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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MC는 가라! '멀티 MC'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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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MC는 가라! '멀티 MC' 시대가 왔다

입력
2017.06.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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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지의 마법사'는 배우 김수로, 엄기준, 기타리스트 김태원, 방송인 윤정수 등으로 출연진을 꾸렸다. MBC 제공
MBC '오지의 마법사'는 배우 김수로, 엄기준, 기타리스트 김태원, 방송인 윤정수 등으로 출연진을 꾸렸다. MBC 제공

예능프로그램 진행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원톱 MC를 중심으로 출연진을 구성하던 예전과 달리 방송에서 큰 활약을 보인 적이 없는 인물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속속 나오고 있다. 메인 MC가 코너를 이끌며 출연진과의 관계 속에서 웃음을 끌어오던 형식을 버리고 출연자들의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감동과 정보를 주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것이다. 출연자의 스타성보다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이 시청률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MBC ‘오지의 마법사’는 출연자들이 어딘지 모를 곳에 무일푼으로 떨어져 72시간 이내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여행 예능프로그램이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급 메인 MC는 없다. 배우 김수로, 엄기준, 최민용, 기타리스트 김태원, 방송인 윤정수 6명이 방송을 꾸린다. 김수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메인 MC의 역량을 갖추진 않았다. 엄기준은 이번이 첫 예능 도전이다.

‘오지의 마법사’를 연출하는 김준현 PD는 “이전에는 여러 예능 장치를 만들어두고 메인 MC가 제작진이 의도한 웃음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며 “지금은 큰 웃음을 뽑아야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따뜻한 감동과 진정성을 전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tvN ‘알쓸신잡’은 작가, 맛칼럼니스트, 소설가 등 연예인이 아닌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출연진으로 구성했다. 가수 겸 음악프로듀서 유희열이 진행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술자리에서 출연자들의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선에 그친다. 올리브TV ‘어느 날 갑자기 백만원’ 역시 메인 MC 없이 방송인 김구라와 하니, 윤정수, 변우석이 공동 MC로 활약한다.

올리브TV '어느날 갑자기 백만원'에는 원톱 MC가 없이 메인 MC만 4명이다. 최지이 인턴기자
올리브TV '어느날 갑자기 백만원'에는 원톱 MC가 없이 메인 MC만 4명이다. 최지이 인턴기자

2000년대 초반엔 노련한 진행 실력을 갖춘 원톱 MC가 프로그램의 중심축이 됐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콘텐츠와 가벼운 형식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힐링, 요리, 여행 등 세분화된 형식의 예능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진정성을 강조하는 예능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최근엔 독설 개그의 인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방송인 이경규, 박명수, 김구라 등 ‘독설’ ‘호통’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던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tvN ‘공조7’은 목적 없는 전개와 뻔한 개그의 반복으로 방송 두 달만인 지난 2일 폐지됐다. 김준현 PD는 “세상에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제19대 대선 토론만 해도 예능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유행어가 나왔다”며 “독설에 지친 시청자에게는 인문학,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예능 형식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는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에서 많이 볼 수 없었던 인물들에게 신선함을 느끼기도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메인 MC들이 이미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고 이들의 진행 방식도 점점 식상하게 느껴진다”며 “출연자의 팬덤으로 시청률이 상승하는 시대도 지났으니 제작자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메인 MC의 비중이 줄어들고 형식과 내용이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면서 연출자의 역량은 더욱 중요해졌다. 김헌식 평론가는 “연출자가 기획 의도를 얼마나 의미 있게 잘 잡아내고 맛있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요즘 다큐 형식을 차용한 예능 방송이 쏟아지고 있는데 비슷한 예능 방송이 범람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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