에 따른 생산의 위축을 곧바로 만회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장할 신산업의 영토가 눈에 보였다. 반면 지금은 다르다. 조선ㆍ해운은 물론이고, 그 동안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던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성장 한계에 이른 5대 중후장대 업종의 생산력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게 됐지만,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비전은 여전히 막연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구조조정은 전통적 구조조정과 동시에 신성장동력도 발굴해 육성해야 하는 복합적 과정이라는 점에서 미증유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취약업종 구조조정은 쉬운 일이다. 글로벌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수요 변화에 맞춰 설비와 인력을 감축하고, 사업을 조정해 다운사이징을 실현하면 된다. 반면 신성장동력 육성은 다른 문제다. 과거 중화학공업 육성 때처럼 정부가 나서 목표를 정하고 국가 자원을 집중시킬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정부가 언제 어떤 식으로 도약할지조차 알기 어려운 수많은 소규모 첨단 비즈니스들 모두를 포괄할 하나의 육성 청사진을 만든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정부 각 부처든 재계든 눈 뜨고 날만 새면 ‘너도 신성장, 나도 신성장’하는 식으로 신성장동력 육성을 말하지만 정작 뭔가 힘차게 돌아간다는 확신보다는 중구난방, 지리멸렬의 답답함만 느끼게 한다.

현재 정부의 신성장동력 육성책은 기획재정부가 7대 유망서비스산업을, 산업통상자원부가 5대 신산업을, 미래창조과학부가 19대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지원 방안을 수립한 상태다. 하지만 ‘제조 2025’를 선언한 중국은 10대 핵심 산업에 향후 10년간 8조 위안(연 평균 144조원)을 쏟아 붓는데 비해 우리의 신성장동력 육성 재원은 3대 경제부처를 합쳐도 연간 20조원이 채 안 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로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승부를 걸 만한 신산업을 추출해 집중 지원하는 정책시스템을 강구할 필요가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분석을 통해 연구개발(R&D) 지원과 세제혜택이 핵심 분야에 집중될 수 있도록 정부의 신성장동력 육성 분야를 좀 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규제개혁과 신성장동력 육성 주무부처가 지금처럼 분화된 상태에선 좀처럼 유기적 집중력을 내기 어렵다. 기재부와 금융위가 구조조정의 전면에 나섰다면, 산업정책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나서 각 부처별 신성장동력 육성책을 조율할 실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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