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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아서라,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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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아서라, 말어라”

입력
2017.06.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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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강릉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 앞서 북한 김금복(왼쪽)과 한국 이규선이 기념품을 교환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강릉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 앞서 북한 김금복(왼쪽)과 한국 이규선이 기념품을 교환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20일 평창을 찾아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남북 관계가 풀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부분 종목에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가운데 실질적으로 단일팀이 가능한 종목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 티켓을 획득한 단체 종목인 여자 아이스하키뿐이다. 단일팀 구성으로 평화 올림픽을 구현하고 남북간 긴장 관계를 풀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성급하고 무리한 추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단일팀을 꾸린다면 23명의 엔트리에 북한 선수도 여러 명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평창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몇몇 한국 선수들의 꿈은 산산조각 난다.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누가 치유해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존재 자체만으로 기적이다. 1998년 5월 국가대표팀이 처음 결성된 이후 정규 팀(실업ㆍ대학ㆍ초중고)은 단 한 팀도 없고 열악한 환경과 불투명한 미래에도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거나, 의사가 되는 것을 미루는 등 사연 많은 선수들이 뭉친 팀이다.

어떻게라도 올림픽에서 1승이라도 해보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감동의 드라마를 수 차례 선사했던 선수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또 ‘없는 살림’에 우수한 기량을 갖춘 동포 선수를 찾고, 해외에서 훈련을 하는 등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한국과 북한 선수들의 실력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대표팀은 지난 4월 강릉 세계선수권대회(4부 리그)에서 북한을 3-0으로 꺾는 등 역대 최고 성적인 전승 우승으로 3부 리그로 승격했다. 올림픽은 실력을 증명하는 자리인데, 수준이 한참 낮은 북한과 단일팀을 이루면 전력은 불 보듯 떨어지고,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는 모양새가 된다. 대표팀 공격수 박종아는 “짧으면 1년, 길면 2~3년을 준비한 꿈의 무대를 불과 몇 개월 남겨둔 시기에 갑작스러운 단일팀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조금만 더 선수들 측에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정상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모였던 과거 남북 단일팀 사례와도 크게 다르다. 첫 단일팀이었던 여자 탁구의 현정화, 이분희(북한)는 둘 모두 세계 최고 선수로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의 9연패를 저지하고 여자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 해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는 당시 아시아 1,2위였던 남북이 단일팀으로 8강에 진출했다.

도종환 장관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도 장관은 “우리 선수 23명은 다 출전하고 싶어한다”며 “북한과 선수 구성 문제를 얘기하려면 몇 명을 받을 수 있을지 봐야 하고, 다른 나라에 양해도 구해야 하고, IOC의 협조를 받을 부분도 있다”고 했다.

도 장관은 24~30일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을 이끌고 방한하는 북한의 장웅 IOC 위원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논의가 자칫 스포츠를 정치의 한 수단으로 여기는 편의적인 발상이라며 (스포츠에)정부 간섭을 금지하는 IOC헌장에도 위배된다고 싸늘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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